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의 '천박한 도시'…국민이 천박하게 만들었나

[the300][야시시(野視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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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과 관련해 '시정 공백에 책임을 통감하고 피해 호소인의 고통에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이런 상황에 당 대표로서 통렬한 사과를 드린다'며 사과했다. 2020.7.15/뉴스1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임기를 한 달여 앞두고 있다. 1988년 제13대 국회에 입성한 이래 7선을 했고 정치인생 막바지에 제21대 총선에서 사상 최대 승리를 거뒀다. 소위 '진보세력'이라는 민주당 계열에서 상징적 정치인이다. 

강한 카리스마와 원칙을 내세우는 꼬장꼬장한 스타일로 당을 장악해왔다. 강력한 통제력으로 당내 분란과 혼란을 막아왔지만 거침없는 언행으로 숱한 논란도 낳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해찬 리스크'라는 말이 생겼다.



'이해찬 리스크'…발언 자체보다 태도가 더 문제


"너 한번 나한테 혼나볼래" 이 대표가 2019년 4월 25일 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태 당시 국회 대치상황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향해 일갈했다. 수많은 동료 정치인들과 취재진이 보는 앞에서 제1야당 원내대표에게 반말로 호통쳐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말부터는 이주여성과 장애인, 경력단절여성 등 사회적 약자 비하 발언 논란에 거듭 휩싸이더니 올 들어서는 서울, 부산 등 대한민국 대표 도시 폄하 논란까지 빚어졌다. 총선을 앞둔 4월 부산을 방문해 '초라하다'고 표현했고 이달 24일에는 서울을 거론하며 '천박한 도시'라고 언급했다. 고(故)박원순 전 서울시장 의혹이 터지자 관련 질문을 한 기자를 노려보며 "후레자식"이라고 말한 지 보름이 채 안돼서다.

야당은 "지역감정을 조장한다", "막말 폭탄으로 정책 실패를 덮으려는 것이냐"며 총공세에 나섰다.

발언 내용보다 더 큰 문제는 이 대표로 상징되는 여당의 태도다. 민주당은 논란이 확산하자 25일 입장문을 내고 "이 대표의 발언은 세종시를 품격 있는 도시로 만들자는 취지"라며 "서울의 집값 문제, (서울이) 재산 가치로만 평가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뒤 문맥은 생략한 채 특정 발언만 문제 삼았다며 언론 탓을 하기도 했다.

(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세종시청 여민실에서 열린 세종시 착공 13주년 및 정책아카데미 '세종시의 미래, 그리고 국가균형발전의 시대'를 주제로 송재호 국회의원, 이춘희 세종시장과 함께 토크콘서트를 하고 있다. 2020.7.24/뉴스1


발언 맥락을 살펴보면 일정 부분 이해도 간다.

이 대표 전날 세종시청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행정수도 이전을 언급하며 "(프랑스) 센강 같은 곳을 가면 노트르담 성당 등 역사 유적이 쭉 있고 그게 큰 관광 유람이고, 그것을 들으면 프랑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안다"며 "우리는 한강 변에 아파트만 들어서 가지고 단가 얼마 얼마라고 하는데, 이런 천박한 도시를 만들면 안 된다"고 했다.

민주당 해명대로 '품격 있는 도시'를 추구하자는 뜻은 맞다. 말 꼬투리가 잡혔다며 억울할 수도 있겠다. 



국민이 '천박한 도시' 만들었나…집값 폭등에도 김현미 "11% 올랐다"



그러나 국정운영에 막중한 책임이 있는 집권여당 대표가 마치 남의 얘기하듯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 '천박한 도시'는 누가 만들었나. 집 가진 국민인가, 한강 변 아파트 살 엄두도 못 내는 국민인가. 방송 토론회에 나왔다가 "집값 안 떨어진다"고 '뜻하지 않은 고백'을 했던 서울시 부시장 출신 여당 의원의 말대로 부동산 문제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 들어 내놓은 수 많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값이 치솟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문 대통령 집권 이후 51.7%(KB시세 기준 중위가격) 치솟았고 행정수도 이전 카드는 불난 세종시 아파트값에 또 기름을 끼얹었다.

이미 전국 최고 수준의 상승률을 보여왔던 세종시 집값은 현지 부동산 중개업자들도 어리둥절할 정도로 초강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11억원에 거래됐던 새롬동 더샵힐스테이트(전용면적 99㎡)는 고작 한달만에 호가가 2억원이나 치솟았다.

사정이 이런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국감정원 통계 기준 11% 오른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국민의 체감을 반영하는 다른 통계들도 뻔히 있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설명도 없이 11%부터 언급했다.

(춘천=뉴스1) 성동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낙연, 김부겸, 박주민 후보가 26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 세종호텔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7.26/뉴스1



유리하면 '고주알미주알', 불리하면 '모르쇠'…민심에 고개 돌리는 오만해진 권력



주무부처 장관을 탓할 것도 없다. 당·정·청이 다르지 않다. 청와대는 사실상 다주택자 참모를 교체하는 블랙 코미디를 연출하고 집권여당 원내대표는 돌연 행정수도 이전 이슈를 꺼내는 판이다.

전 세계적으로 시중에 돈이 넘쳐 난다. 국내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렇다면 그만큼 근본적으로 고민하고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열어야 한다. 천박한 도시라고 품평하기보다, 말귀 못 알아듣는다고 탓하기보다, 겸손하게 돌아볼 일이다.

정권 후반부로 갈수록 부글부글 끓는 민심에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 잦아진다. 굳이 조국 사태를 새삼 들먹이지 않아도 윤미향, 박원순, 백선엽 등 불리하거나 난감한 논란에는 입을 닫아버린다. 유리하다 싶으면 외국 정상과 통화내용 하나하나까지 친절하게 국민들에게 소개해주는 정권 아닌가. 

집권 4년 차 대통령 지지율은 꺾이고 있고 코로나 사태가 불러올 경제위기는 이제 시작이다. 집권여당의 새 대표 후보로 나선 이들은 저마다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 정권을 재창출'하겠다고 외친다. 태도부터 바꾸지 않으면 위기 극복도 새 시대 준비도 어렵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다. 올 초 임미리 교수가 집권여당을 비판하는 칼럼을 썼다는 이유로 이 대표에게 고발당했을 때 회자됐던 성경 말씀이다. 오만해진 권력자들이 있는 한 '천박한 도시'는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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