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와 '언론'이 진영갈등의 원인…"민생을 외면한 두 주역"

[the300][대한민국4.0, 새로운 21대 국회]머니투데이 대국민여론조사 '中'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지난 3월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6회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부결되자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항의하며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0.3.5/뉴스1



국민은 20대 국회의 ‘타락한 진영의식’을 극혐했다



20대 국회에 대한 국민 시선은 싸늘했다. 목표와 성과 없이 싸우는 정치에 대한 환멸이 드러났다. 국민들은 20대 국회가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며 냉정한 평가를 내린다. 국회에 대한 피로감이 한계치에 도달했다는 경고다. ‘선을 넘은’ 피로감은 대체로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사회 문제로 표출된다.

대화와 협상을 기반으로 한 건강한 경쟁이 절실하다는 속마음도 읽힌다. 국민들은 20대 국회를 물들인 ‘타락한 진영의식’을 극혐(극도로 혐오)하는 동시에, 21대 국회의 최우선 과제를 분명하게 밝힌 셈이다.

◇“20대 국회,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머니투데이 의뢰로 4·15총선 공식 선거운동기간 직전인 지난달 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20대 국회의 가장 아쉬운 점’을 조사한 결과,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는 응답자가 전체 25.8%로 가장 많았다. 이어 ‘농성과 파행’(23.5%), ‘민생 외면’(17.3%), ‘미래 비전 없음’(15.3%), ‘공약 불이행’(5.7%), ‘기타’(5.8%), ‘없거나 잘모름’(6.6%) 순이다.

대체로 전 세대에 걸쳐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40대에서만 ‘농성과 파행’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는데,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와 불과 0.5%포인트(p) 차였다. 극단적 진영 논리에 갇힌채 한발 더 나아가지 못하는 ‘식물 국회’에 대한 비판이다.

두 번째로 많은 응답자(23.5%)가 ‘농성과 파행’을 꼽은 점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2012년 이른바 ‘국회 선진화법’으로 물리적 충돌이 사라졌다는 안도감도 잠시, 농성과 파행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20대 국회를 지배했다. 농성과 파행은 다시 물리적 충돌을 소환하며 20대 국회를 8년전 상태로 돌려놓았다.

◇타락한 진영의식→농성, 파행→민생 ‘올스톱’

지난해 4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과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싼 여야 대치 상황이 대표적이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법안 제출과 회의 진행을 저지하기 위해 국회 곳곳에서 농성을 벌였고, 끝내 여야는 물리적으로 충돌했다.

여야의 갈등은 곧 ‘파행’을 의미했다. 이들 법안을 논의하는 정개특위(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개특위(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물론, 각 상임위원회도 멈춰섰다. 일부 상임위의 여야 간사들이 뜻을 모으다가도 원내 지도부의 ‘지령’이 떨어지면 ‘식물 국회’는 음지에서 다시 자란다.

상임위의 비정상적 운영은 곧 ‘민생 외면’(17.3%)과 ‘미래 비전’(15.3%)의 실종을 의미한다. 민생 법안을 처리해야 할 상임위가 파행을 거듭하면, 해당 법안은 관심사에서 멀어지고 폐기 수순을 밟는다. ‘민생 외면’은 필연이며 ‘미래 비전’을 논의할 여유는 없다. 20대 국회가 미래를 다루지 못하고, 눈앞의 현안을 처리하는 데에도 힘이 부쳤던 근본적 이유다.

◇‘21대 국회’를 향한 국민 명령은?

국민들은 21대 국회에 “건강한 진영 의식을 바탕으로 제발 일 좀 하라”고 명령한다. 여론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리얼미터가 ‘21대 국회에 가장 기대하는 점’을 조사한 결과, ‘민생법안 추진’을 바라는 응답자가 29.8%로 가장 많았다.

‘보수, 진보 간 갈등’(22.9%), ‘국민 통합’(16.9%)이 뒤를 이었다. 보수, 진보 간 갈등과 국민 분열이 ‘일하는 국회’를 막아서는 가장 큰 장애물이라는 국민적 인식을 엿볼 수 있다. ‘타락한 진영 의식’을 극복하고 먹고 사는 문제에 천착하라는 응답자가 10명 중 7명에 달하는 셈이다. 이 외에도 개헌을 통한 권력 구조 개편(14%), 대화의 활성화(8.2%), 기타(4.9%), 없거나 잘모름(3.3%) 순으로 조사됐다.


언론과 국회, ‘타락한 진영의식’ 떠받치는 두 기둥



대한민국 언론과 국회. ‘타락한 진영 의식’을 작동시키는 두 주체다. 여야 정치권은 자기 진영에 갇혀 민생을 위한 건강한 경쟁 대신 싸움에 매몰된다.

