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도전 원희룡 "나는 민주당에 져 본 적 없다"

[the300][300티타임]소장파 20년만에 찾아온 '원희룡의 시간'

원희룡 제주지사
“저는 선거에 나가서 민주당 후보에게 진적이 없습니다”

지난 26일 제주도 서울본부 사무실에서 만난 원희룡 제주지사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상대가 민주당 후보라면 당내 어느 누구보다 경쟁력이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1999년 이회창 총재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한 이후 세 번의 총선, 두 번의 지방선거에서 모두 민주당 후보를 꺾었다. ‘무패’의 정치인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다소 인색하다. 1982년 학력고사 전국수석으로 대학에 진학한 뒤 누구보다 민주화운동에 앞장 선 그에게는 이른바 ‘운동권 딱지’가 붙었다. 

2000년 정치에 입문한 후 초선 개혁파의 기수로 당의 혁신을 주도하면서 얻은 별칭은 ‘소장파’였다. 그렇게 지난 20년의 정치인생 동안 보수정당에서 원 지사는 언제나 ‘비주류’였다. ‘개혁’ ‘혁신’의 노력이 곡해되거나 일부만 부각된 때문이다.

보수진영에서 그를 ‘비주류’로 만들었던 삶의 궤적들이 이제는 보수진영에서 그를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으로 만드는 자산이 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보수정당이 몰락의 길을 걸으며 ‘개혁’적이며 ‘젊은’ 인물을 찾기 시작했고 그렇게 ‘원희룡의 시간’을 만들려 한다. 

당은 ‘소장개혁파’의 대표인 원 지사를 주목하기 시작했고 보수진영 강성 지지자들이 ‘백안시’했던 운동권 이력은 이제 보수진영의 외연 확장을 가능케 해줄 무기가 됐다.

원 지사는 이날 머니투데이 더(the)300과 인터뷰에서 “나는 보수 후보 중 진보진영에서 가장 거부감 없는 후보”라며 “민주화세대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이력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나는 보수가 만든 기회균등과 성취의 사다리를 온몸으로 증명한 보수의 대표 상품”이라며 “ 진보층이든 젊은층이든 서민이든 당의 외연을 과감하게 확장해서 정면돌파할테니 나를 선택하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원 지사와 일문일답.


"제주출신이 약점? YS는 거제도, DJ는 하의도 출신"


원희룡 제주도지사
-사실상 대선출마를 공식화했다. 영남중심의 현재 통합당에서 제주출신으로서 당내 경선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 같다.
▶️제주출신이라는 점이 약점일수도, 강점일수도 있다. 영남이 선택한 후보, 호남도 받아들일 수 있는 후보가 이길 수 있는 후보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거제도,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하의도, 제주도라고 안 되라는 법은 없다.

-당내 잠재적 경쟁자는 누구라고 생각하나.
▶️이길 수 있는 후보가 나가야 한다. 우리는 야당이고 도전자다. 상대당 후보보다 더 젊고, 더 개혁적인 후보가 나가야 이길 수 있다. 나는 보수 후보중 진보 진영에서 거부감 없는 후보다 민주화 세대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이력도 있다. 기득권 586과 맞서는데 도덕적으로 밀리지 않는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이 자리에 온 사람 아니다

-‘사람’보다 ‘시대정신’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시대정신은 이 시대의 결핍이다. 식민지에서는 독립, 전쟁에선 평화, 독재에선 민주, 빈곤에선 성장이다. 지금 시대정신은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새로운 개인과 사회의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이다.


"기본소득 중요하지만 역량 강화가 우선"


원희룡 제주도지사

-새로운 개인과 사회에 대한 패러다임을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
▶️인간과 자연과 기계의 공존, 지속가능한 발전이 문명발전의 기준이 되는 시대가 온다. 소득과 자산의 빈부격차, 교육과 직업기회의 격차로 인해 결국엔 꿈마저 격차가 고정되고 여기에 디지털 격차라는 더 강력한 격차가 다가온다. 여기에 공정한 희망의 사다리를 놓고 변화를 주도하고 적응할 역량을 준비시키는 것이 국가의 최대과제다.

-이를 위한 과제 중 하나가 기본소득인가
▶️기본소득 논의는 세계화와 기술혁신으로 빈부격차가 고정화되고 있어 국민의 삶의 기본요소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배경에서 나왔다. 그러나 세계 어느 나라도 전면적 도입 단계는 아니다. 재정조달, 지속가능성, 효과 등 논쟁이 많다. 시간을 두고 한국형 기본소득 방안을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본소득을 전면도입하는 건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미인가.
▶️기본소득은 강의 흐름에 비유하면 하류에 대한 이야기다. 즉 경제활동의 결과로서 소득에 관한 이야기이다. 상류에는 교육과 직업 기회의 공정성, 각자가 갖춘 역량의 수준 문제가 있다.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에 국민의 역량을 키우는 것, 기본역량을 갖추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전국민 기본역량론’으로 가야 지속가능하다. 역량의 격차를 놓아두고 소득만 N분의 1 소액으로 뿌리는 것은 미봉책이다.

-기본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핀란드를 먹여살리던 노키아가 망했지만 핀란드 국민은 대대적인 직무전환교육 통해 더 많은 기업과 직업을 만들어냈다. 이런 것이 일상화, 제도화돼야 한다. 교육혁명이 필요하다. 20대, 40대, 60대 최소한 세번의 교육기회를 보장하고 일과 학습, 생활과 양육의 선택권과 균형이 맞는 삶의 방식 전환이 필요하다.


