[300스코어보드-외통위]'힘센 비둘기' 이인영의 완봉 게임

[the300]23일 외통위원회 통일부 국정감사

/그래픽=이해나 디자이너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통일부 국정감사 대상의원. 전해철(민), 정진석(국힘), 이재정(민), 태영호(국힘), 김영호(민), 윤건영(민), 이상민(민), 이태규(민), 안민석(민), 이낙연(민), 김석기(국힘), 박진(국힘), 김태호(무), 김태년(민), 이인영 통일부 장관.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외통위) 통일부 국정감사는 '긴장감'이 다소 떨어졌다. 통일부를 둘러싼 이슈가 부족한 상황이어서 치열한 공방전이 오가는 모습이 연출되지는 않았다. 품격있는 토론을 이끌 수 있는 각 당의 중진의원들이 돋보일 수 있는 환경이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단 한 번의 질의에서 많은 분량을 뽑아내는 노련함을 보여줬다. 이 대표는 미 대선에서 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전략적 인내'가 우려된다고 했고, 이 장관은 "미국에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설 경우 오바마 행정부 3기가 아닌, 클린턴 행정부 3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오바마 행정부가 정책을 세우는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의 입장을 감안하고, 반영했다는 평가가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다면, 한국 정부의 입장이 어떻게 되는지 여부를 판단 근거로 삼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우리 정부가 일관된 태도를 취하면 바이든 후보가 오바마 행정부의 길을 답습 안 할 수 있다"고 맞장구를 쳤다.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북한의 코로나19(COVID-19) 방역을 위한 치료제·백신 공조를 거론했고, 이 장관은 "치료제나 백신이 실질적으로 유통되거나, 가시권에 들어오면, (남북협력의) 게임 체인지 상황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에서는 5선의 정진석 의원이 이 장관과 토론을 했다. 정 의원은 바이든 후보가 선(先) 핵폐기 조치를 앞세웠다고 주장하며, 그의 당선 시 외교안보 라인의 교체가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또 '체제보장'이라는 큰 성과를 원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 장관이 추진하고 있는 작은교역을 '모욕'으로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어떻게 북측의 체제를 보장해줄 수 있는지가 포인트"라고 했고, 이 장관은 "공감한다"고 답했다.

통일부 국감에서 '탈북민 인권 지킴이' 역할에 나서고 있는 여당의 이재정 의원은 탈북민 정보를 입맛에 맞게 활용하는 인권침해에 우려를 표하면서,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의 운영주체를 통일부로 명문화해야 한다고 했다. 김영호 의원은 통일부가 적극적인 외교활동에 나서게끔 해야 한다는 자신의 지론을 설파하며 ‘한반도평화경제 재단’의 신설을 제안했다.

같은 당의 윤건영 의원은 남북회담본부의 업그레이드, '통일' 보다 '평화'에 포커스를 맞출 수 있는 통일부의 근본적인 기능 정비를 거론했다. 이상민 의원은 남북 간 과학교류의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북한이 IT(정보기술)에서 세계적 일류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백두산 등 생태학 분야의 연구도 축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민석 의원은 이날에도 2032년 남북 공동올림픽 추진을 거론했다.

국민의힘의 태영호 의원은 북한의 핵실험장, 우라늄 광산 주변에서 나오고 있는 '귀신병'의 존재를 말하며, 향후 탈북민들에 대한 피폭검사 등의 필요성을 앞세웠다. 외통위 국감 내내 우리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론'을 앞세운 김석기 의원은 이번에도 같은 기조를 이어나갔다.

국감에서 가장 돋보였던 인물은 이인영 장관이었다. 특유의 침착한 태도가 돋보였다. 박진 국민의힘 의원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 참전 70주년 기념식 발언(제국주의에 맞선 중국군의 6·25전쟁 참전)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 장관은 이를 "중국의 시각"이라고 일축하면서도 직접적 논평은 삼가했다. 통일부 장관의 공식 발언이 외교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했다.

북한의 피격 사건 이후 남북관계 해결법으로는 "대화"를 꼽았다. 야당 의원들이 "누구를 위한 평화냐"고 공세를 펴자 이 장관은 "뭘 하지 말라는 얘기만 하는 것 보다는, 어떻게 평화를 만들어 갈지 (여야가) 논의했으면 좋겠다"며 "적어도 북쪽보다는, 평양보다는 먼저 평화의 길을 만들어 나가야 하지 않겠나"라고 작심발언을 했다.

자신의 '비둘기파(온건파)' 성향이 도마 위에 오르자 유머감각을 발휘하기도 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NSC(국가안전보장회의) 등 정부 외교안보 라인에 '매파(강경파)'가 없는 점을 꼬집자 이 장관은 "저를 비둘기(파)로 봐도 되는데, 비둘기 치고는 꽤 센 이야기들도 했다"고 답했다.

박진 의원이 "부엉이처럼 눈을 뜨고 북한이 어떤 집단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하고, 김영호 의원이 "눈이 큰 비둘기가 되시라"고 하자, 이 장관은 "비둘기는 너무 눈이 작지 않나. 제가 비둘기로 굳어지겠다"고 밝히며 국감장의 웃음을 유도했다. 이 장관은 "제대로 현실을 직시하며 (장관 업무를)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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