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50에 밀려, '말'도 안돼…'콘크리트 보수' 무너진 사연

[the300]21대 총선 4·15리포트② 되돌아본 선거

제 21대 국회의원 선거 서울 종로구에 출마해 당선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숭인2동에서 시민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훌쩍 커버린 '3050'…'콘크리트 보수' 무너뜨렸다

보수 정당을 떠받치던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의 영향력이 줄어든다. 친여 혹은 중도 성향의 30~50대 유권자가 한국 선거의 중심에 자리하면서다.

‘콘크리트 지지층’만 바라보는 과거 정치와 결별을 의미한다. 자기 혁신 동력을 상실한 진영은 누구든지 가혹한 심판을 받는 정치 지형이 마련된 셈이다.



'50대' 사전 투표자, '60대'보다 42만명 많았다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를 분석해보면, 이달 10~11일 사전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 1174만2677명 중 50대가 257만6527명(21.94%)으로 가장 많았다.

보수세가 강한 60대(215만2575명·18.3%)보다 42만명 이상 많은 수치다. 사전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 중 60대는 50대 다음으로 많았다.

오늘날 50대는 80년대 민주화를 주도하거나 경험한 세대로, 대체로 보수 성향이 강했던 90년~2000년대 초반의 과거 50대와 차별화한다. 과거 50대가 고(故) 박정희 대통령의 향수를 젖은 ‘산업화 세대’라면, 오늘날 50대에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을 기억하는 ‘민주화 세대’가 섞여있다.

지지하는 정당에서도 이같은 차이점이 드러난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대응이 세계적 주목을 받으면서 대체로 전 연령에 걸쳐 여당 지지세가 강했는데, 50대와 60대는 달랐다.

16일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50대의 민주당 지지율은 44.3%로 60대 이상(36.9%)과 차이를 드러냈다. 통합당 지지율에서도 50대(30.4%)와 60대(37.4%) 간 격차가 났다. ‘보수 세대’로 묶이던 5060세대의 분리가 시작된 셈이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총선결과 관련 특별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스1



'친여' 혹은 '중도' 3040 가세…6070 압도


여기에 30~40대가 힘을 더한다. 이번 선거에서 사전 투표에 참여한 40대와 30대는 각각 207만4663명과 149만4267명으로 전체 17.7%와 12.7%로 차지했다.

이들은 50대보다 여당 지지세가 강했다. 같은 조사에서 40대 중 53.4%가, 30대 중 51.9%가 민주당을 지지 정당으로 꼽았다. 통합당이라고 답한 응답은 40대의 경우 23.2%, 30대는 27.3%에 불과했다.

‘3050세대’의 탄생이다. 30대와 40대, 50대 사전 투표자 비율은 전체 52.3%로, 60대와 70대 이상 사전 투표자(30.8%)를 수적으로 압도했다.

이같은 유권자 지형의 변화는 정치권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통합당에선 전통적 지지층이 감소하는만큼, 뼈를 깎는 자성의 노력 없이는 향후 선거에서도 선택 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두터운 ‘집토끼’가 생긴 민주당의 고민도 깊다. 미래 세대에 대한 고민과 비전 부재는 가까운 미래의 위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3050세대의 여당 지지 성향이 보수 정당에 맹목적 지지를 보냈던 ‘콘크리트 지지층’과 다소 차이를 보이는 점도 여권 내 긴장감을 더욱 높인다. 높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다음 대선에서 심판의 대상이 될 것이란 불안감이 읽힌다. 민주연구원을 이끌어온 양정철 원장을 비롯해 민주당 곳곳에서 “무섭고 두렵다”는 메시지가 나오는 배경이다.

21대 총선 광진구을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남편 조기영 시인과 기뻐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치열했던 지난 100일…판흔든 '코로나'와 '말'(言)

선거초반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의 후폭풍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촛불혁명에 동참한 국민들의 상당수가 문재인정부로부터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40%대까지 추락했고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 '코로나19'가 확산하며 민심에 불을 당겼다. 코로나 19는 이번 선거판을 좌우한 핵심 키워드다. 초반에는 코로나 확진자가 중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이 발생하자 중국발 입국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정부 책임론이 커졌다. 마스크 대란과 초동대처 미흡 등도 정부와 여당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켰다.

야당의 '정권심판론'은 이렇게 힘을 받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등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도로 확산하자 한국의 방역대응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졌다. 드라이브스루 형태의 검체 검사, 우수한 품질의 진단키트 등이 재조명됐고 이는 정부와 여당에 대한 긍정적 여론으로 이어졌다.

