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5번 만나 '건당3분' 컵라면심사…'설익은' 정책

[the300][the300][대한민국4.0, '대변혁'으로 가자][2회-‘한국정치4.0’ 上]①데이터로 본 ‘20대 국회’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지난3월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6회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부결되자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항의하며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0.3.5/뉴스1


‘법률안을 심사하는 소위원회는 매월 2회 이상 개회한다’(국회법 제57조 6항)

20대 국회의원들이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며 앞다퉈 법을 발의했지만 생색만 냈을 뿐이다. 앞으로 한달동안 열릴 임시국회에서 우리 삶을 바꿀 꼭 필요한 법안이 얼마나 처리될 지 미지수다. 현재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심의를 기다리고 있는 법안은 총 1만5000여 개다. 다음달 29일까지 처리가 안되면 자동 폐기된다.


◇4년 동안 ‘5번’ 문 연 법안소위…일 안 하는 국회 


지난 4년 국회는 법안소위원회(발의 법안을 검토하는 첫 단계)를 몇 번이나 열었을까. 머니투데이 더300이 20대 국회(2016년 5월30일~2020년4월19일)의 법안 심사 현황을 파악한 결과 19개 상임위(특별위원회 포함) 내 법안소위는 총 702회 열었다. 상임위 한곳 당 1년에 10번 정도 소위원회가 열린 셈이다. 

상정된 법안 숫자를 보면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지난 4년 동안 19개 상임위에 제출된 법안만 2만 건이 훌쩍 넘는다. 이 중 소위에 상정된 법안은 1만2381건으로 총 1847시간16분(11만836분)의 시간이 걸렸다. 처리한 건수는 7106개다. 법안 하나당 심사 시간이 8.95분에 불과했다.
상임위 중에선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가 법안소위 개최 횟수 꼴찌를 기록했다. 지난 4년 동안 문체위는 법안소위를 5번 열었다. 올 4월까지 문체위가 상정한 283건의 법안은 한 건당 약 3.5분의 심사 시간을 거쳤다. 정보위원회가 총 6번의 법안심사 소위를 개최해 뒤를 이었다.

상대적으로 ‘열일’ 한 상임위는 기획재정위와 환경노동위였다. 각각 20대 국회에서 86번, 72번 열렸다. 기재위는 1764건의 법안을 상정해 법안 하나당 8.6분의 시간을 할애해 심사했다. 환노위 고용노동소위는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등 쟁점 법안을 논의하기 위해 다소 많이 열렸지만 법안 하나당 심사 시간이 10여 분에 불과했다. ‘날림 심사’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태업 국회에 볼모 잡힌 법안 



법안소위는 발의된 법안의 부족한 점을 찾는 첫 단계다. 수석전문위원이 쟁점을 설명하고 의원들이 토론을 통해 조금씩 수정한다. 정부부처 실무자들도 참석해 정부 입장을 설명한다. 법안소위의 횟수가 적다는 것은 쟁점에 대해 충분히 토론하고 개선할 기회가 없었다는 말과 같다.

국회 법안소위가 ‘태업’을 일삼은 원인은 여야 정쟁에 있다. 법안소위 개최 ‘꼴찌’를 기록한 문체위는 지난해 11월에 법안소위를 열기로 했지만 여야 간 대립으로 파행됐다. e스포츠 표준계약서법, 예술인권리보장법 등 비쟁점 법안들은 제대로 심사조차 받지 못 하고 폐기될 위험에 처했다. 

국회는 대통령 탄핵,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 등을 거치며 여야 간 대립이 극심해졌다. 미래통합당이 장외 투쟁을 시작하고 논의는 국회 밖으로 옮겨갔다. 법안 심사 대신 막말과 고성이 오갔다. 본회의 법안 처리율 34.8%의 낯부끄러운 성적표가 20대 국회의 꼬리표가 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본회의, 상임위와 소위 회의를 정기적으로 열도록하는 ‘일하는 국회법’이 앞다퉈 발의됐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불출마 의원은 △국회 임시회 상시화 △국회의원 윤리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패키지 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첫 과제로 일하는 국회를 꼽았다.

원혜영 민주당 의원은 “헌법이 국회에 부과한 책무는 열린 국회의 실현”이라며 “일하는 국회 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창일 민주당 의원은 “정치의 본질은 생산”이라며 “정치를 해야하는 근본적인 물음을 항상 충실히 새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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