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감독기구' 띄우는 당청…통합 "전시행정…국민 감시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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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 보좌관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08.10. dahora83@newsis.com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투기의 시대를 끝내겠다"며 제안한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청와대와 여당은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선 시장교란 세력을 감시·견제해야 한다며 연일 긍정적인 효과를 강조하고 나섰다. 반면 야당에선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주택을 시장에만 맡겨두지 않고 세제를 강화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전세계의 일반적 현상"이라며 "(규제) 대책의 실효성을 위해 필요시 부동산 시장 감독기구 설치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미 지난 2월부터 '부동산 시장 불법행위 대응반(부동산 대응반)'을 임시조직으로 운영 중이다. 국토교통부 1차관 직속 조직으로 부동산 실거래·자금조달 조사를 총괄하고 부동산시장 범죄행위를 수사하는 역할을 맡는다.

문 대통령의 언급 이후 이 부동산 대응반을 별도조직으로 개편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금융시장 단속을 위해 금융위원회 산하에 금융감독원을 별도로 둔 것처럼 이를 독립기구로 운영하자는 것이다.

청와대와 여당에선 감독기구 띄우기에 나섰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은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부동산 시장 감독기구가 설치된다면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는 부동산 시장 안정기능을 유기적으로 잘 통합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보다는 상당히 강한 기능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한 것이 또 필요하다면 준비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감독기구가 부동산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주식시장에 대한 관리처럼 시장교란 행위가 많은 국민에게 피해를 주고 이것이 경제적으로 나쁜 영향을 준다면 그런 교란 행위들을 제거해 주는 것이 시장이 활성화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박선호 국토교통부 1차관과 김영수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장, 김영한 국토교통부 불법행위대응반장, 박재용 서울특별시 민생사법경찰단장 등이 21일 오전 세종시 뱅크빌딩에서 열린 부동산시장 불법행위 대응반 현판식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불법행위대응반은 부동산 실거래·자금조달계획서 조사와 부동산 시장 범죄행위 수사, 부동산 관련 불법행위 정보 수집·분석 등 업무를 수행한다. 2020.02.21. ppkjm@newsis.com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진성준 의원도 별도 기구 설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진 의원은 같은날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주식시장이나 금융시장을 감독하는 금융감독원과 유사하게 '부동산감독원' 같은 것을 별도로 설치해 강제 조사권을 갖고 불법행위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충분한 인력과 조직을 갖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국토부에 부동산 시장 불법행위 대응반이 편성됐는데 인원이 15명에 불과해 각종 불법행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고, 한국감정원 부동산 실거래조사팀은 강제 조사권이 없다"며 "현재는 시장 교란행위를 일삼는 투기세력들을 제대로 감시하고 단속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야당은 부동산 감독기구를 두고 전근대적 '국민 감시 기구'라고 비판한다. 미래통합당은 12일 부대변인 명의 논평을 통해 "시장을 흔들어 부동산 지옥을 만들어 놓고는 누가 누구를 감독한다는 것인가. 집 가진 사람을 우범자로, 부동산을 독극물로 본다는 느낌"이라며 "(감독기구는) 망한 나라 표본인 남미 어떤 나라에서나 겨우 볼 수 있는 기구"라고 비판했다.

부동산 대응반을 모태로 부동산 감독기구를 출범시키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상훈 통합당 의원이 국토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7월 부동산 대응반이 내사에 착수해 완료한 110건 중 증거 불충분이나 혐의 없음으로 종결된 건은 전체의 50%인 55건이었다. 나머지 55건 중 시장 교란 행위로 판단해 정식수사가 이뤄진 입건 건수는 18건에 그쳤고, 이 가운데 기소된 건수는 6건이었다. 기소된 6건 가운데 처벌된 건수는 약식기소 2건, 기소유예 1건 등 총 3건에 불과했다.

김 의원은 "특별사법경찰관까지 투입했지만 조사 대상 절반이 혐의가 없었다"며 "대응반을 모태로 부동산 감독원을 출범시키겠다는 것은 국민의 불안과 공포를 조장하는 전시성 행정의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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