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4차 추경' 드라이브…기재부·與 일부도 '당혹'

[the300]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이낙연 당대표 후보와 이시종 충북지사가 11일 집중 호우로 인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충북 음성군을 찾아 수해 복구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여야 지도부가 수해 복구를 위한 ‘4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처리하자고 한 목소리를 내자 재정당국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당혹감이 읽힌다.

우선 추경이 추진되면 이달 중으로 내년도 예산안 작업을 마친다는 기존 계획에 변경이 불가피하다. 피해 상황이 파악되기도 전에 일찌감치 ‘4차 추경’ 메시지가 나왔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與 "피해 모른 척? 이해 안돼"…野 "반대 안한다"



11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민주당과 정부는 12일 오전 4차 추경 등을 논의하기 위한 당정협의를 연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예비비 지출, 추경 편성 등 필요한 제반사항을 논의하겠다”고 예고했다.

기획재정부를 향한 당 지도부의 보다 직접적인 메시지도 나왔다. 박광온 당 최고위원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재정건전성) 부담 때문에 피해를 모른 척하는 게 이해 안 되지 않나”라며 “정부가 할 일”이라며 잘라 말했다.

수해 복구 현장에서도 민주당 의원들은 추경 필요성을 강조했다. 당권에 도전하는 이낙연 민주당 의원은 11일 충북 음성에서 수해 복구 자원봉사에 참여해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통화해보니 현재 기준으로 복구 지원하면 예비비 등으로 얼추 될 것 같다고 말씀했다. 만약 (피해 보상을 위한 재난지원금) 기준을 상향한다면 추경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재난지원금이 과거 기준으로 만들어져 물가나 가격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개선해서 실질적 보상이 이뤄질 수 있게 만들 것”이라며 추경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국적 피해 앞에 야당조차 추경을 반대하지 않는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은 모두 “기존 재원으로 부족하다면 추경을 하는데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달 10일 오후 경남 하동군 화개면 소재 화개장터 수해현장을 찾아 둘러보고 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내년 예산안 매진하던 기재부 '당황'


수해라는 돌발 변수에 기재부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 따르면 기재부는 국회에 제출할 내년도 예산안 편성 작업에 한창이다. 이르면 다음주 각 부처, 지방자치단체와 협의를 마치고 청와대에 보고한다는 계획이었다.

4차 추경이 추진되면 이같은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4차 추경 규모를 반영해 내년도 예산안 규모를 재조정해야 한다. 기재부는 물론 ‘기재부 안’에 촉각을 곤두세우던 여당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한숨이 나오는 이유다.

당국에서는 물리적으로 “여력이 없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4차 추경과 내년도 예산안 작업을 병행하게 되면 무리한 밤샘 작업 등 과로가 불가피하고 꼼꼼한 예산안을 짜는데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앞서 기재부 예산실 소속 모 서기관은 2018년 12월 새벽까지 이어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감액심사에 대응하기 위해 국회 인근에서 대기하다 뇌출혈로 쓰러지기도 했다.

근본적으로는 재정건전성을 지켜야 한다는 기재부 입장이 여전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세종 정부청사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조6000억원에 이르는 목적·일반 예비비 등 기존 예산도 상당하다”며 4차 추경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밝혔다.



"피해 상황도 파악 전인데" 민주당 일각에서도…



민주당 일각에서도 성급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이 있다. 피해 상황과 소요 예산 등이 집계되기도 전에 4차 추경을 서두른다는 우려다. 정치권에서는 지지 기반인 호남 지역에 대규모 피해가 발생하자 “마음이 급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극복과 한국판 뉴딜 사업 등에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돼야 하는 상황도 고민을 더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모 의원은 11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구체적인 피해 상황이 파악되기 전에 추경 얘기가 먼저 나왔다”며 “메시지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폭우가 내렸는데 (피해 상황을) 가지고 있을까 싶다”며 “그 때 추경을 언급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기획재정위원회의 민주당 모 의원은 “예비비를 우선 사용해야 한다. 지자체의 재난관리기금도 많이 있다”며 “추경을 당장 거론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게 개인적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2주 후면 내년 예산안이 제출되는 상황”이라며 “정부 역시 4차 추경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달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미래통합당이 불참한 가운데 예산결산위원회 전체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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