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코로나 암초 만난 '신남방 2.0'…'보건'으로 돌파구

[the300]목표 교역규모 제시 못할듯…코로나 시대 소프트파워 강화

[부산=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해 아세안 정상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19.11.26. dahora83@newsis.com
문재인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신남방정책'이 암초를 만났다. 코로나19(COVID-19)의 영향으로 '버전 2.0'을 제시한다는 계획에 차질이 발생했다. 교역액 확대가 어려운 환경인 만큼, '보건 소프트파워'에 집중한다는 복안이다.

12일 정부에 따르면 청와대 및 외교당국은 올해 문 대통령이 발표할 신남방정책 비전에 '2.0'을 빼는 것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개최된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이후 '신남방정책 2.0'을 발표하겠다는 구상을 수정하는 것이다.

'신남방정책 1.0'은 올해까지 교역규모 2000억 달러를 달성한다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해왔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내 무역 구조를 개선해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외교영역을 확장한다는 비전이다.

문재인 정부들어 한-아세안 교역규모는 1490억 달러(2017년), 1600억 달러(2018년), 1510억 달러(2019년)를 기록하며 2000억 달러 목표에 한 걸음씩 다가갔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한-아세안 정상회의를 통해 아예 '아세안 퍼스트 새질서'를 골자로 하는 '문재인 독트린'을 선언했다.

청와대는 지난해 한-아세안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끝난 직후 "신남방정책 2.0을 2021년부터 추진하겠다"고 공식 천명했다. '신남방정책 2.0' 비전을 마련하기 위한 용역 리서치 역시 진행했다.

정부는 '신남방정책 2.0'을 통해 새로운 교역 목표치를 설정하면, 아세안 교역규모를 중국 수준(2500억 달러 내외) 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올해 11월 예정된 제37회 아세안 정상회의에 맞춰 문 대통령이 직접 새 비전을 공개하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올들어 코로나19 팬더믹(대유행)이 발생, 국제교역이 얼어붙자 상황이 반전됐다. 올 상반기 한-아세안 교역규모는 691억 달러에 그쳤다. 현재까지 코로나19 유행 상황을 볼 때 1000억 달러 달성도 쉽지 않다는 분위기다. '신남방정책 1.0'의 목표였던 2000억 달러 대비 절반 수준의 성과만 올리는 셈이다.

/그래픽=이지혜 기자
정부가 진행해온 용역 리서치에도 이같은 분위기가 대거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코로나19로 인해 기존 목표를 달성하기 힘든 상황, 구체적인 향후 교역목표를 제시하기 힘든 상황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신남방정책에 '2.0'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 새로운 접근방식을 채택해야 한다는 쪽으로 무게가 기울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새 비전의 이름에 2.0을 넣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부터, 여러가지 내용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마련될 신남방정책 비전에는 코로나19 팬더믹 상황에 맞게 '보건 리더십'을 강화하는 방안이 포함될 게 유력하다. 코로나19에 취약한 아세안 국가들을 대상으로 K-방역 전수, 치료제 및 백신 개발협력 등을 앞세워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란 전략이다. 

실제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아세안+3 화상 정상회의를 통해 ‘한-아세안 보건장관대화 채널’의 신설, 치료제 및 백신개발 협력 등을 언급했다. 지난 6월 김건 외교부 차관보는 아세안 10개국 화상회의를 통해 코로나19 관련 현황과 조치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보건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코로나19 시대에 맞는 보건협력 강화는 아세안 역내에서 우리의 소프트파워를 증폭시키는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물량의 중국·일본과 달리 소프트파워를 기반으로 한 '매력 국가'를 내세우는 게 신남방정책의 주요 전략이기도 하다.

정부 관계자는 "아세안 국가들이 현재 한국에 가장 간절히 원하는 것 중 하나가 보건협력"이라면서도 "아세안 국가들의 한국 경제에 대한 니즈에는 변함이 없다. 여전히 한국에 강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기에 신남방정책을 흔들림없이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