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70주년 6·25행사가 진짜 보여준 것

[the300]

6.25전쟁 장진호전투의 류영봉 참전용사(이등중사)가 25일 70주년 6.25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복귀신고를 하고있다./사진=청와대 유튜브

로이 나이트 주니어(1931~1967)는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미국 공군 조종사다. 지난해 8월, 그는 52년만에 고향인 텍사스로 돌아갔다. 살아서 가진 못했다. 1967년 라오스에 임무를 나갔다가 실종됐다. 미국-라오스 정부는 1994년부터 추락현장을 다섯 차례나 발굴, 지난해 발굴한 유해가 그의 것이라고 확인했다.

유해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한 여객기에 실렸다. 기장 브라이언 나이트가 고인의 아들이다. 브라이언 기장은 기내방송에서 자신의 사연을 말했다. 8월8일 댈러스 러브필드 공항 안내방송에도 이 소식이 흘러나왔다. 유해를 실은 관이 활주로에 내려졌다. 터미널 유리창으로 이를 지켜보던 수백명이 함께 묵념했다.

많은 이들이 미국을 보며 우리는 왜 저렇게 못하느냐고 물을 때가 있다. 미국엔 다양한 면이 있고 평가도 엇갈린다. 그러나 참전용사(베테랑)나 전몰장병에 대한 예우와 보훈만큼은 누구나 인정한다. 로이 나이트의 공습으로 얼마나 많은 라오스, 베트남인들이 희생됐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미국은 국가가 보훈에 어때야 하는가를 보여줬다.

문재인 대통령은 몇몇 분야에서 기존의 진보-보수 벽을 넘었다. 집권을 위한 선거 전략이기도 했지만 본인의 정체성도 담았다. 보훈정책이 대표적이다. 문재인정부는 역대 진보·보수 정부를 통틀어 가장 센 보훈정책을 편다.

우리나라 보수진영의 근간이 안보에 있다고 보면 보수정부 시기에 보훈이 약했다는 건 금방 납득이 가진 않는다. 노력하지 않은 정부가 어디 있겠나. 국군유해 발굴만 해도 여러 정부에 걸친 노력의 결실이다.

그럼에도 이념적 한계와 관성이 뚜렷했던 것으로 보인다. 남북한 첨예한 대치와 대결 그 자체를 '안보'와 혼동했던 것 아닌가 하는 자성이다. 정부는 독립유공자가 작고할 때 영구용으로 쓸 태극기를 보내준다. 2017년까지도 이걸 택배로 보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8·15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유공자 초청행사에서 "면목없고 부끄럽다"며 "앞으로는 인편으로 직접 태극기를 전하고, 대통령 명의의 근조기와 조화 지원 대상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택배가 꼭 나쁘단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받는 입장에서 어떤 것이 예우와 정성으로 느껴질까.

문 대통령은 휠체어를 탄 유공자를 만나면 무릎을 굽히고 허리를 숙여 눈높이를 맞춘다. 유공자 보상, 유족연금 등을 강화했다. 잊혀진 독립유공자를 발굴하고 여성 유공자들을 재발견했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은 올해 총선 키워드로 세가지 A를 제시했다. 진영의 벽을 건너(어크로스·Across) 상대의 가치를 선점한다는 A도 있다. 25일 서울공항서 열린 70주년 6·25 행사는 이 점을 넘치게 담아냈다. 

유해를 싣고 온 수송기 동체를 스크린 삼아 영상을 펼쳤다. 그 위에 늘어선 드론의 불빛은 군인이 경례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미국 등 22개국 정상들의 영상 메시지도 눈부셨다. 수송기를 호위했던 F-15K 6대 중 한 대의 조종사는 6·25 참전조종사의 손자다. 문 대통령은 전사자 12만여명을 반드시 찾겠다는 뜻으로 만든 '122609 태극기 배지'를 옷에 달았다.

우리도 이런 '클라스'의 보훈 행사를 봤다. 누군가는 연출과 기획을 말하지만 그걸 가능하게 한 것은 결국 대통령의 진심이다. 또 그것이 대통령 개인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실력일 것이라고 믿는다.

문 대통령은 "보훈에는 국경이 없다"고 말했다. 보훈에 이념도 없어야 할 것이다. 과거사를 분명히 밝히는 것과 함께, '영웅‘들을 최대한 예우하는 노력은 대통령이 누구건 계속돼야 한다. 보훈은 보수뿐 아니라 더많은 국민에게 인정받기 위한 진보의 필수조건인지도 모른다. 

김성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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