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 긴급재난지원금을 소득하위 70%에만 지급하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전국민에 지급하자는 여당과 '소득하위 70%'만 주자는 기획재정부의 의견이 대립되는 가운데 기획재정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황교안 전 통합당 대표가 총선공약으로 내세운 '전국민 1인당 50만원 지급'과 배치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통합당은 이에 대해 "말을 바꾼 것은 없다"는 설명이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상임위간사단 연석회의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을 국민 모두에게 지급하겠다는 총선약속을 지켜주기 바란다"며 "모든 것은 미래통합당이 선거 때 약속을 지키느냐 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통합당 황교안 대표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의 말씀이 아직도 국민들의 귀에는 생생하게 남아있단 점을 상기 시켜 드린다"며 "더 지체 말고 여야가 손을 맞잡고 코로나로 지친 국민 모두에 반가운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통합당은 처음엔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해 "총선용 현금 살포"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다가 총선 도중 '전국민지급'으로 입장을 바꿨다. 황교안 전 통합당 대표는 지난 5일 종로 유세 도중 "전 국민에게 1인당 50만원을 즉각 지급해야 한다"며 "필요한 25조원가량 재원은 2020년 예산 재조정을 통해 조달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총선이 끝난 지금 통합당은 "소득 상위 30%의 가구에 재난지원금을 주기 위해서 나라 빚까지 내는 것은 안 된다"며 '전국민 지급'에 제동을 걸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재원 미래통합당 정책위의장은 "상당한 소비 여력이 있는 소득 상위 30%까지 100만원(4인 가족 기준)을 주는 것은 소비 진작 효과도 없고 경제 활력을 살리는 데도 크게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통합당이 총선이 끝나자 말바꾸기를 한다고 비판했다. 이근형 전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이날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총선 전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아당도 지금 와서 말을 바꾸면 총선 불복으로 비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통합당은 말을 바꾼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 정책위의장은 이날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황 전 대표가 당시 말한 내용은 예산 항목 조정을 통해 100조원의 자금을 마련해 그중에서 재난지원금도 지급하자고 했던 것"이라며 "여당에서는 예산이 부족하면 국채라도 발행해서 나머지 소득 상위 30%에 대해서도 주자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는 소비력이 충분한 소득 상위 30%의 가구에 재난지원금을 주기 위해서 나라 빚까지 내는 것은 안 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정부 측에서 어차피 저희들 의견과 거의 일치하는 예산안을 마련해서 국회에 제출했다"며 "여당에서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고 하면 신속하게 예산이 통과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전날(20일) 국회에 추가경정예산안을 제출하고 시정연설을 했다. 예산구조조정을 통해 7조6000억원을 마련하고 지방자치단체에서 2조원 이상을 함께 부담해 소득하위 70%에 가구당 100만원(4인가구 기준)을 지급하자는 게 주요 골자다.

정부가 예산구조조정 규모를 7조6000억원으로 잡은 상황에서 지급대상을 전국민으로 확대할 경우 추가적인 국채발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통합당은 애초부터 국채발행을 통한 전국민지급에는 찬성한 적이 없다는 게 김 정책위의장의 설명이다.

김 정책위의장은 "여당이 정부 측도 설득하지 못하면서 국채까지 발행해 소득 상위 30%의 가구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려 하고 있다"며 "여당이 끝내 정부안을 반대한다면 이 예산은 통과될 수 없고 그렇게 되면 21대 국회에서 다시 제출해서 의논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통합당에서 '황교안지우기'에 돌입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김 정책위의장의 주장은 총선 당시 유승민 통합당 의원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황 대표가 '전국민 50만원 지급'을 주장할 때 유 의원은 "전 국민에게 50만원을 지급하는 정책이든 전 가구에 100만원을 지급하는 정책이든 모두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 돈으로 국민의 표를 매수하는 악성 포퓰리즘"이라며 "기획재정부의 원안으로 여야 모두 돌아가야 한다"고 반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