"2030세대가 2030년 준비해야…정치와 국가의 청년화"


원희룡 제주도지사

-또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제가 있나.
▶️젊은 2030세대가 주인이 돼 미래를 만들어가게 해야한다. 기후변화, 재정부담의 가장 큰 이해당사자들이다. ‘2030세대가 2030년을 준비한다’는 컨셉으로 디지털전환시대에 정치와 국가의 청년화 프로그램을 제시할 계획이다.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기 위해서는 기성세대의 퇴장이 선행돼야 하지 않나.
▶️ 디지털로 무장하고 글로벌 감각을 갖춘 세대가 지금부터 10년 뒤, 20년 뒤를 만들어 가야한다. 그러나 이런 세대가 하루아침에 떨어지는 게 아니다. 서로 손잡고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지금 사회의 중심에는 86세대가 여전히 서있다.
▶️저도 86세대이지만 이념의 세대는 가야한다. 지금의 86세대는 괴물과 싸우다 괴물과 닮아버린 모습이 드러난다. 기득권화되고 권위주의화되고 배제의 정치를 하고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원 지사도 대표적인 86세대 아닌가.
▶️1982년부터 1990년까지 민주화운동을 위해 어느 누구보다 치열한 삶을 살았다. 하지만 그 이후에 이념으로부터는 자유로워졌다. 운동권의 집단논리에서 자유로워졌다. 그게 저의 인생에서 한 주기 전환이었다. 저는 (운동권에) 죄책감이 없고 도덕성에서 밀리지 않는다.



"탄핵의 그림자 걷어내야 혁신 성공


원희룡 제주도지사

-보수를 언급하지 않던 원 지사가 스스로를 ‘보수의 대표상품’이라고 칭했는데.
▶️저는 20년동안 보수개혁을 외쳐왔다. 하지만 개혁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이 어려움에 쳐했다. 제가 보수의 대표상품이라고 한 것은 진보층이든 젊은층이든 서민이든 당의 외연을 과감하게 확장해서 정면돌파할테니 나를 선택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소장파 시절 비주류로 보수진영의 외곽만 맴돌던 모습은 잊어달라.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키고 소년가장이 집안을 일으키듯 (제가) 새로운 길을 여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보수’라는 말을 쓰지말라고 한다.
▶️담대한 보수의 유전자를 일깨울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 보수의 역사와 당의 역사에 대해 얘기하다보니 ‘보수’라는 용어를 안 쓸 수 없었다. 김 위원장은 보수하면 실패가 생각나니까 용어를 쓰지말자고 한 것이다. 일체감을 강조하기 위해 어쩔수 없이 보수라는 말을 쓰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저도 최소화할 것이다.

-보수정당이 국민들로부터 외면받은 이유는 무엇인가.
▶️2016년 총선에서 졌으면 민심을 읽고 변화를 해야 하는데 이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다 탄핵을 자초했다.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역시 변화를 거부했다. 이는 2020년 총선 결과로 나타났다. 103석이라는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지만 당내에 과거를 억누르던 힘, 과거를 고수하려는 힘은 상당히 해체됐다는 점에서 새로운 공간이 열린 것이다.

-바닥은 쳤다고 평가하는 것인가.
▶️탄핵의 그림자를 자기주도적으로 걷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더 내려갈 수도 있다.

-‘탄핵의 그림자를 걷어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특정 세력의 청산인가.
▶️정치가 제거를 목표로 하면 비극으로 끝난다. 세력의 청산보다는 주도권의 문제다. 탄핵을 할만했느냐 아니냐를 떠나 대다수 국민들이 결정한 사안에 대해 일부가 불복하고 있다. 그리고 막말하는 사람이 당의 중심도 아닌데 당 대표가 된다. 당에 대한 뉴스가 나올 때마다 국민들이 혐오하거나 기피하는 이미지가 여전히 아른거린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잘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게 탄핵에 대해 단호한 결별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탁핵을 복권해야 한다는 것으로 중심이 바뀐다면 당은 더 바닥으로 갈 수 있다.



"제주에서의 시간은 정치여백…미래를 그린 시간"


원희룡 제주도지사

-2011년 총선불출마 선언 후 제주지사의 길을 택했다. 현재 관점에서 당시의 선택을 어떻게 평가하나.
▶️제주라는 지역으로 간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로 간 것이다. 제주에서의 시간은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이었다. 청정제주에서 힐링하고 전기차·드론·블록체인 등 미래가 이미 다 와 있고 나는 미래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제주지사로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중앙정치에서 멀어졌다는 평가도 있다.
▶️제주에서의 시간은 공백이 아니라 정치의 여백이었고 백지에서 미래를 그리는 시간이었다. 숲이 잘려나갈때 그루터기가 남아 새싹을 틔우는 것처럼 탄핵과 이후 과정에서 가장 상처를 덜 입은 것도 있다.

-‘소장파 원희룡’ 말고 새로운 브랜드를 창출해야할 것 같다. 어떤 차별화된 전략으로 유권자들에게 호소할 것인가.
▶️한 마디만 하겠다. 저는 선거에 나가서 민주당에 진 적 없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1964년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 출생 △제주 제일고 △서울대 법학대학△1992년 사시 수석 합격 △1995~1998년 서울, 수원. 여주, 부산지방검찰청 검사 △변호사(법무법인 춘추) △16,17,18대 국회의원 △2004년 한나라당 최고위원 △제17대 대통령선거 한나라당 경선 후보 △2010년~2011년 한나라당 사무총장 △2012~현재 제주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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