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보던 보수, 마지막 기회…좌표 새로 찍어야"

[the300][제21대 총선 관전평] ④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종진 기자 | 입력 : 2020.04.20 15:36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사진=페이스북 캡처

"세상 변화에 맞는 새로운 보수의 좌표가 찍혀야 한다"

유례없는 보수의 대참패로 끝난 제21대 총선 결과를 놓고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앞으로가 보수에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며 이같은 '관전평'을 내놨다.

이 교수는 19일 머니투데이 더(the)300에 "심각한 위기에 처해야 처절하게 새롭게 태어난다"며 미래통합당이 처한 현실을 진단했다. 이 교수는 과거 한나라당 당직자를 거쳐 국회입법조사처 심의관을 지냈다. 학계에 몸담고 있지만 현실 정치에도 전문가다.

이 교수는 "태극기 집회만 보고 보수의 좌표를 찍고 이러면 안 된다"며 "보수의 좌표를 어디다가 찍을 것이냐는 결국 비전을 가지고 사람들이 경쟁하는 것이다. 젊은 지도자들이 나서서 자기들 비전을 서로 경쟁하면서 당원들한테 설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예도 들었다. 이 교수는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이 무너지고 제3의 길을 주창한 토니 블레어가 10년간 집권하지만 이어 보수당에서 39살 데이비드 캐머런이 나와서 '온정적 보수주의'를 던지며 권력을 되찾는다"며 "시대 정신을 잘 읽어야 한다. 이런 것을 개발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통합당은 과거 회귀적이었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보수는 만날 종북이고 좌파고 사회주의 개헌이고 이런 논리만 계속 이야기한다"며 "이렇게 해서는 지금 시대에 안 맞다. 원점에서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 통합당이 내놓은 공약에도 비전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와 세계 금융위기 이후 빈부격차가 엄청나게 벌어졌고 코로나 사태만 해도 대량 실업이 우려된다. 국가의 역할이 다시 정립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통합당은 과거처럼 작은 정부만 주장하고, 노조 배척 등 기존 공약을 반복했다"고 밝혔다.

이어 "총선 공약이 (문재인 정부 이전으로) 다 뒤집어놓겠다, 원상회복만 얘기했다"며 "정작 어떤 비전인지는 제대로 그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에는 상생과 협치를 주문했다. 이 교수는 민주당이 제17대 국회에서 탄핵 역풍을 등에 업고 과반을 차지했지만 걸맞은 성과를 못 낸 것에 "당시 민주당이 이념적 노선 투쟁을 했다"며 "현재 나라가 정말 난국인데 (민주당 180석을 이용해) 정략적으로 진영논리에 따라 정책을 펴면 추진력이 안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협상 테이블에 모든 경제 주체를 부르고 야당과도 주요 정책을 상의하고 그렇게 해야 추진 동력이 생긴다"며 "큰 정치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진보든 보수든 자신들이 생각했던 패러다임과 전혀 다른 양상이 진행된다"며 "압도적 의석을 바탕으로 일방적 결정이 나오면 (여론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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