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여당'이 법사위원장을 포기 못하는 '진짜' 이유는?

[the300][300소정이: 소소한 정치 이야기]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절대 과반인 민주당이 상임위원장 전석을 갖고 책임 있게 운영하는 것이 민주주의 원리”-5월27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

“협상은 처음부터 없었다. 협박만 있었다.”-6월8일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법제사법위원장’(법사위원장)을 둘러싼 여야 ‘한판 승부’가 끝을 향한다. ‘슈퍼여당’인 민주당은 “상임위원장 전석을 갖겠다”고 으름장을 놓는가 하면 미래통합당은 “협상이 아닌 협박”이라며 앓는 소리를 낸다.

결국 법사위원장을 양보하라는 메시지다. 일명 ‘국회 상왕’으로 군림했던 법사위원장을 차지한다는 의미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다. 핵심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일하는국회법’에 있다.

민주당은 당론 1호 법안인 ‘일하는국회법’(국회법 개정안) 발의를 목전에 두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후보 시절 내걸은 ‘간판 공약’으로 강한 의지가 담겼다. 당 일하는국회추진단(한정애 단장)이 지난 한달여간 의견 수렴 및 법안 작업 등에 구슬땀을 흘렸다.

현행 국회법 54조(위원회 의사정족수·의결정족수)에는 위원회는 재적 위원 5분의 1 이상 출석으로 개회하고, 재적 위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명시됐다.

표결 절차에 대한 별도 규정도 있다. 국회법 109조에는 의사는 헌법이나 이 법의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써있다.

그럼에도 입법 과정에서 다수결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합의를 최우선시하는 ‘국회 관행’ 때문이다. 합의는 ‘만장일치’로 해석된다.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일하는 국회 추진단' 회의에서 한정애 추진단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스

상임위 법안소위가 대표적이다. 법안소위는 대체로 여야 위원의 합의에 따라 법안을 의결한다. 따라서 위원 1명이라도 특정 법안에 대해 강한 반대 의견을 내면 법안소위를 넘지 못한다. 

20대 국회에서 일부 반대에도 법안소위 문턱을 넘어선 경우는 행정안전위원회가 논의했던 ‘소방직 국가직화법’(이재정 안) 등 극히 소수다.

여야 갈등이 극에 달하면 민생 법안들이 법사위 논의나 본회의 표결 전에 사장되는 이유다. 국회 입법은 통상 △의원 발의 △상임위 전체회의 상정 △상임위 법안소위 의결 △상임위 전체회의 의결 △법사위 전체회의 상정 및 의결 △본회의 부의 및 의결 순을 거친다. 

이에 민주당은 '일하는 국회법'에 신속·심도 있는 법안 심사를 위한 ‘다수결 원칙’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법안소위 위원은 재적위원 과반수 이상의 찬성으로 해당 안건을 표결에 부칠 것을 소위원장에게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소위원장은 해당 안건을 표결에 부쳐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다시말해 다수가 찬성하는 법안이 상임위 법안소위의 ‘만장일치’ 없이도 의결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다수당이 법안소위 등에서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다.

여기에 '일하는 국회법'은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 내용도 담았다. 소관 상임위에서 여야가 합의한 법안을 법사위가 ‘뭉개는’ 과거와 결별이다.

이같은 민주당 구상의 마지막 장애물은 법사위원장이다. 일하는국회법 역시 실현되기 위해선 현행 법사위를 거쳐야 한다. 야당 출신 법사위원장이 여야 이견을 이유로 ‘법안의 무덤’으로 불리는 법사위 제 2소위에 넘기거나 전체회의 계류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민주당이 176석(선거 후 제명·탈당 제외)을 앞세워도 해당 법안을 통과시킬 방법은 330일 이후 성과가 나는 ‘패스스트랙’(신속처리안건) 외 사실상 없다.

20대 국회 ‘트라우마’도 있다. 당시 법사위원장은 대체로 일부 의원이 격렬히 반대하는 법안은 2소위로 보내거나 전체회의에 남겼다. 반면, ‘타다금지법’에 대해선 이철희 민주당·채이배 민생당 의원 등의 격렬한 반대에도 ‘다수가 찬성한다’는 등의 이유로 의결했다. 법사위원장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일하는국회법 역시 본회의에 오르지 못하고 사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상규 위원장이 지난 3월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간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 여 위원장, 채이배 민생당, 김도읍 미래통합당,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간사. / 사진제공=뉴스1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