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가 살 길은 보수진영을 해체하는 것"

[the300][제21대 총선 관전평]③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민우 기자 | 입력 : 2020.04.20 15:33

신율 명지대 교수
"보수가 살 길은 보수진영을 해체하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9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전화인터뷰에서 "보수가 더 이상 '보수가치'만 주장해서는 안된다. 바뀐 이념지형에 맞게 국민들이 원하는 '실용적가치'를 찾아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 교수는 또 "보수진영을 해체하라는 것은 통합당 해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해체하라는 의미"라며 "특별한 기준을 둬서도 안되고 기득권도 모두 해체해야 한다. 안철수까지 포함하는 모든 세력이 참여해서 원인을 분석하고 다시 재건을 시작해 나가야한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19대 대통령선거 이후 이념지형이 확실히 바뀌었다는 게 확인된 선거"라고 이번 21대 총선 결과의 의미를 분석했다.

신 교수는 ""지난 지방선거는 (문재인정권 출범 후) 허니문기간에 치러진 것이라 확실한 해석이 안됐다"며 "이번 총선결과로 확실히 해석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높은 투표율에 경제가 안좋은 상황에서 치러진 투표에서 이같은 결과가 나온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국민들은 사회기득권을 가진 세력은 여전히 보수라고 생각하고 거기에 대한 분노를 표한 것이 21대 총선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대선 투표결과를 보면 유승민, 안철수, 홍준표가 얻은 표의 합이 심상정과 문재인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며 "그 때까지만 해도 보수지형이 우세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7년 5월 치러진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은 41.08%였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24.03%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21.41%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6.76%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6.17%를 각각 얻었다.

문 후보와 심 후보의 득표율을 합산하면 47.25%, 홍·안·유 세 후보의 득표율을 합산하면 52.2%다. 신 교수는 문 후보와 심 후보를 진보진영으로 보고 홍·안·유 후보를 보수진영으로 분류했을 때 여전히 보수지형이 전체 유권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대세라고 본 것이다.

신 교수는 "그러나 이번 21대 총선에서 이러한 이념지형이 뒤바뀌었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소위 정치권에서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의 유권자 분포가 '51:49' 정도로 보수가 우세하다고 말해왔지만 이제는 정반대로 바뀌었다는 게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신 교수는 "과거 한 진영이 입법권력과 중앙권력, 지방권력을 모두 획득한 적이 없었다"며 "이제 여당은 '야당이 발목잡아서'라는 핑계를 댈 수 없다. 오롯이 모든 책임을 여당이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문제는 여당의 권력을 견제할 수단이 아무 것도 없다는 점"이라며 "견제받지 않는 세력이 어떻게 풀어나갈지 지켜봐야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2004년 '탄돌이'의 실패가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2004년 당시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소추의 역풍으로 152석을 얻어 1당으로 올라섰지만 2007년 대선에서 정권을 보수정당에 내줬다. 열린우리당 내부 계파싸움 등이 실권의 주된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된다.

신 교수는 "이번에는 여권 내 분열은 절대 일어날 수 없을 것"이라며 "친문(친문재인계)인사 대다수가 국회에 입성하면서 민주당 내 친문색이 훨씬 강화됐기 때문에 분열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재명·이낙연·박원순이 대권에 도전하면서 일부 마찰이 생길 수는 있지만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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