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테두리에 갇혀…안내견·영아 본회의장 출입 금지해온 국회

[the300]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선거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11번 김예지 후보의 안내견 '조이'가 함께하고 있다. 2020.04.01./사진=뉴시스
 
"의원은 본회의 또는 위원회의 회의장에 회의 진행에 방해가 되는 물건이나 음식물을 반입해서는 아니 된다"

국회법 148조가 논란에 휩싸였다. 국회가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출신 김예지 미래한국당 당선인의 안내견인 '조이'마저 해당 조항을 근거로 출입 여부를 검토하면서다. 

국회가 '조이'의 출입을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 잡았지만 여전히 비판은 뜨겁다. '워킹맘' 국회의원의 영아 동반 출입을 막은 전례와 겹치며 국회가 장애인·여성 등의 사회적 소수자에 무감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 계단앞에서 열린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나라살리기’, ‘경제살리기’ 공동선언식에서 김예지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후보의 안내견 '조이'를 쓰다듬고 있다. 2020.4.1/사진=뉴스1


시각장애인 '눈'과 다름 없는데…안내견 금지해온 국회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포함한 장애인 보조견은 장애인 당사자 신체의 일부로서 '회의에 방해가 되는 물건이나 음식물'이 아니지만, 국회는 그간 국회법 148조를 들어 관례적으로 안내견 출입을 제한해왔다.

첫 시각장애인 국회의원인 정화원 전 한나라당 의원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 2004년 17대 국회에서 국회 측의 부정적인 반응으로 안내견이 아닌 보좌진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국회가 국회법을 명분으로 장애인복지법·장애인차별금지법 등을 스스로 어긴 셈이다. 장애인복지법에 따르면 보조견과 동행한 장애인의 출입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24일 오후 예정됐던 국회 본회의가 연기된 가운데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이 비어 있다./사진=홍봉진 기자


'워킹맘' 일·가정 양립은 어떻게?…국회, 본회의장 영아 출입 금지


소수자에 대한 국회의 장벽을 보여주는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신보라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해 생후 7개월이 된 자신의 아이와 함께 본회의장에 입장하려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국회법 151조에 따르면 '회의장에는 의원, 국무총리, 국무위원 또는 정부위원, 그 밖에 의안 심의에 필요한 사람과 의장이 허가한 사람 외에는 출입할 수 없다'고 규정돼서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당시 "현행법 하에서는 영아를 동반하지 않고서는 의안 심의가 불가능한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예외 문제를 고민해 봐야 할 것"이라며 영아 출입을 불허했다. 



국회법 바꾸려는 노력 있었지만…결국 '폐기' 가능성↑


더 큰 문제는 이같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발의된 수많은 국회법 개정안이 제대로 된 논의 한 번 거치지 못한 채 20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는 점이다.  

신 의원은 정기적 수유가 필요한 24개월 이하 영아의 본회의장 출입을 허용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국회 운영위원회(운영위)에서 2년째 계류 중이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도 장애인의 회의 방청과 관련 자막과 한국수어통역 등의 제공을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1년째 운영위에 멈춰있다. 

신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국회가 국회법을 폐쇄적으로 해석하고 소극적인 반응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며 실망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이 논의 없이 폐기될 것 같아 안타깝다"며 "국회는 나중이 돼서야 시대에 뒤쳐지는 조항을 부랴부랴 바꾸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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