합리적 경쟁보다 적대적 공생을 즐긴다. 언론은 이를 견제하기는커녕 편승하거나 부채질한다. 이런 진단이 국민의 보편적 인식이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머니투데이 의뢰로 4·15총선 공식선거운동 직전인 지난달 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우리 사회 보수와 진보 간 갈등의 가장 큰 원인’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29.3%가 ‘신문과 방송 등 언론’이라고 꼽았다.

‘국회의 여야 대립’이라는 응답자가 전체 27.9%로 뒤를 이었다. 언론과 1.4%포인트(p) 차이다. 국민 절반 이상이 언론과 국회 때문에 대한민국이 ‘타락한 진영의식’에 갇혀 미래로 나아가지 못한다고 진단한 셈이다.

이어 ‘대통령으로 권력 집중’(15.5%), ‘열성적인 지지층’(12.9%), ‘정치평론가’(2.2%), ‘기타’(5.6%), ‘없거나 잘 모르겠다’(6.6%) 순이었다.

대체로 여권 지지 성향이 강한 30대(언론 36.2% - 국회 28.2%)와 40대(40.1% - 27%), 50대(35.2% - 27%)에서 문제의 원인으로 언론을 지목했다. 이들과 비교해 여권 지지세가 약한 만 18~29세(언론 22.7% - 국회 30.1%)와 60세 이상(17.9% - 27.5%)는 국회 비판에 무게를 뒀다.

언론이 ‘타락한 진영 의식’ 해소를 위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타락한 진영 의식의 주체라고 인식되고 있다는 의미다. 매일 같이 쏟아지는 다원적, 다층적 현안을 두고 사실관계 확인 및 공론장 형성, 이해관계 조정 등에 언론이 기여하지 못한다는 냉혹한 평가다.

오히려 ‘타락한 진영 의식’을 강화하는 역기능을 수행한다는 쓴소리도 들린다. 특정 현안에 따라 보수 신문 대 진보 신문, 지상파 대 종합편성채널 간 벌어지는 ‘프레임 전쟁’이 대표적이다. 같은 진영에는 맹목적 지지를, 상대를 향해선 ‘묻지마식 비난’ 하는 정치권 악습을 체화한 지 오래다.

머니투데이가 이번 총선 한달을 앞두고 진행한 ‘대한민국 4.0을 열자’ 기획 6회차(‘타락한 진영의식’ 키우는 언론)의 문제 의식과 맞닿는다. 신뢰성과 공정성 잃은 언론, ‘유튜브 정치’ 탄생, 구독수·시청률 편승 문제 등에 대한 고민이다.

‘국회의 여야 대립’(27.9%)에 대한 싸늘한 민심도 재확인됐다. ‘편 가르기’식 이분법 정치는 열성 지지층에게만 쾌감을 안겨줄 뿐 국민 다수와 멀어진다는 게 국민 상식이다.

눈 앞의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꼼수’ 정치도 마찬가지다. 꼼수 정치는 ‘타락한 진영 의식’ 특유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로만 정당화될 뿐, 건강한 진영의 눈높이에선 꼼수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4.0을 열자’ 기획 2회차(‘건강한 진영의식’ 해치는 국회의원의 행태), 3회차(‘당헌·당규’가 말하는 ‘건강한 진영의식’), 5회차(‘타락한 진영의식’ 키우는 선거법)에서 이같은 문제를 다뤘다.

‘대통령으로 권력 집중’(15.5%)에 대한 국민 우려도 드러났다. 과도한 권력과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는 타락한 진영 의식이 번식하는 온상이라는 데 국민 다수가 공감했다. 21대 국회에서 개헌이 논의돼야 할 이유다. ‘대한민국 4.0을 열자’ 기획 4회차(청와대 정부와 국민을 위한 개헌)에 해당 내용이 담겼다.

‘열성적인 지지층’(12.9%)에도 국민들은 자성을 촉구했다. 정치에 과몰입한 채 특정 세력의 이익을 위해 투신하며 다른 세력에는 증오와 혐오 언어를 쏟아내는 이들이 대상이다. 기획 총론, 기획 7회차(우리 사회에 만연한 ‘타락한 진영의식’) 등의 내용이다.

한편 이번 조사는 머니투데이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달 28~30일 진행됐다. 전국 18세 이상 성인 7만3698명에게 전화를 시도해 최종 1000명이 응답했다. 응답률은 8.1%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은 ±3.1%포인트(p)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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