막말 파동도 여론에 영향을 미쳤다. 김대호 통합당 서울 관악갑 후보는 "30대 중반에서 40대는 논리가 아니다. 막연한 정서다. 거대한 무지와 착각"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차명진 통합당 부천병 후보는 '세월호 유가족이 광화문 세월호 텐트에서 여성 자원봉사자와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고 발언했다.

통합당은 두사람의 막말이 선거판 전체를 흔들 수 있다고 보고 선거도중 후보자격을 박탈하는 사상 초유의 '제명'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법원이 차 후보가 제기한 제명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인용해 차 후보는 후보자격이 부활됐다.

막말은 아니지만 선거를 5일 앞두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비례대표 의석을 합쳐 범진보 180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한 말도 선거판을 흔들 변수로 부각됐다.



전략 바꾼 여야…與 '문재인마케팅' 野 '견제프레임'


'코로나19'와 '막말파동'은 각 정당의 선거전략에도 영향을 미쳤다. 여당은 '야당심판'을 선거전략으로 내세우며 미래를 이끌어나갈 능력이 여당에 있음을 강조했다.

반면 야권 선거초반 프레임을 '정권심판'으로 잡았다. 조국사태에 대한 정부의 불공정을 꼬집었고 지난 3년간 경제실정을 부각시켰다.

'정권심판'과 '야당심판'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코로나19'사태로 인해 승기는 야당으로 기우는듯 보였다.

민주당은 즉각 코로나19사태로 여론이 악화하자 '야당심판론'을 버리고 선거슬로건을 '국민을 지킵니다'로 바꿨다. 야당은 '바꿔야 산다'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여당을 더욱 몰아세웠다.

그러나 코로나19사태의 정부대응에 대한 여론이 좋아지고 막말파동으로 통합당에대한 여론이 악화하면서 분위기는 다시 여당으로 넘어갔다.

민주당은 '국난극복'을 더욱 강조하며 문재인 대통령 마케팅에 나섰다. 정권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는 힘있는 여당의 지지가 필요하다는 전략이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총선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과 울산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 7번에 걸쳐 문 대통령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도 선거 전날까지 "국회가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심의해 통과시키는 것을 기다리지 말고, 지급 대상자들에게 미리 통보해 주고 신청을 받으라"고 지시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통합당은 "탄돌이 대신 코돌이가 대거 당선되면 나라가 망한다" "코로나19가 지나고 나면 경제코로나가 올 것"이라며 반격했지만 '막말파동'의 여파로 분위기는 쉽게 반전되지 않았다.

여권내부에서는 제1당을 넘어 과반의석을 차지할 수 있겠다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러한 분위기가 외부로 표출된 것이 유 이사장의 '범진보 180석' 발언이다.

유 이사장의 발언 이후 정권심판 프레임을 내걸었던 통합당은 즉시 '견제'로 선거전략을 수정했다. 슬로건을 '폭주냐! 견제냐!'로 바꾸고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힘을 달라며 '읍소'했다.

통합당 내에서 터진 잇따른 막말파동에는 '막말폭로'로 대응했다. 통합당은 김남국 민주당 안산단원을 후보는 과거 인터넷방송에서 여성을 상품화하고 성적으로 비하하는 팟캐스트에 출연한 사실을 폭로해 막말파동에 맞불을 놨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16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관련 대통령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2020.04.16. dahora83@newsis.com

◆文 "큰목소리, 진정한 민심 가려" 막말 지적?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6월 지방선거 직후에도 "높은 지지는 정말 등골이 서늘해지는, 등에서 식은땀 나는 정도의 두려움이라 생각한다"며 "갚아야 할 외상값이 많다"고 했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도 16일, 17일에 걸쳐 "다시 야인으로 돌아간다"며 "총선 결과가 너무 무섭고 두렵지만 당선된 분들이 국민들께 한없이 낮은 자세로 문재인 대통령님과 함께 국난극복에 헌신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낮은 자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뼈 있는' 입장도 냈다. 

총선 입장문에서 "국민들께서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 수칙을 준수하면서, 질서있게 선거와 투표에 참여해주셨고, 자가격리자까지 포함하여 기적같은 투표율을 기록해주셨다"며 "그리하여 큰 목소리에 가려져 있었던 진정한 민심을 보여주셨다"고 말했다.

직접 언급은 안했지만 김대호 차명진 전 미래통합당 후보들의 막말도 에둘러 지적한 걸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선거과정을 복기하면 막말이라든지, 선거판을 뒤덮는 목소리들이 있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 기사에 인용된 조사는 TBS 의뢰로 리얼미터가 이달 13~14일 진행했다.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만9785명에게 전화를 시도해 최종 1522명이 응답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은 ±2.5%p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와 리얼미터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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