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한 마음이다. 절박함 그대로 봐주시면 좋겠다"
늘 부인해도 ‘정치적’이란 해석이 붙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4.15 총선을 2주 남긴 시점, ‘정치적이지 않은’ 정치 행보를 시작했다. 절박한 심정으로 나선 도리를 다하는 발걸음이었다. 그것을 모으니 약 500㎞가 됐다.
지난해 11월 '제도권 정치를 떠난다'고 선언한 뒤 임 전 실장의 발걸음은 한동안 경쾌했다. 어느날엔 등산하고 내려왔다며 대구에 불쑥 나타났다. 지리산 자락에서 등산객들과 마주쳐 '인증샷'을 남기며 SNS를 통해 근황을 전한 적도 있다.
목포에서 출마선언을 한 지인과 밤늦게 조촐히 만나 막걸리를 마시고 돌아왔다는 소식도 들렸다. 임 전 실장 측근은 "말 그대로 쉬었다. 운동도 하고,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복귀도 천천히 생각했다"고 전했다.
또 어느날 민주당의 정강정책 방송연설 연사로 TV에 출연했다. "미래세대에 평화를 넘겨주자"며 정치적 메시지를 냈다. 향후 행보에 대한 상상력의 여지를 넓혔다. 임 전 실장은 한동안 그렇게 개인적 삶과 정치적 삶의 경계를 오가며 섞임과 스밈이 자유롭게 지냈다.
임종석의 등장, 흐름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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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부인해도 ‘정치적’이란 해석이 붙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4.15 총선을 2주 남긴 시점, ‘정치적이지 않은’ 정치 행보를 시작했다. 절박한 심정으로 나선 도리를 다하는 발걸음이었다. 그것을 모으니 약 500㎞가 됐다.
지난해 11월 '제도권 정치를 떠난다'고 선언한 뒤 임 전 실장의 발걸음은 한동안 경쾌했다. 어느날엔 등산하고 내려왔다며 대구에 불쑥 나타났다. 지리산 자락에서 등산객들과 마주쳐 '인증샷'을 남기며 SNS를 통해 근황을 전한 적도 있다.
목포에서 출마선언을 한 지인과 밤늦게 조촐히 만나 막걸리를 마시고 돌아왔다는 소식도 들렸다. 임 전 실장 측근은 "말 그대로 쉬었다. 운동도 하고,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복귀도 천천히 생각했다"고 전했다.
또 어느날 민주당의 정강정책 방송연설 연사로 TV에 출연했다. "미래세대에 평화를 넘겨주자"며 정치적 메시지를 냈다. 향후 행보에 대한 상상력의 여지를 넓혔다. 임 전 실장은 한동안 그렇게 개인적 삶과 정치적 삶의 경계를 오가며 섞임과 스밈이 자유롭게 지냈다.
임종석의 등장, 흐름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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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이 등장하며 정치 경력 20년이 넘는 오세훈과 나경원의 선거 페이스가 흔들렸다. 임종석은 광진에서 “오세훈은 콩밭(대선)에 있다”고 건드렸다. 동작에 가선 “싸움꾼을 몰아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경원이 ‘동물국회’를 이끈 야당 원내대표라는 점을 상기시킨 것.
오세훈과 나경원은 발끈하며 미끼를 물었다. 치고 빠진 임종석을 향해 공세를 퍼부었지만 공허했다. 정작 민주당 후보 고민정과 이수진은 ‘싸움꾼’과 대비되는 ‘일꾼’ 컨셉으로 지역구를 누볐다.
그는 총선 기간 내내 자유롭게 전국을 누볐다. 후보들이 원하는 곳, 당이 원하는 곳에 도리를 다하는 자세로 갔다. “총선 승리로 촛불 혁명을 완수하겠다”는 포부를 안고 민주당 입당한 영입 인재들을 찾아다녔다. 그들 옆에 ‘촛불 정부’의 상징인 임종석이 섰다. 두 사람은 공원과 장터, 골목을 누비며 다시금 사람들의 마음에 촛불을 피웠다.
높은 인지도는 유세장의 온도를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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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이 등장하면 사람들 자연스레 몰렸다. 행인들이 그를 알아보고 “임종석 파이팅”을 외치기 일쑤였다. 그는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다가도 “오늘은 여기 민주당 후보 ◇◇◇ 파이팅을 외쳐주세요”라며 이름을 다시금 각인시켰다.
보수적이라는 대구도 임 전 실장에 곁을 주는 사람들을 만들었다. 보수적이라는 대구도 임 전 실장에 곁을 내주었다. 임종석이 대구 달서구에 갔을 때 군중 속 누군가 ‘빨갱이’라며 색깔 공세를 시작했다.
그러자 또 다른 사람이 ‘찐한’ 대구 사투리로 ”보소, 거 본인이 빨간 티 입고있네. 그쪽이 빨갱이 아닌교. 이야기좀 들읍시더“ 하면서 색깔론을 차단하는 광경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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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번은 보수성향 대학생 단체에서 ‘‘림종석 동무, 대구 방문을 렬렬히 환영합네다! 남조선 붕괴가 얼마 남지 않았습네다!!’라는 피켓을 만들어 유세차 옆에 섰다. 임종석은 이 회원을 보고 처음에는 크게 웃더니 ”선거운동 하는데 예의는 아니네“라고 정중히 말했다.
이 대학생은 임종석의 대구 유세를 따라다녔다. 그가 ‘후보 선거에 방해만 되지 않게 하고 저 친구의 생각은 말하게 둬야지 어쩌겠냐’는 뜻을 전하자 민주당 선거유세원들은 ”학생 피켓 기왕이면 높이 들어“ 하며 유쾌한 에피소드로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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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복 한 벌, 셔츠 네 장
선거 전날인 14일 저녁 7시30분. 임종석이 종로구 이낙연 후보 마지막 유세에 ‘유권자’로 등장한 장면은 압권이었다. 종로 출마를 검토했던 임종석이 유권자이자 선거운동원으로 종로를 찾은 것부터 진풍경이었다.
그는 90도 폴더인사를 하며 “지원 유세 잘 다녀왔다고 보고하러 왔다”고 말했다. 임종석을 선거운동에 불러낸 게 바로 이낙연이었다. 임종석은 “이 위원장님을 만나면 공손하고 겸손하게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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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위원장은 2년 뒤 유력한 대권후보로 지목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두 사람의 ‘투샷’은 아이러니하게도 엔딩이자 일종의 예고편이 됐다.
또 한가지. 여담이지만 임 전 실장은 14일동안 단 한벌의 양복을 매일 입고 다녔다고 한다. 생각(?)보다 길어지고 많아진 지원유세로 간절기 양복을 살 시간이 없었다. 다행히 하늘색 셔츠는 여분이 있어 4벌을 바꿔가며 입었다.
민주당이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뒤 임종석이 지원 유세에서 입은 양복도 ‘선거 기록 보관용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 소리가 나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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