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쟁점된 '월성 1호기'…'아전인수'결과 내놓은 감사원

[the300]여야, 각자 입맛에 맞게 해석…부담감에 감사원 1년 동안 고심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월성1호기 조기폐쇄 감사 결과 발표를 앞둔 20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이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10.20. kkssmm99@newsis.com
감사원이 20일 공개한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감사는 정치권의 '아전인수(我田引水, 제 논에 물대기)'를 가능케 했다는 평가다. 여야 모두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대로 해석할 수 있는 감사 결과라는 의미다. '탈원전 정책'이라는 정치적 이슈의 부담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일단 청와대와 여당 입장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월성 1호기'와 관련한 졸속 경제성 평가가 있었음을 지적하면서도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이나,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추진하기로 한 정책결정은 이번 감사의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원전의 '안전성'은 감사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월성 1호기' 가동중단 자체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안전성'에 포커스를 맞춰 탈원전 정책을 추진해온 여권의 입장에 가깝다. 경제성 외에도 안전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탈원전을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 문 대통령은 2017년 6월 '탈원전 선언'을 하며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대전환"이라며 "설계 수명이 다한 원전의 연장은 선령을 연장한 세월호와 같다"고 밝혔었다.

실제 여당 인사들 사이에서는 이번 감사를 놓고 "선방했다"는 자평들이 쏟아져 나왔다. 당초 감사원이 '월성 1호기'를 빌미로 탈원전 정책 자체를 문제삼을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더불어민주당과 탈원전 정책에 있어 궤를 같이하는 정의당도 "이번 감사는 '월성 1호기' 폐쇄를 번복하는 결정이 아니다. 불필요한 공방을 할 이유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반면 야당 입장에서는 '탈원전 정책'에 총공세를 펼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감사 결과 관련해 "결국 '탈원전'은 허황된 꿈이었음이 증명됐다"라며 "근거도 없이 추진됐던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실질적인 사망선고"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졸속 경제성 평가'의 원인 제공자로 지목하며 "엄중한 인사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백 전 장관은 경제성 평가 전부터 '조기폐쇄 결정과 동시에 가동중단'이라는 지침을 사실상 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감사원은 2018년 4월3일 백 전 장관이 "'월성 1호기' 외벽에 철근이 노출됐다는 점이 청와대 내부보고망에 게시됐고, 문재인 대통령이 '월성 1호기'의 영구 가동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인지 질문했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은 후 '가동중단 지침'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가동중단 과정에서 산업부가 수차례 청와대에 보고를 해온 점도 감사원 보고서에 적시돼 있었다.

산업부 직원들의 조직적인 증거 인멸 정황도 야당이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이렇게 저항이 심한 것은 처음 봤다"고 했던 내용이 공식 확인된 것이다. 산업부의 국장급 인사들 등이 감사원 감사에 대비해 '월성 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여야가 '아전인수'를 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온 것은 그만큼 '월성 1호기' 감사가 정치 이슈화가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감사에 착수했던 감사원은 1년 동안 결론을 내리지 못할 정도로 고심을 거듭해왔다. 감사원 역사상 최장 기간이 걸린 감사 중 하나로 거론된다.

감사보고서를 채택하기 위한 감사위원회 회의도 6차례나 진행될 정도였다. 최 원장까지 6명이 참여하는 감사위원회에는 친여 성향 인물이 3명(김진국·강민아·임찬우) 포진돼 있다. 손창동·유희상 위원은 감사원 출신이다. 최 원장이 감사원 출신들과 뜻을 같이하며 3대3 대립구도가 지속돼 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친여 성향인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감사위원으로 임명해달라는 청와대의 요구를 최 원장이 거부한 것도 이같은 구도 때문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었다. 김 전 차관이 감사위원으로 들어올 경우 4대3 구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감사위원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음에도 최 원장은 감사원 중립성을 앞세우며 김 전 차관 임명에 반대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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