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 대화, 소신, 일…21대 국회의 '클라쓰'

[the300][대한민국4.0, '대변혁'으로 가자][2회]‘한국정치4.0’-새로운 21대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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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대한민국이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간다. 국민들은 코로나19(COVID19)로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서 생존을 걱정한다. 더 이상 예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대한민국 정부를 비롯해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이 다가오는 미지의 세계를 준비해야한다.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운 미래를 위해 지혜를 모아야한다. 머니투데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해 ‘대한민국4.0, 대변혁으로 가자고 제언한다.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국회의사당 아치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른다./뉴스1



연봉은 '억'소리, 국민은 '악' 소리…"바꾸자" 목소리



국회가 새롭게 바뀐다. 한달 후면 21대 국회가 시작된다. 당선인 300명 중 절반이 넘는 151명이 ‘초선’이다. 잘못을 알고도 고치지 못했던 과거와 결별하는 시간이 다가온다. ‘파행’,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막말’, ‘패거리 정치’는 떠나 보내야 할 과거다. 그 자리는 ‘일하는 국회’, ‘합리’, ‘대화’, ‘소신’으로 채워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행동 강령으로 삼아야 할 지향점이다. 한국 정치를 한 단계 도약시킬 절호의 기회가 21대 국회 앞에 있다.

◇‘파행 국회’에서 ‘일하는 국회’로

국회의원은 국가공무원법상 선거로 취임하는 정무직 ‘공무원’이다. 헌법에 따라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는 뜻에서 고액 연봉을 받는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2020년 의원 1명에게 1억5187만9780원이 지급된다. △일반수당(8101만5600원) △관리업무수당(729만1320원) △정액급식비(168만원) △정근수당(675만1300원) △명절휴가비(810만1560원) △입법활동비(3763만2000원) △특별활동비(940만8000원, 연간 300일 기준) 등 항목도 다양하다.

‘파행’을 거듭했던 20대 국회에 국민들이 따가운 시선을 보낸 이유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머니투데이 the300(더300) 의뢰로 4·15총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 직전인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20대 국회의 가장 아쉬운 점’을 조사한 결과,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는 응답자가 전체 25.8%로 가장 많았다. ‘농성과 파행’(23.5%)이 뒤를 이었다.

농성과 파행 등에 매몰돼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는 냉혹한 평가다. 지난해 4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9월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 12월 예산안 및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등 여야는 정무적으로 싸울 때마다 ‘일터’인 상임위원회를 멈춰세웠다.

이에 21대 국회가 최우선 과제로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야 지도부가 상임위 운영을 협상의 도구로 삼는 관행을 끊어내야 한다. 법안과 현안 관련 구체적 사안은 각 상임위 간사에 맡기고 민생 정치를 회복해야 한다.

◇‘내로남불’에서 ‘합리’로

내로남불은 ‘20대 국회’를 지배한 키워드다. 여야가 공수를 교대하면 입장을 바꾸는 행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국민 눈높이가 높아졌다. 21대 국회를 앞둔 국민들은 합리의 실종, 궤변의 일상화를 부추기는 내로남불에 대한 경멸을 드러냈다.

‘21대 국회의원이 가장 해서는 안 될 행동이나 태도’에 대해 조사한 결과 ‘내로남불식의 자기 합리화’라고 답한 응답자가 40.4%에 달했다. 과거 고질병으로 여겨졌던 갑질과 같은 오만과 무례(23.3%), 막말이나 몸싸움(19%), 상대방 무시(8%) 등을 압도했다. 시대정신의 변화다. 내로남불은 대체로 타락한 진영 의식을 기반으로 한다. 같은 사안에 대해 상대편을 몰아세우면서도 우리 편에는 맹목적 지지를 보내는 모습이다. 21대 국회가 경계해야 할 우리 정치의 대표적 병폐다.

내로남불과 단절은 합리적 사고의 회복은 의미한다. 합리적 사고는 다원적, 다층적 현안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이해관계자의 입장이 뚜렷해지고 협상의 공간이 넓어진다. 소모적인 논쟁거리가 사라지면서 문제를 푸는 열쇠가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막말’에서 ‘대화’로

막말은 국회의원 개인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의원의 막말은 그를 선택한 국민에게 인간적 모멸감을 준다. 국회 전체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국민들을 정치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국회에서 막말은 협상 종료를 의미한다. 막말을 들은 동료 의원을 경쟁과 협상이 아닌 싸움의 대상으로 격하시킨다. 막말은 막말을 낳고, 협상 공간은 증오와 분노가 차지한다. 막말을 막을만한 뚜렷한 제도적 대안은 없다. 국회 비상설 특위인 윤리특별위원회가 운영 중이나 유의미한 역할을 해내지 못한다.

여야가 윤리특위 소집 자체에 소극적인데다가 ‘맞불’을 놓는 식으로 제출된 안건이 섞이면서 본질을 흐린다. 막말에 책임을 져야할 의원들이 제 때 처분되지 못하는 사이 또 다른 막말이 터져나온다. 21대 국회의원들은 막말 근절을 다짐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 앞에서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방식으로 ‘막말과 거리두기’를 약속하는 것이다. 지키지 못한 의원은 기성 정치인이 된 4년 후 ‘새 얼굴’과 국민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견뎌야 한다.

