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 '깜깜이 감염' 대신 '감염경로 불명' 입니다"

[the300]'깜깜이' 표현 지적한 최혜영 민주당 의원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17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정애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09.17. photo@newsis.com

"앞서 '깜깜이'라는 용어를 쓰셨다. 사실 이 용어는 시각장애인 분들이 차별적 발언이라고 해서 사용하지 말라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다른 용어인 '감염경로 불명'을 사용해주셨으면 한다"

지난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 4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를 마치고 빠르게 회의를 마무리하던 즈음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했다. "의원님들께 부탁드릴 말씀이 있다"며 입을 연 최 의원은 앞서 대체토론 과정에서 나온 '깜깜이 환자' 표현에 대한 지적에 나섰다. 코로나19(COVID-19) 감염 경로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를 '깜깜이'로 칭하는 데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깜깜이'는 '어떤 사실에 대해 전혀 모르고 하는 행위, 또는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국어사전에도 등록된 말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엔 정부 브리핑과 언론 보도 등에서 '깜깜이 감염', '깜깜이 환자'으로 쓰이며 일상적 단어가 되고 있다. "최근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깜깜이 환자 비중이 25% 이상이다"(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깜깜이 환자가 20%에 달한다"(강기윤 국민의힘 의원) 등 당시 의원들 발언에서도 자연스럽게 쓰였다. 

하지만 이 표현을 두고 시각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표현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미 방역당국도 이런 인식에 공감해 '깜깜이 감염' 표현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달 31일 코로나19 국내 발생현황 브리핑 도중 "'깜깜이 감염'과 관련 시각장애인분들이 불편한 마음을 표현하면서 개선을 요청해왔다"며 "국민들 의견을 받아서 그 표현은 사용하지 않고자 한다. '감염경로 불명'이나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환자'라고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06.17. mangusta@newsis.com

최 의원의 지적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최 의원은 18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깜깜이'는 차별적 용어다. 많은 분들이 시각장애인을 '깜깜이'라고 표현하다보니 당사자분들이 용어 자체를 불편해하신다"며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복지위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 부탁을 드렸다"고 설명했다.

당시 최 의원의 발언에 대해 한정애 보건복지위원장은 즉각 동의의 뜻을 보였다. 한 위원장은 의원들에게 "앞으로는 '감염경로 불분명', '감염경로가 확실하지 않음' 표현으로 정정해 발언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같은날 진행된 대정부질문에서 남인순 민주당 의원,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질의 도중 '깜깜이 환자'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남 의원은 복지위 소속이기도 하다. 

최 의원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언어습관에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자'라는 용어는 옛날엔 법적용어였지만 이제는 사용을 못한다"며 "용어와 인식이 함께 바뀌어야 하는데, 아직은 무엇이 문제인지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또 "아직 장애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많은데 차별적 용어가 비하 발언이 될 수 있다는 게 문제"라며 "용어를 바꿔서 실천해주면 장애에 대한 인식이 바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의원은 특히 장애인에 대한 국회의 인식이 더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국회는 앞서 이광재 민주당 의원의 '절름발이' 표현 논란 등을 겪었다. 최 의원은 "입법기관이 장애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가진 상태에서 장애인 정책을 만들어선 안된다"며 "장애인을 위한 정책은 그들이 당연히 받아야 할 권리이지, 불쌍한 사람들을 위한 시혜적 서비스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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