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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종료된 16일 자정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 강당에 마련된 종로구 개표소에서 개표사무원들이 비례대표 투표용지를 수기 분류하고 있다. 2020.04.16. amin2@newsis.com |
◇“차명진과 김의겸 차이, 승패 갈랐다” = 김동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이사는 “보수의 가치와 인물 모두 키우지 못한 미래통합당이 극우수구 태극기 세력 중심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국민들과 소통하지 못했다”고 통합당의 참패 원인을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총선 국면에서 논란에 휩싸인 인사들에 대한 조치가 여야의 승패를 가른 요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차명진과 김의겸을 예로 들었다. 김 이사는 “차명진 후보 논란이 불거졌을 때 바로 제명했다면 이런 총선 결과를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일부 태극기 부대의 메시지에 휘둘리다 보니 제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경기 부천병에 출마한 차 후보는 세월호 관련 망언에도 통합당 윤리위원회에서 제명되지 않았다. 통합당 지도부는 차 후보가 재차 망언을 내놓자 최고위원회에서 직권 제명했다. 하지만 법원이 차 후보의 제명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차 후보 출마가 이뤄졌다. 차 후보를 둘러싼 내홍은 통합당이 수도권에서 완패한 결정적 이유로 꼽힌다.
김 이사는 차 후보 논란과 반대되는 사례로 민주당의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불출마를 꼽았다. 그는 “민주당은 국민들이 김 전 대변인에 대한 부동산 투기 의구심과 부정적 시선을 고려해 공천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전 대변인은 전북 군산에서 민주당 후보로 공천을 신청했지만 당 지도부의 만류로 출마를 포기했다. 대변인 사퇴의 결정적 이유인 부동산 투기 의혹 때문이다. 이후 김 전 대변인은 민주당을 탈당해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로 나섰다. 하지만 비례 3번까지 당선되며 4번인 김 전 대변인은 낙선했다. 김 이사는 통합당 참패를 “보수는 시대 상황에 맞는 새로운 가치도 정립하지 못했고, 인물도 키우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태극기만 본 보수” =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태극기 집회만 보고 보수의 좌표를 찍으면 안 된다”며 비슷한 진단을 내놨다. 보수의 좌표는 가치와 인물의 경쟁을 통해 설정돼야 하는데 극단적 세력만 바라봤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총선 국면에서 통합당은 과거 회귀적이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보수는 종북이고 좌파고 사회주의 개헌이고 이런 논리만 계속 이야기한다”며 “이렇게 해서는 지금 시대에 안 맞다. 원점에서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극기만 본 보수” =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태극기 집회만 보고 보수의 좌표를 찍으면 안 된다”며 비슷한 진단을 내놨다. 보수의 좌표는 가치와 인물의 경쟁을 통해 설정돼야 하는데 극단적 세력만 바라봤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총선 국면에서 통합당은 과거 회귀적이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보수는 종북이고 좌파고 사회주의 개헌이고 이런 논리만 계속 이야기한다”며 “이렇게 해서는 지금 시대에 안 맞다. 원점에서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 통합당이 내놓은 공약에도 비전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와 세계 금융위기 이후 빈부격차가 엄청나게 벌어졌고 코로나 사태만 해도 대량 실업이 우려된다. 국가의 역할이 다시 정립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통합당은 과거처럼 작은 정부만 주장하고 노조 배척 등 기존 공약을 반복했다”고 밝혔다. 이어 “총선 공약이 (문재인 정부 이전으로) 다 뒤집어놓겠다, 원상회복만 얘기했다”며 “정작 어떤 비전인지는 제대로 그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국사회 이념 지형이 달라졌는데 보수가 이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는 진단도 나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 대선 투표결과를 보면 유승민, 안철수, 홍준표가 얻은 표의 합이 심상정과 문재인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며 “그 때까지만 해도 보수지형이 우세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그러나 “이번 21대 총선에서 이러한 이념지형이 뒤바뀌었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소위 정치권에서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의 유권자 분포가 ‘51:49’ 정도로 보수가 우세하다고 말해왔지만 이제는 정반대로 바뀌었다는 게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선거 전략의 실패” = 야권의 ‘정권 심판론’, 여권의 ‘야당 심판론’으로 대표되는 선거 전략이 승부를 갈랐다는 시각도 있다. 