◇‘패거리 정치’에서 ‘소신’으로

국회에선 당론과 다른 소신을 얘기하는 의원은 눈칫밥을 먹는다. 같은편으로부터 ‘문자 폭탄’도 받는다. 일부 소신파는 ‘계란에 바위치기’에 낙심하고 떠난다. 시간이 흐를수록 소신 있는 인물들이 고갈되고 당내 전체주의가 강화된다.

전체주의식 ‘패거리 정치’는 다원과 공존의 민주주의의 장애물이다. 다수결과 절차적 민주주의에 기생하면서 더 나은 민주주의를 향한 도전을 가로막는다.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가 공론장에 나올 틈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만큼 우리 정치는 퇴행할 수밖에 없다.

소신 정치는 지도부나 의원 뿐 아니라 진영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극성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과대변되는 곳에서 소신 정치가 태동할 공간은 없기 때문이다. 전체주의식 정치는 일부 세력의 이익만 대변할 뿐, 대체로 시대의 변화를 읽어내지 못하고 위기를 맞이한다.

한편 머니투데이는 오는 5월21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대한민국4.0’(새로운 국회를 위하여) 포럼을 열고 21대 국회의원들이 최악의 평가를 받았던 과거 국회와 단절하고 새로운 국회를 만들 수 있도록 반드시 지켜야할 행동 강령을 담은 ‘국회의원 헌장’을 발표할 계획이다.




21대 국회, ‘이것’만이라도 제대로 해라



20대 국회가 한달여밖에 남지 않았다. 21대 총선 당선인들은 신발끈을 고쳐 맨다. 불출마를 선택한 이들은 다음 타자에게 넘겨줄 바톤을 쥔다. 떠나는 이들이 남긴 4년의 소회는 또 다른 4년을 뛰어야 할 이들에게 좋은 이정표가 된다. 20대 의원들의 ‘반성문’이 필요한 이유다.
21대 국회, ‘이것’만이라도 제대로 해라

◇백 투 베이직…처음부터 다시 쓰는 ‘개헌’과 ‘공천’

이들은 반성문에 “기본부터 다져야 한다”고 썼다. 여야가 구태의연한 정치문화를 바로잡고 일을 하려면 근본적인 제도 개혁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개헌이 첫 과제다. 매번 돌아오는 ‘사골 공약’이지만 한번도 실현하지 못한 카드다. 정치권은 여당이 넉넉한 총선 성적표를 받아든 이번이야말로 통큰 합의가 필요한 개헌의 적기라고 밝혔다.

5선의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헌은 포기할 수 없는 과제”라며 “국회와 대통령이 협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개헌의 포인트”라고 말했다. 야권도 공감했다.

채이배 민생당 의원은 “역대 국회에서 개헌에 실패했던 것은 개헌을 정쟁의 요소로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헌법 전문에 촛불정신을 넣느냐, 근로를 노동으로 바꾸냐 등 단어에 집착하는 대신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공천제도를 손보는 과제도 남았다. 공천권을 거머쥔 지도부의 눈에 띄려 애꿎은 ‘정쟁’과 ‘막말’을 일삼는 문화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박인숙 미래통합당 의원은 “모든 것이 공천에서 시작된다”며 “당선된 이후 마지막 날까지 오로지 공천에 매달리게 돼 제대로 된 정치를 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강창일 민주당 의원은 “쓴소리를 하는 사람을 키워주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며 “권위주의 시대의 투쟁에 능한 세대보다, 건전하고 합리적인 3040의 인적 구성이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척’ 말고 ‘일’을 하라…양질의 입법으로 진짜 생산성 높여야

제도 탓만 할 수 없다. ‘개헌’과 ‘공천제도’ 손질은 반쪽짜리 개혁이다.

일하는 국회가 되려면 정치인의 각성과 원내 문화 개선도 필요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주장이다. 일하는 ‘척’이 아니라 ‘일’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가장 힘이 실렸다. 20대 국회는 법안 통과율(35.7%)이 낮기로 유명하다.

정치권은 손보지 못할 법안을 ‘무더기’로 만드는 대신 꼭 필요한 법안을 만들기 위해 유권자와 소통하고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대 국회에서 입법조사처장을 지낸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핵심은 입법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유권자의 이야기를 상시적으로 듣는 소통의 노력을 제도화하고, 당론에 무조건 따르는 대신 생산적인 논쟁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운열 민주당 의원은 “법안의 평가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며 “하나의 법안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심사하는 국회 내 규제 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협치’ 약속의 실현이 생산성으로 이어진다는 주장도 나왔다. 채이배 의원은 “정세균 총리가 총선 이후 협치내각을 약속한 바 있다”며 “그 약속을 지켜달라. 협치내각을 만들고 통합당도 일정한 몫으로 역할을 하면 21대 국회는 ‘일하는 국회’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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