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세계 신질서 주역..文대통령 "조금도 회피 안해" 이유는

[the300]美 올해 G7 의장국..트럼프, G11 또는 G12 구상

문재인 대통령이 G7 확대에 한국도 참여해달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제안을 전격 수용한 데 대해 청와대는 2일 "우리나라가 세계 질서를 이끄는 리더국 중 하나가 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밤 15분간 한미 정상 전화통화에서 "G7체제의 전환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G7이 낡은 체제로서 현재의 국제정세를 반영하지 못한다. G11 이나 G12체제로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라며 문 대통령의 의견을 물었는데 여기에 화답한 것이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중장 진급자 삼정검 수치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0.06.02. dahora83@newsis.com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초청에 기꺼이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G7체제는 전 세계적 문제에 대응하고 해결책을 찾는데 한계가 있다”며 “G7체제의 전환에 공감하며, G7에 한국과 호주, 인도, 러시아를 초청한 것은 적절한 조치”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G7 확대에 한국을 언급한 건 코로나19 대응국면에서 한국의 국가 위상이 몰라보게 높아진 결과다. 앞으로 국격을 더 높이는 출발점도 된다. 물론 한국이 미-중 사이에 끼어 선택을 요구받는 구도이긴 하다. 그럼에도 한국이 세계질서 주도그룹에 명백히 포함되면 지금과 다른 유무형의 국가이익을 거둘 수 있다고 문 대통령이 판단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 관련 "조금도 회피할 필요가 없다"며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2일 전했다.

강 대변인은 "이제 세계의 외교질서가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을 빌면 낡은 체제인 G7에서 G11 또는 G12로 전환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라며 "만약 연말 문 대통령 방미가 성사된다면 이는 G7 옵저버 자격으로 가는 일회용, 일시적 성격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G11 또는 G12 새 국제체제의 정식 멤버가 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세계 질서를 이끄는 리더국 중 하나가 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플랫폼 규제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전 트위터에 관해 보도한 뉴욕포스트를 들어 보이고 있다. 2020.05.29.

문 대통령은 2일 중장 진급자 삼정검 수여식에서도 대한민국의 높아진 위상을 늘 생각하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해 G11 또는 G12 체제를 추진하는 점, 한국이 감염병 대응에서 세계의 모델로 평가받는 점에 대해 “이제 국민도 비로소 '우리가 선진국이구나'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군도 그런 나라의 군대로 거듭나야 한다”고 당부하고 미국의 군사력 평가기관인 글로벌 파이어파워(GFP)가 재래식 전력을 중심으로 올해 세계 각국의 군사력을 비교한 결과 한국이 6위란 사실도 언급했다.

하지만 G11 또는 G12국가로 도약이 한국의 외교력을 시험대에 올리는 숙제인 건 분명하다. 중국을 압박·봉쇄하려는 미국의 태도가 부쩍 강해졌다. 이에 문 대통령은 "강대국 간의 갈등"에 우려의 목소리도 냈다. 미국이 내민 손을 잡으면서도 균형감을 드러내 보인 묘안으로 풀이된다.

첫째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세계경제 위기가 갈수록 깊어지고 우리 경제 역시 2분기 들어 1분기보다 더한 역성장을 보이고 있다"며 "더욱 심해지고 있는 자국 중심주의와 강대국 간 갈등도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이라고 밝혔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선 “인구, 경제규모, 지역대표성 등을 감안할 때 (브라질을)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하다”고 답했다. 강대국끼리의 충돌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국내적으로 분명히 하면서, 브라질 참여라는 카드를 통해 미국일변도에 치우치지 않는다는 감각도 확인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좋은 생각”이라며 “그런 방향으로 노력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중장 진급자 삼정검 수치 수여식에 참석해 박주경 군수사령관에게 삼정검 수치를 수여하고 있다. 2020.06.02. dahora83@newsis.com

외교가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G7 확대 의지가 중국에 그다지 큰 압박이 아닐 수 있다는 해석이 있다. 이른바 선진국그룹의 재편 때문에 중국이 실질적 타격을 입는 게 아니라면 우리가 중국만 지나치게 의식해 G11 또는 G12로 올라설 기회를 걷어찰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갈 길은 멀다. 일회성의 옵저버 국가 초청 외에 G7 회원국 자체를 영구히 늘리는 건 기존 회원국의 동의가 필요하다. 국가간 이해관계도 첨예하게 얽힌 문제다. 미·중 사이 전략적인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국익을 지켰다면, 앞으로 더이상 그런 방법은 통하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G7 외에 초대하고 싶다고 밝힌 4개국 중 한국에 가장 먼저 전화를 걸었다. 또 통화를 마치며 문 대통령에게 "이 통화를 대외적으로 언급하시고 긍정적 발표문을 내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그렇게 하겠다. 한국 국민들도 기뻐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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