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국 국무부가 외교부에 전달한 미 국무부 기밀해제 문건/자료제공=외교부 |
1980년 5.18 민주화운동 전후 기록을 담은 미 정부 측 기밀문서 43건(143쪽분량)이 15일 공개됐다.
1990년대 중반 민간 측 요구로 부분 공개됐던 문건이 전면 공개된 것으로, 주한 미국 대사관이 미국 국무부에 보고한 문서가 대부분이다. 구체적으로 1979년 12월 12일 군사 쿠데타 직후인 1979년12월13일부터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 재판이 끝난 1980년 12월13일까지의 기록이다.
일부 내용은 윌리엄 글라이스틴 당시 주한 미 대사가 회고록으로도 밝혀 내용상으로 새로운 사실은 없지만 미 정부 문건으로 공식 확인됐다는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외교경로로 5·18 민주화 운동 관련 문서의 기밀해제 검토를 공식 요청했으며, 미 정부가 기밀해제한 이 문서를 지난 12일 우리 정부에 전달했다.
그러나 광주에서의 발포 책임자 규명 등 5.18의 진상을 파악하는데 핵심인 미국 국방부쪽 문서는 여전히 공개되지 않고 있어 추가적인 정보공개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미 정부 측에 국방관련 문서 역시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12.12 직후 美 대사-전두환 면담
1979년 12월15일자 전문에는 1979년 12.12 군사반란 이틀 뒤인 14일 오후 글라이스틴 당시 주한 미 대사가 전두환 당시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장을 만난 기록이 담겨 있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전두환과의 접촉을 우려했다. 마치 미국이 전두환이 이끌던 군부 그룹의 적법성을 받아들였다는 신호처럼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럼에도 미국 측의 우려를 전두환에게 직접 전달하는 게 낫다는 판단하에 전두환을 만난다.
이 자리에서 글라이스틴은 12.12 군사반란이 정치, 경제안정과 민주주의 안정, 북한의 위협 등에서 갖는 중대한 함의를 지적하며 우려를 전했다. 이에 전두환은 정승화 참모총장 강제연행 등을 포함, 당시의 조치가 쿠테타도 혁명도 아니고 박정희 사망에 대한 조사를 수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인적 야망이 없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글라이스틴은 전두환이 12·12 사태를 사전에 계획했다는 걸 숨기려 했다고 보고했다. "전두환은 군부 내 다수의 정승화 지지자가 향후 몇주 동안 상황을 바로잡으려 행동할 가능성을 우려했다"고도 본국에 전했다.
글라이스틴은 "전두환과 동료들은 군사적 반격을 저지하는 데 우리(미국)의 도움을 받고 싶어한다"며 "우리가 향후 몇주, 몇 달 간 매우 곤란한 선택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5.18 전날 미 대사-최광수 대통령 비서실장 면담
계엄령을 전국으로 확대한 1980년 5월17일 글라이스틴 대사가 청와대에서 최규하 당시 대통령의 비서실장인 최광수와 만나 나눈 대화도 기록됐다.
글라이스틴은 최광수 실장에게 군부가 정치적 결정을 내리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매우 강력하게 말한다. 휴교령 확대, 국회 해산 등이 강경하다며 사태를 원만히 해결할 것도 조언한다.
이에 대해 최광수는 재야의 요구를 받아들여 개헌 프로그램을 시도했다고 얘기 한다. 그러나 군부가 학생들에 대한 정부의 온건한 태도에 매우 비판적이라 최규하 대통령이 계엄령에 대해 할 수 있는 말이 없을 것이라 했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본국에 최규하 대통령은 제야 인사, 대학생의 요구를 들어보려 노력하고 있지만 정부(최규하 정부)가 군부에 포섭됐고, 군부를 두려워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5.18 당일 이희성 전 계엄사령관 "통제 못하면 베트남처럼 공산화"
글라이스틴 대사가 1980년 5월18일 이희성 당시 계엄사령관과 만난 기록도 있다. 이희성은 학생들 사이에서 공산주의가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며 계엄령 확대를 정당화했다.
그는 글라이스틴에게 "국민들이 학생 시위와 경기 하강을 우려하고 있다"며 "공산주의 옹호 내용의 고려대 성명서가 나온 이후 국민들 목소리가 더 거세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사령관은 "학생 50%가 선배들에게 배웠고, 20%는 동아리 등에서 배웠다고 한다. 입학한 지 두 달밖에 안 된 학생들"이라면서 "이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면 한국도 베트남과 비슷하게 공산화될 것"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the300,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베스트클릭
- 1'175석' 민주당, 국회의장+법사위원장 요구…원구성 난항 예고
- 2'태풍이 된 남자' 조국 현상의 3가지 이유
- 3"군대 가기 싫어" 여친도 도왔다…적발된 169명 수법 보니
- 4"군대 가기 싫어"…없던 '뇌전증·우울증' 등 만든 159명의 최후
- 5與 유용원 "국방안보에 청춘 바쳐…31년 전문성으로 승부"
- 6[영상]북한 침투했던 그 무인기…표적 찍자, K9 포탄 140발 '쾅쾅'
- 7'AI·우주·반도체' 등에 올해 4000억 투자…K-방산 수출 뒷받침
- 8'채상병 특검 논란' 속 해병대 75주년…사령관 "거친 파도 이겨내자"
- 9北, 이란처럼 드론·미사일 섞어 보내면?…"공격 탐지·요격 가능"
- 10방사청, 기업 경영개선에 3000억 금융지원…K-방산 수출 돕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