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롱 받는 靑 일괄사표…'노영민'에 달린 약발

[the300][뷰300]15년전 수석 2명 교체에 끝나…與에서도 더 강한 충격파 필요성 제기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2019.09.19. photo1006@newsis.com
회심의 수를 던졌지만 '약발'이 안 먹힌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및 청와대 수석비서관 5명의 일괄사표 얘기다.

민심은 싸늘하다. 냉소에 가깝다. 사표를 낸 6명 중 3명이 다주택자인 상황, 그리고 노 실장을 두고 '똘똘한 서초 아파트'가 논란이 돼 온 상황이 겹쳐지며 조소 섞인 시선까지 느껴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면전환을 위해 모처럼 던진 카드이지만 오히려 악수처럼 돼가고 있다. 사표 사실을 갑작스럽게 공개하며 비장함을 증폭시켰지만, "정권은 유한하고 부동산은 영원한 것이냐"는 비아냥을 이기지 못한다.

사실 이번 '일괄사표'는 기시감이 느껴진다. 문 대통령은 이번 수를 던지며 15년전의 효과를 기대했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시민사회수석이었던 본인과 김우식 비서실장을 포함해 6명의 참모가 일괄사표를 던졌던 기억 말이다.

당시 이기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각종 의혹으로 사흘만에 낙마한 후 던졌던 일괄사표 카드는 쏠쏠한 효과를 낳았다. 아군의 피는 최소화하면서 국면전환까지 달성했다.

일단 이 부총리를 추천했던 이해찬 당시 국무총리까지 논란에 휩싸이는 것을 차단했다. 또 노무현 대통령은 인사수석·민정수석의 사표만 받으면서 동시에 '인사검증'을 화두로 띄웠고, 국회인사청문회 대상을 장관까지 확대하게끔 제도를 개선했다.

왜 2020년과 2005년의 상황이 다를까. '회심의 수'이지만 '타이밍'에 문제가 있다. 2005년 이기준 부총리 임명은 1월4일, 사퇴는 7일, 청와대 일괄사표는 9일이었다. 닷새만에 일괄사표 카드가 나오며 논란 증폭을 막았다.

하지만 노 실장이 청와대 다주택 참모들에게 "집을 팔라"고 권고한 것은 지난해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려 8개월을 이슈를 끌어오며 논란만 확대됐다. 여기에 설상가상 부동산 정책이 실패를 반복했다.  

청와대 수석들의 일괄사표가 현재의 어려운 부동산 시장과 무슨 관계가 있냐는 비판 역시 존재한다. 여권에서도 "김상조 정책실장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그대로인데 시민사회수석이나 인사수석이 사표를 낸다고 부동산에 화가난 국민이 감동을 하겠나"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15년 전 본방에 이은 재방송이라는 점도 효과를 반감시킨다. 참신함과 진정성보다는 정교하게 계산된 정치적 승부수라는 느낌을 줄 수밖에 없다.

냉소를 조금이라도 반전시키려면 결국 15년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스토리를 진행시켜야 한다. 사실 청와대 대변인이 비서실장을 비롯한 수석비서관들의 사의 표명을 공식 발표한 것은 이들 대부분을 교체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게 일반적이다. 기존 시나리오대로 수석 2명 정도를 교체하고, 국면전환을 시도하는 정도로는 국민의 냉소를 벗어나기도 힘들다. 

무엇보다 노영민 실장의 거취에 관심이 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수석급 2명만 경질됐던 2005년보다 더 충격파를 줄 수 있는 인물인 탓이다. 청와대 참모진들의 다주택 이슈를 8개월 동안 끌어온 책임자였고, 직을 던진 이들 중 부동산 정책 관여도도 높았다. 

일괄사표 후 "비서실장은 후임자를 찾아야 하므로 노 실장이 당분간 유임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오지만, 이렇게 진행될 경우 이번 건은 악수만 가득했던 실수로 기록될 게 유력하다. 국민들의 청와대에 대한 냉소와 조소는 더 강해질 것이다. 노 실장의 사표수리라는 과감한 결정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여권에서도 흘러 나온다. 

결단은 빠를수록 좋다. 문 대통령은 오는 10일 오후 2시 예정된 수석보좌관회의까지는 사표수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수보회의 전까지 금명간 결재할 수도 있고, 수보회의 메시지를 통해 사표수리 사실을 알릴 수도 있다. 노 전 대통령은 2005년 당시 수보회의를 통해 인사·민정수석의 사표수리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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