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 비해 짐 무거웠다" 김연철을 위한 변명

[the300]NSC상임위원장 맡겼던 盧정부 vs "북한 아는 사람 없다"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남북관계 악화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전격 사퇴 의사를 밝힌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9일 오전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김 장관은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다음날인 지난 17일 사의를 표명, 대통령의 재가를 기다리고 있다. 2020.6.19/뉴스1

남북관계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9일 통일부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근 남북관계 악화 국면에서 여권이 한목소리로 통일부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항변'으로 비칠 수 있는 발언이어서 미묘한 파장이 일었다.



"권한에 비해 짐 너무나 무거워"


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통일부 직원들에게 "미안함 투성"이라며 통일부가 "주어진 권한에 비해 짊어져야 하는 짐은 너무나 무거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중국 영화 ‘인생’의 '살아있으면 좋은 날이 오겠지'란 대사를 언급하며 직원들에게 "앞으로도 한동안 비바람이 세차게 불 것이나 넘어지지 않고 고비를 견디면 기회가 올 것"이라 했다. 김 장관은 "저의 사임이 지금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쇄신하고 통일부의 위상과 역할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김연철 장관의 마지막 외부 공개일정이 된 지난 1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 때의 발언과도 맞닿아있다. 

더불어민주당만 참석해 열린 21대 첫 외통위는 '통일부 질타'로 채워졌다. 통일부가 상황이 지금처럼 악화될 때 까지 '소극적'이었다는 이유다. 

'광의의 직무유기', '통일부 인식이 안일하고 둔감' 등 모든 참석 의원들이 일제히 김 장관에게 책임론을 쏟아냈다. 통일부가 대북전단 살포 방지 등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남북관계 악화가 초래됐다고도 했다.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답하던 김 장관도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김태년 민주당 의원의 '질책'에 답하는 과정에서 "통일부가 미흡한 부분들이 있다"면서도 "다만 책임을 질 수 있을 만큼의 권한도 부여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왜 문재인 정부 통일부 장관이 좀 더 적극적이지 못했냐 하는 아쉬움과 지적에 대해 해명해 달라"는 안민석 민주당 의원의 발언에도 김 장관은 "통일부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대북전단 관련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0.6.16/뉴스1



靑 국가안보실이 주도…질타는 통일부에?


김 장관의 '통일부의 위상과 역할 재고' 당부는 주요 대북정책 결정이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이뤄져 온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참석 의사를 밝히며 급물살을 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과정에서 전면에 나서 정세판단과 방향을 주도한 건 청와대였다. 

'정상회담'을 통한 '톱다운' 프로세스였던만큼 청와대의 주도가 불가피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 '기대'와 다르게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은 결렬됐다. 

정부는 이후에도 수개월간 북미대화 진척에 희망을 걸었다. 지난해 9월 뉴욕 한미정상회담 후 청와대는 양 정상이 '한미공조를 바탕으로, 협상을 통한 비핵화를 추진한다'는 원칙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외교안보 주무부처 장관들은 계속해서 "남북·북미관계의 선순환"을 강조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진척돼 대북제재 등이 완화되면 남북관계도 본격적으로 진척시키자는 의미다. 

반면 김 장관은 지난해 4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북한이 모든 채널을 닫아버린 후에 부임했다. 그는 지난해 5월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승인부터 했다. 그 전에 8차례 불허된 방북을 승인한 것이다. 같은 해 6월엔 국제기구인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북한에 국내산 쌀 5만톤을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적극적 대북정책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결정들이었다. 그러나 북한이 이미 대남소통을 닫은 뒤였다. 모두 북측의 불응으로 불발됐다. 

올해 초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독자적인 남북관계 발전'을 강조하며 통일부는 대북개별관광 등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남북철도연결 사업 등 2018년 남북합의에 담긴 약속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까지 겹치며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밤 평양 5.1경기장에서 열린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남북정상회담 기간 동안 환대해 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평양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2018.9.19/뉴스1



참여정부 NSC 상임위원장은 통일부 장관 


통일부의 격을 더 높이거나 통일부 장관의 결정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남북관계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시절엔 청와대 차원에서 통일부 장관에 힘을 실어줬다. 

참여정부는 2004년 외교·안보분야를 총괄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북한 전문가인 이종석 사무차장 직할체제로 재편해 대북정책에 힘을 실었다. 그를 2006년 2월 통일부 장관으로 임명하면서는 NSC 상임위원장도 맡겼다. 

김대중정부시절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남북정상회담에 깊이 관여했던 박지원 단국대 석좌교수는 19일 통일부 장관을 부총리급으로 격상, 북·미관계에서 더 전면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대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지만 북한의 제2인자"라며 "통일부 장관은 과거처럼 중하고 무게 있는 분을 부총리 겸 통일부장관으로 임명해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북한 전문가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외교부, 김유근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군 출신이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제2차장은 미국 변호사로 일하다 외교통상부의 통상전문가로 정부에 합류한 이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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