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민주당과 어린 통합당이 만나면?

[the300][야시시]

편집자주야(野)의 시각에서 봅니다. 생산적인 비판,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고민하면서 정치권 안팎의 소식을 담겠습니다. 가능한 재미있게 좀더 의미있게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심재철 미래통합당 대표 권한대행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결과를 취재진에게 밝히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두고 내홍을 겪는 미래통합당은 오는 5월 8일 새로운 원내 지도부를 선출한다. 2020.4.29/뉴스1

"아 주라!"

야구장에서 파울볼 등을 어른이 잡았을 때 어린아이에게 주라는 관중의 외침이다. 1990년대부터 생겨나 부산 사직구장의 상징과 같은 말이 됐다. 화통하고 직설적인 지역 색채도 영향을 미쳤지만 어린 사람을 배려하는 우리 국민적 정서도 바탕에 깔렸다.

통상 노인공경 문화가 강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는 '건장한 청년'과 '힘없는 노인'의 구도일 때 힘을 발휘한다.

'가진 게 많은 어른'과 '공 하나에 절실한 아이'로 대비되면 다르다. 여론이 어디에 힘을 보탤지는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선거에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이 제21대 국회 첫해를 이끌어갈 원내대표를 7일 뽑는다. 참패한 미래통합당도 변화의 구심점이 될 원내대표를 8일 선출한다. 



민주당 새 원내대표 '50대 후반 이상 86세대' 확정



민주당은 3파전, 통합당은 아직 안갯속이다. 누가 슈퍼 여당의 원내사령탑이 될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나이'다. 후보로 나선 김태년, 전해철, 정성호 의원(기호순)은 1961~1964년생이다. 누가 되든 50대 후반이다. 우리 사회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는 딱 그 세대다.

당을 수습할 새 지도체제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는 통합당은 유력하게 떠오른 후보들이 없다. 불확실한 만큼 가능성은 열려 있다. 젊은 원내대표가 등극할 수도 있다.

인적 쇄신 측면을 떠나 전략적으로도 어린 원내대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림을 떠올려본다. 50대 후반 여권 최고 실력자와 다소 낯설기까지 한 야당 젊은 정치인이 제21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을 위해 머리를 맞댄다.

늘 그렇듯 치열한 신경전이 오가며 하루 이틀 시간이 흘러갈 것이다. 상임위 배분 등을 놓고 한창 공방이 이어질 때쯤 '원 구성 협상 난항' '일하는 국회, 시작부터 또 삐걱' 등의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할 테다.

코로나 후폭풍 탓에 더할 것이다.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경제 위기의 공포로 비판은 급속도로 거세질 수 있다.

싸늘한 시선과 비난은 어디로 향할까. 총선 민심대로라면 통합당 몫이다. 아직도 정신 못 차렸다는 공격을 받으며 '발목 잡기' 프레임(구도)에 걸려들기 십상이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 원내대표 선거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2020.04.28.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4.28.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4.27. bluesoda@newsis.com



통합당 젊은 원내대표? 그림이 달라진다


그런데 그림이 다르다. 야당의 얼굴이 꼰대 이미지의 '통합당스러운' 사람이 아니다. 일단 젊다. 그 자체가 무기다. 협상장에 마주앉은 민주당 원내대표가 어른으로 보인다.

자연스레 국민들은 180석을 떠올린다. 힘이 넘치는 골리앗과 앳된 다윗이다. 다 가진 자와 하나라도 얻어보려는 자다. 자칫 99마리 양을 가진 이가 1마리 양을 가진 이를 겁박하는 모양새로 읽힐 수 있다.

발목 잡기가 아니라 양보와 배려 프레임이다. 국민들이 여당에 충분히 힘을 실어줬는데 그 정도 양보와 배려도 못 하느나는 분위기로 흘러가면 통합당이 이긴다. 모든 법안의 길목인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등 핵심 상임위원장 자리를 확보해 103석의 효과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물론 하나의 시나리오일 뿐이다. 참담한 패배를 딛고 일어서야 하는 원내대표의 역할은 막중하다. 원내 전략도 중요하지만 당과 진영을 재건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노회한 원내대표가 나서야 할 수도 있다. 나이에 따라, 경륜과 지역 기반에 맞춰 지도부 적재적소에 인물을 세우고 키워야 한다. 당내 대선주자가 사실상 전멸한 상황이라 더 그렇다. 



치열하게 논의해 작전짜야



문제는 다양한 '카드'를 제대로 논의할 장조차 열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며칠이 됐든 당선인 총회를 열어 뜻을 모아야 한다.

'폭망'한 덕분에 누구도 사심을 대놓고 표현할 수 없는 이때가 기회다. 어떻게 해야 '나'가 아니라 '우리'가 살지, 이것만 고민해야 한다. 통합당이 살기 위해서가 아니다. 41.5%(통합당의 지역구 득표율) 국민들의 뜻을 받아 안기 위해, 견제와 균형의 원리로 날아야 할 대한민국을 위해서다.

내려놓자. 죽어야 산다. 어린아이에게 주기는커녕 공만 잡으면 어떻게든 자기 주머니에 챙겨 넣으려는 집단으로 보이면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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