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과거사법' 합의문, 도장 찍다가 야당 반대로 무산

[the300]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형제복지원 피해자 유가족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2층 현관 지붕에 올라가 과거사법 제정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유가족은 전날인 5일 오후부터 형제복지원 진상규명과 과거사법 제정을 촉구하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2020.5.6/뉴스1


두 달 전 합의 무산...결국 지붕 오른 피해자


'한국판 아우슈비츠'로 불리는 '형제복지원' 사건 생존 피해자인 최승우씨가 지난 5일부터 국회에서 밤샘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진상규명과 피해자 보상방안을 담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거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6일 머니투데이 취재결과 올해 3월 국회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가 여야 간 합의수정안을 마련했으나 미래통합당이 갑자기 입장을 바꾸면서 법안 처리가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미래통합당·민생당 간사가 모여 합의문에 도장을 찍던 중 이채익 통합당 간사가 갑자기 중단을 요청한 뒤 반대로 돌아서면서다. 

과거사법은 2005년 노무현 정부 시절 제정됐다. 이 법을 근거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출범해 과거사 조사 활동을 수행했다. 그러나 2010년으로 활동 기간이 만료돼 형제복지원,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사건', '소년판 삼청교육대'라 불린 경기도 '선감학원' 등 미해결 과제를 남긴 채 해산했다. 

과거사법 개정안은 이 위원회 조사 활동을 재개하는 근거법이다. 행안위는 지난해 10월 야당 반대속에 안건조정위와 전체회의를 거쳐 법사위에 과거사법을 올려보냈으나, 법사위는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이뤄진 표결 등 절차를 문제 삼으며 행안위에서 여야 간 합의해 번안(飜案)을 마련해오도록 했다.

이재정·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9년 11월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장앞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과거사법 통과 촉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합의안은 우선 통합당 요구대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 구성을 상임위원 3인(대통령 지명1인·국회추천 2인) 포함 9인(대통령 지명1인·국회추천 8명)으로 변경하고, 국회추천 8인에 대한 교섭단체별 추천도 여야 각 4인·상임위원 수도 여야 각 1인으로 맞추기로 했다.

개정안은 위원 수를 현행법과 같이 15명(국회 선출 8명·대통령 지명 4명·대법원장 지명 3명)으로 정했으나 미래통합당은 대통령 지명 비율을 줄이고 여야가 동일하게 4명씩 추천하는 수정의견을 고수했다. 2기 진실화해위에 대한 정부·여당의 영향력을 줄이겠단 의도다.

청문회는 '비공개'로 하도록 수정키로 했다. 개정안은 보다 실효성 있는 조사를 위해 청문회 도입을 신설했으나 통합당은 이에 반대하며 청문회 규정 삭제를 요구했다. 합의안에서는 청문회를 개최하되 비공개로 진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미래통합당이 요구한 조사기간 단축도 받아들여졌다. 조사기간은 개정안의 '4년'에서 통합당 요구대로 '3년간'으로 바꾸기로 했다. 조사기간 연장도 '2년'에서 '1년'으로 했다. 

법원 확정판결이 난 사건이어도 위원회가 '진실규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조사할 수 있도록 한 개정안도 통합당 요구를 수용해 '민사소송법 및 형사소송법에 의한 재심사유에 해당해 진실규명이 필요한 경우'로 수정했다. 


도장찍다, '잠시 시간달라'더니 반대 


형제복지원 피해자/사진=뉴스1

민주당으로선 협상의 추가 통합당에 상당히 쏠린 합의안이었으나 조속한 법안 통과를 위해 양보하기로 당내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통합당내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막판 합의가 불발됐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간사, 장정숙 민생당 간사, 이채익 통합당 간사가 모여 합의문에 도장까지 찍던 중 이채익 간사 "잠시 시간을 달라"며 서명을 중단시킨 뒤 나타나 갑작스럽게 심재철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의 불허로 무산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행안위 소속 야당 의원들도 지난해 10월 여당의 법안 강행에 절차적 문제를 지적했을 뿐 법안 자체는 통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새 원내지도부 구성이 마무리되면 이미 합의문이 마련된만큼 20대 국회 종료 전에 논의가 진전될 가능성도 있다.

행안위 소속 한 통합당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위원회 구성이 중립적으로 됐으면 한다는 의사표시는 한 적 있으나 개별의원 차원에서 (여야 간 합의를) 반대할 수 있겠느냐"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사법은 야당에서도 결국 수용을 해야하는 법안"이라며 "여야 새 원내지도부가 구성되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과거사법은 7개월째 법사위와 행안위 사이에서 표류했고, 900일 간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던 형제복지원 피해자 최씨는 결국 국회 고공 농성을 벌이며 법안의 20대 국회 통과를 호소하고 나섰다. 최씨는 지난해 11월에도 과거사법 본회의 통과를 촉구하며 국회 앞 고공농성을 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당시 내무부 훈령 410호 '부랑인의 신고, 단속, 수용, 보호와 귀향 조치 및 사후 관리에 관한 업무 지침'에 따라 부산 형제복지원에서 장애인 및 무연고자 등 시민을 강제 수용하고 불법 감금한 일이다. 형제복지원에서는 강제노역·폭행·성폭력·살인 등 인권유린이 자행됐으며 공식 확인된 사망자만 500명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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