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원 절반 이상을 2030으로 채우겠다"

제21대 총선에서 서울지역 최연소 출마자였던 김재섭 미래통합당 후보의 일성이다.

김 후보에게 본인이 전권을 쥔 비상대책위원장(혹은 당 대표)이 된다면 어떤 것부터 바꾸겠냐고 묻자 돌아온 답이다.

김 후보는 "당의 의사결정에 청년이 많아져야 한다"며 "결정권이 있는 최고위원, 비대위원 등의 절반 이상을 40세 미만으로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악의 참패를 맞은 통합당이 시대와 공감할 수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려면 파격적인 방식이 아니고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현재 통합당 최고위원회 내에는 1명의 청년 최고위원(신보라 의원)이 있다.

경기도 최연소 출마자로 나섰던 박진호 통합당 후보의 인식도 다르지 않다. 박 후보는 "이번 선거로 저 끝에 계신 분(극우세력)들이 다 모여도 안 된다는 것을 확인하지 않았냐"며 "젊은 스피커(대변자)들로 제대로 된 보수의 가치를 전파해야 한다. 인위적으로라도 인적 쇄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1987년생인 김 후보(이하 김)는 더불어민주당 텃밭과 다름없는 도봉갑에서 고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의 부인인 인재근 현역 의원과 맞붙어 득표율 40% 이상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1990년생인 박 후보(이하 박)는 역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김포갑에서 출마해 38.4%의 표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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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뉴스1) 정진욱 기자 = 4.15총선을 앞둔 첫 주말 박진호 미래통합당 김포갑 후보가 4일 오후 경기 김포시 풍무역 사거리에서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2020.4.4/뉴스1

통합당이 참패를 수습하기 위한 지도체제를 고심하는 요즘 당내 대표적 젊은 피로 꼽히는 두 후보의 생각을 들어봤다.

―수도권 참패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
▶박) 우리 지역(김포갑)은 유권자의 허리 층인 40대가 많은데 전혀 동요가 없었다. 중도 표심을 잡지 못했다. 국민들이 우리를 대안 정당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코로나 사태에 방역 실패 등 정부의 잘못만 얘기했는데 대안없이 비판만 했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 같다. 우리 주장의 사실 여부를 떠나서 일련의 행동들이 유권자에게 믿음을 주지 못했다.

▶김) 호소력 없는 이야기들만 폭력적으로 국민들에게 했다. 듣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던졌다는 측면에서 폭력적이었다. 이념 면에서도 시장경제, 자유민주주의를 보다 세련된 방식으로 국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호소해야 하는데 저쪽은 사회주의라는 식으로 일방적 메시지만 냈다. 정말 소통이 안됐다.

―사전투표율이 높았는데 투표함을 열어보니 통합당에 불리했다.
▶박) 당초 높은 사전투표율에 정권 심판의 민심을 읽었다. 우리한테 좋은 징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과는 전혀 달랐다. 그마저도 오판한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아예 민심을 읽지 못한 것이다.

―청년 후보로서 뛰면서 어떤 점이 가장 답답했나.
▶김) 아무리 좋은 정책을 얘기해도 묻혔다. 도봉갑에 교육여건이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어서 3040 여성 유권자들에게 '아이 키우기 좋은 도봉' '교육받기 좋은 도봉'을 집중적으로 내세웠는데 먹히지 않았다. "너희는 통합당이라서 안돼" "통합당 얘기는 듣기 싫어"라는 선입견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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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9일 서울 도봉구 창동 쌍문역 앞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도봉구 지역 지원유세에 참석해 미래통합당 제21대 총선 서울 도봉갑 김재섭 후보자, 도봉을 김선동 후보자와 함께 손을 들고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0.04.09. photothink@newsis.com

―보수의 재건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나.
▶박) 국민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국민과 전혀 소통하지 못하고 우리끼리 '옳다 옳다' 하면서 '따라 와라'고 하니 누가 따라오느냐. 지난해 그렇게 수없이 장외집회를 했는데 결국 그런 방법으로는 안 된다는 게 증명됐다. 다른 방식으로 가야 한다.

▶김) 뼈저린 자기반성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념도 재정립하고 호소력 있는 메시지에 집중해야 한다. 유럽은 우파 대안정당이 많은데 우리는 우파 정당이 더 위축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 내세우는 이슈와 경제정책에 국민적 피로감은 있다. 그런데 우리는 대안으로 내세울 호소력 있는 언어가 없다.

―본인이 전권을 쥔 비대위원장이 된다면 무엇을 꼭 바꾸겠는가.
▶박) 경제와 안보 등 전체 보수의 가치를 확실히 재정립하겠다. 지금 재난지원금 문제도 할 거면 하고, 안 할 거면 안 해야 하는데 애매하다. 이런 문제 하나 제대로 입장을 못 내는데 누가 우리 당에 신뢰를 가지겠는가.

인위적으로라도 인적 쇄신을 해서 젊은 스피커(대변자)들로 제대로 된 보수의 가치를 전파해야 한다. 이번 선거로 저 끝에 계신 분(극우세력)들이 다 모여도 안 된다는 것을 확인하지 않았냐.

▶김) 실질적으로 당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청년들이 많아져야 한다. 40세 미만으로 최고위원이나 비대위원의 절반 이상을 채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