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26일 국회 본청에서 이같은 내용의 입법 공청회를 열었다. 한정애 보건복지위원장이 대표 발의한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료제품의 개발촉진 및 긴급대응을 위한 의료제품 공급 특례법’(제정안) 등 4개 법안을 다뤘다.

여야 의원들은 물론, 남기창 동국대 의과대 부교수, 신영기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 장인진 서울대병원 임상시험센터장, 최남경 이화여대 융합보건학과 부교수 등이 머리를 맞댔다.

코로나 백신 및 치료제 확보해도 못 쓸 수 있다고?

제정안은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료제품’(위기대응 의료품) 지정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다. 위기대응 의료품으로 지정되면 △우선심사 △수시동반심사 △조건부 품목허가 등 ‘패스트트랙’을 거쳐 신속 공급될 수 있다.

우선 위기대응 의료품에 대한 품목 허가나 임상시험 계획 승인을 신청하면 다른 의료제품보다 ‘우선 심사’ 한다. 또 개발 과정별로 임상시험 등 결과를 제출해 미리 심사하는 ‘수시 동반 심사’도 가능하다.

관심을 모으는 ‘조건부 품목허가’도 허용된다. 윤리적 이유 등으로 사람에 임상시험을 하기 어려운 의료제품 등의 경우 제출 자료를 다른 것으로 대체하거나 간소화할 수 있다. 다만 조건을 부여해 품목 허가한다. 

코로나19가 재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해당 법안의 처리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통상 신약 후보물질은 전임상과 임상 1상·2상·3상 시험, 품목 허가 등을 거치는데 시중에 공급될 때까지 10년 이상 소요되기도 한다.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을 확보하고도 규제로 인해 활용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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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가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위원회 운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시판 후 안전관리 중요"

보완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최남경 교수는 “이 법들을 당장 통과시켜야 생각하나 무거운 부분은 안전성 때문이다.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상 1·2·3상 후 ‘4상’이라고 하는 시판 후 안전관리가 있다”며 “상대적으로 적은 자료로 (식약처가) 마음이 편했을 때와 달리 (법안이 통과되면) 업무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능동 감시, 즉 부작용을 찾아내는 역할을 수행해야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선 약물 및 규제 과학을 전문적으로 하는 인력을 양성하고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미애 미래통합당 의원 역시 위기대응 의료품의 신속 허가는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도 지속적 수집·분석 등을 통한 사후 감독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영옥 식약처 의약품안전국장은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해당 법안은 특별법으로 (개발 중인 의료품은) 약사법, 체외진단 의료기기법 등 개별법도 적용받는다. 이들 법에서 장기 추적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속하게 사용할 길은 열어두되 사후 안전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취지”라며 “현장에도 그렇게 관리할 예정”이라고 했다.

"현 식약처 인력으로 불가능"

전문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신영기 교수는 “이 법안대로 한다면 한국의 식약처 인력으로는 (이행) 불가능하다”며 “우선 심사, 수시동반 심사, 조건부 품목허가 등을 원활히 하려면 인력 보완 없이는 실효성 확보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시행 시기가 늦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혜영 민주당 의원은 “법안 시행일을 보면 공포 6개월 후로 돼 있다”며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공포 즉시 시행되는 것으로 하되 일부 예외를 둘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김 국장은 “동의한다. 다만 하위 규정을 만드는 데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며 “관련 부처와 협력해 최대한 빨리 시행되도록 준비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