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강남아파트 판 靑참모, 남았나 붙잡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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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 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07.27. since1999@newsis.com
27일 오후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 익숙한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김조원 민정수석이다. 김거성 시민사회수석, 이호승 경제수석도 없었다. 본인 또는 배우자 명의를 합쳐 집을 두 채 가진 고위 참모들이다. 참석하지 '못했다'는 게 정확할 지 모른다. 이들이 왔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수보회의 메시지 대신 다주택 참모들의 표정에 시선이 더욱 쏠렸을 것이다.

29일 현재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다주택 참모들은 1채만 남기고 집을 팔아야 한다. 청와대가 시한으로 제시한 이달 말이 다가오자 특히 김조원 민정수석의 거취가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가 서울 잠실과 도곡 아파트를 가져 '강남 2채'란 상징성이 컸다. 

다주택을 정리하거나 청와대를 그만두거나 둘 중 하나라는 기류 속에 자연히 민정수석 교체설이 퍼졌다. 김 수석이 지난 주말 잠실 아파트 매매에 나선 걸로 전해지자 교체설은 잦아들었다. 김 수석이 1주택자가 된다면 청와대에 남을 가능성이 높다. 달리 보면 김 수석 스스로 남기보다 청와대가 그를 꼭 붙잡아야 했다.

민정수석은 정부 공직기강을 관리하는 역할이다. 앞서 두 개의 선택지 중에 집을 팔지 않고 사퇴하는 쪽이었다면 국민들이 박수를 쳤을까. 도리어 청와대란 간판, 막강한 권력보다 강남 아파트가 낫다는 '강남불패' 신화를 재확인하는 결과였을 것이다.

반대로 2주택을 해소하지 않은 채 자리를 유지했어도 따가운 시선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청와대로선 어떤 경우도 나쁜 시나리오다. 김 수석이 한 채를 팔게 만들어 잔류시키는 게 절실했던 셈이다. '솔선수범'에 스스로 발목이 잡힌 결과다. 

지난해 12·16 부동산대책 발표 시점, 노영민 비서실장은 "수도권 내 2채 이상 집을 보유한 청와대 고위 공직자들은 1채를 제외하고 처분해 달라"고 권고했다. 시한은 6개월로 잡았다. 그런데 6월 중순까지 집을 판 참모는 일부였다. 대부분 이런저런 이유가 있었다. 

'핑계'를 댔다는 문제가 아니다. 애초 다주택 참모들이 집을 팔아야 한다고 가이드라인을 정한 것부터 자충수였다. 이들이 과연 강남 아파트를 팔겠느냐, 서울과 비수도권에 한 채씩 있다면 어느 쪽을 팔겠느냐는 것에 시선이 확 쏠렸다.

당시 나름 정교한 기준을 둔 것도 역효과다. 수도권 내 강남 3구나 투기지역, 또는 투기과열지구에 집이 2채 이상 있는 경우만 팔도록 했다. 노부모 부양 목적처럼 인간적인 사연은 '불가피한 사유'로 봤다. 이는 국민공감을 얻기보단 일부 고위직에게 빠져나갈 길을 터주는 걸로 인식됐다.

때마침 6·17 대책이 발표되며 국민정서에 기름을 부었다. 부랴부랴 7월까지 2차 매각 시한을 정했다. 이번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팔아야 한다. 그만큼 여론이 나빠졌다. 노 실장은 충북 청주 아파트를 팔았지만 여론을 이기지 못하고 서울 서초구 아파트도 팔기로 했다.

이해충돌을 막겠다는 취지는 좋다. 솔선수범 논리도 그렇다. 여론을 달래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가진 집을 강제로 팔도록 하는 게 옳은 방향일까. 어떤 이는 부동산이나 경제 정책에 관여하지 않았고,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집을 사고팔지도 않았다. 단순히 고위직이라고 해서 '다주택자' 낙인이 찍혀 강제처분에 나서야 한다. 

정부 공직자로서 정책에 대한 책임감은 무겁게 느끼는 게 맞다. 그러나 집을 두 채 이상 가진 걸 이유불문하고 죄악시한다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여권 내부에서도 "정무적으로 잘못된 판단"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 근본적으론 집값을 내릴 수 없는 조건을 정부 스스로 만들면서 억제를 약속했다는 지적이 있다. 정부는 강력한 재정정책을 펴고있다. 덕분에 코로나19(COVID-19) 충격을 받고도 경제가 선방하고 있다고 자평한다. 세 차례 추경을 통해 돈이 투입된다. 그에 앞서 수도권 신도시 개발을 위해 토지보상금도 풀렸다.

이런 상황에서 다주택, 엄밀히 2주택자부터 '투기꾼' '투기세력'으로 몰아세운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부동산문제는 워낙 복잡해서 쾌도난마식 해법은 없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정치력이라도 발휘해 정교하게 다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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