박시영 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는 “코로나19를 겪으며 국민 모두가 체감하는 사안에 대해 정부가 신뢰성 있는 방역 대응을 보여줬고 외신과 해외 정상들이 긍정적으로 언급을 많이 하면서 신뢰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우리 정부의 방역체계와 행정체계에 대한 비교우위를 확실히 확인하는 순간 정부여당에 대한 신뢰와 위기관리능력에 지지를 보낸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오는 야당의 정권심판론은 국민의 정서를 잘못 읽었다는 분석이다. 박 대표는 “정권이 방역에 실패했다는 규정이나 구호는 국민들에 와닿지 않았다. 코로나19정국이라는 사상 초유의 위기상황에서 정치적 공세에 골몰하는 모습은 반감을 불러일으킬 뿐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야당은 심판론보다 견제론으로 가는게 훨씬 선거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코로나19 대응에 적극 협조하면서 대응 방식과 앞으로의 경제국면에서 협치, 견제의 파트너로 두각시켰어야 했는데 꾸준히 ‘못살겠다 갈아보자’의 옛날 구호를 구사했다. 전략의 실패”라고 진단했다.
◇“보수 해체가 살 길” = 보수 재건의 길은 해체 수준의 혁신 외에 방도가 없다. 신 교수는 “보수가 더 이상 ‘보수가치’만 주장해서는 안된다. 바뀐 이념지형에 맞게 국민들이 원하는 ‘실용적가치’를 찾아내야 한다”며 “보수가 살 길은 보수진영을 해체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보수진영을 해체하라는 것은 통합당 해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해체하라는 의미”라며 “특별한 기준을 둬서도 안되고 기득권도 모두 해체해야 한다. 안철수까지 포함하는 모든 세력이 참여해서 원인을 분석하고 다시 재건을 시작해 나가야한다”고 설명했다. 이현출 교수는 젊은 지도자들이 나서서 자기들 비전을 서로 경쟁하면서 당원들한테 설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영 이사는 “보수 가치부터 재정립하고 인적 교체까지 이뤄져야 재건을 바라볼 수 있다”며 “경직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뭘 해도 감동이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종인 전 통합당 공동총괄선대위원장의 비대위원장 추대 흐름에 대해 회의적 의견을 내놨다. 그는 “실패한 사람을 다시 세워서 보수의 가치를 논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새로운 보수의 가치를 제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탄돌이, 실패 반복하지 않으려면” = 거대여당에 대한 조언은 더 무거웠다. 우선 180석의 거대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탄돌이’(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열풍으로 당선된 열린우리당 초선 의원)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다양한 지지층의 요구를 전략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지지층 만큼 전선도 넓어졌다”며 “이제 야당과만 상대하는 게 아니라 서민과 중산층, 노동자와 기업인 모두를 챙겨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지지층의 상반된 요구를 어떻게 모아 수용할 지는 민주당이 직면한 과제다.
윤 실장은 “과거엔 어떠한 적을 무찔러야 하니 요구를 잠시 자제하자는 식이 통했지만 이제는 누가 발목을 잡는다는 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책적 우선 순위를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는 “전략적 목표에 대한 설정이 필요하다”며 “예컨대 적폐청산과 경제활성화 중에서 무엇을 우선순위로 할지 판단과 결정, 그리고 설득의 문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2004년 ‘탄돌이’의 실패가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신 교수는 ”이번에는 여권 내 분열은 절대 일어날 수 없을 것“이라며 ”친문(친문재인계)인사 대다수가 국회에 입성하면서 민주당 내 친문색이 훨씬 강화됐기 때문에 분열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재명·이낙연·박원순이 대권에 도전하면서 일부 마찰이 생길 수는 있지만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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