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소정이]'불신' 뒤덮인 국회, 국민 '분노'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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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0회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이 산회가 선포되자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7월 임시국회가 여당의 입법 독주로 끝났다. 21대 국회는 여야가 모두 등판한 첫 무대부터 고성과 폭언으로 얼룩졌다. 176석이라는 '절대 과반'을 앞세운 더불어민주당은 부동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들을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무기력했다. 여당이 강행 처리한 법안 표결에 불참하는 방식으로 미력한 존재감을 드러냈을 뿐이다.

민주당은 입법 시급성을 주장하며 전체회의에서 법안 상정과 심사, 처리를 단행했다. 소위원회에서 법안을 심사하는 국회 관행을 깼다. 통합당의 어깃장으로 소위원회 구성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신속한 법안 처리를 위한 표면적 명분일 뿐, 이보다 더 큰 이유는 통합당을 향한 '불신'이다.

여야는 21대 국회 원구성 협상에서 '상임위별 법안심사소위원회 내 안건 처리는 합의 처리를 원칙으로 한다'고 합의했다.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차지한 상황에서 통합당에 일부분 '비토권'을 부여한 것이다. 쟁점 법안을 소위원회로 넘길 경우 통합당의 반대로 합의 처리가 불발될 것으로 민주당은 판단했다. 합의 원칙을 깨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부담감도 작용했다. 통합당이 "무조건 반대가 아니라 법안 심사를 제대로 하자는 것"이라고 항변했으나, 민주당은 소위원회 구성 없이 법안 처리를 강행했다.

통합당의 상임위 보이콧 역시 '불신'에서 비롯됐다. 민주당이 기재위·국토위·행안위·운영위·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법안 상정을 강행하자 통합당 의원들은 퇴장했다. 민주당의 일방적인 법안 심사를 거부한 것이다. "반대토론과 대안을 제시하면 반영할 수 있다"는 민주당의 목소리를 믿지 않았다. 부동산 법안들에 대한 '송곳' 지적은 표결 직전 본회의장에서 이뤄졌다. 법안 심사가 아닌 여론전을 위한 정략적 호소다.

지난달 29일 법사위에서 벌어진 촌극은 여야의 뿌리 깊은 불신을 보여준다. 법안 상정을 두고 김도읍 미래통합당 의원과 설전을 벌이던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소위원회를 구성하면 (회의를) 종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의원이 여야 간사 간 소위원회 구성 협의를 위한 정회를 요청했으나, 윤 위원장은 정회 없이 협의하라며 거부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통합당 의원들이 '소위원회로 넘기면 합의하겠다'고 말해놓고, 공개적으로 발언해 달라니 못 하겠다고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동물·식물 국회'라는 오명을 쓴 20대 국회는 막을 내렸으나, 여야의 불신은 이어지고 있다. 21대 국회가 출범한 지 2개월 만에 '협치'는 실종되고, 갈등과 반목의 구태정치만 남았다. 여야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 국회가 지속된다면 국민들의 분노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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