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법' 띄우는 與, '제2의 백선엽 사태' 불거지나

[the300]

고 백선엽 예비역 육군 대장의 안장식이 엄수된 지난달 15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백 장군의 부인 노인숙 여사가 헌화를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75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국립묘지에 안치된 친일 인사 묘를 강제 이전할 수 있도록 하는 국립묘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른바 '파묘(破墓)법'이다. 여권은 '역사 바로 세우기'에 필요한 법안이라는 입장이지만, 야권에서는 고(故) 백선엽 장군 겨냥한 법안 추진이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파묘법' 발의한 민주당…"대한민국 정신 가치 재확립하는 문제"


권칠승 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친일반민족행위자의 국립묘지 안장을 금지하고, 유골이나 시신을 다른 장소로 이장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 국립묘지법에 따르면 친일파의 경우 국립묘지 안장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고 있다. 이들의 유골이나 시신을 국립묘지 외의 장소로 이장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없다.

권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한 사람 중 안장대상심의위원회가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훼손한다고 인정하는 경우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국가보훈처장이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유골이나 시신을 국립묘지 외 장소로 이장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민주당은 이어 지난 13일 '친일파 파묘법' 관련 공청회를 열고 파묘법 추진 의지를 보였다. 송영길, 안민석, 김병기 등 민주당 의원 11명은 이날 공청회에서 파묘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 목소리를 냈다. 

송영길 의원은 "상훈법, 국립묘지법 개정 등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과정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벌 주고 보복하는 것이 아니라 옳고 그름을 공명정대하게 만들고 대한민국의 중심가치로 세우는 것은 보수 진보의 문제가 아닌 우리 대한민국의 정신적 가치를 재확립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공청회장 한쪽에는 백 장군 등의 친일행적을 명기한 모형 묘비가 놓였다. 묘비에는 1993년 일본에서 출간된 '간도특설대의 비밀'에 실린 백 장군의 "우리가 전력을 다해 독립군을 토벌했기 때문에 한국의 독립이 늦어졌던 것도 아닐 것"이라는 발언이 적혀있었다.


김종인 "국가 발전에 도움 안 되는 법, 국민 분란만"


파묘법 발의를 계기로 백 장군의 현충원 안장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백 장군은 6·25 전쟁 때 주요 전투를 승리로 이끌며 한국군 최초로 4성 장군에 올랐다. 지난달 10일 숙환으로 별세한 뒤 대전현충원에 안장됐지만, 과거 만주군 간도특설대 장교로 복무한 이력 때문에 '현충원 안장'을 두고 공방이 일었다.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은 공청회에서 백 장군을 프랑스 앙리 필리프 페텡에 빗대 비판했다. 페텡은 1차 세계대전 영웅이었지만 2차 세계대전 때 나치의 프랑스 괴뢰정부 수반을 지내 처벌 받았다. 김 전 관장은 "페텡에게 적용된 최고재판소 판결문의 죄목은 통적죄(通敵罪), 즉 적과 내통한, 국가에 대한 배반행위였다"며 "페텡은 여러 측면에서 백선엽과 비교된다. 공과의 선후가 바뀌었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여당의 백선엽 장군 파묘법 발의와 관련해 "대한민국의 오늘을 건재하는 데 있어서 공로를 생각하면 내가 볼 때는 그런 짓은 국민이 이해 못 할 것"이라며 "국민 분란만 일삼는 것이지 국가 발전에는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친일이라고 하는 말 자체를 갖고서 국민을 나눠 득을 보려고 생각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득을 볼 수 없을 것"이라며 "우리가 미래에 대해 준비를 해도 지금 제대로 된다고 얘기할 수 없는데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밤낮으로 옛날 일만 얘기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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