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여기'서 졌다…네 가지 패인

[the300]21대 총선 4·15리포트③ 여야 반응

심재철 미래통합당 대표권한대행(가운데)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선대위 해단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국민들에게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미래통합당 선대위는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했다'며 사과와 함께 고개숙여 인사했다/사진=뉴스1

◆국민의 선택은 '민주당 180석'…또다른 이름은 '간절함'

더불어민주당에 ‘승리의 기쁨’은 없었다. 여권 내부적으로 “총선 결과가 무섭고 두렵다”며 몸을 낮춘다. 진보정당 역사상 최대 의석수를 확보했다는 기쁨은 잠시, 압도적 과반 정당을 만들어준 국민들의 열망이 더 무거웠다.

미래통합당의 선거 프레임이었던 ‘정권 심판론’은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였다.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여당을 선택했다. 간절함이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불거진 국난 극복의 절박함이 진영 논리를 눌렀다.

국민들의 간절함은 거대 여당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국민들은 변화, 심판보다 안정을 택했다. 그 결과 여권은 중앙정부·지방정부에 이어 입법부까지 주도권을 쥐게 됐다. 강력한 집권여당의 등장이다. 민주당은 2004년 이후 16년 만에 과반 정당을 확보다.

단순한 과반 정당이 아니다. 민주당은 지역구 163석을 차지했다. 2004년 당시 열린우리당(현 민주당)의 의석수는 152석이었다. 여기에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도 17석을 가져왔다. 두 정당의 결합은 예정된 수순이다. 민주당은 개헌 빼고 다 할 수 있다는 180석 정당이 됐다.

선거 직전 민주당을 괴롭혔던 범진보 진영의 ‘180석 프레임’은 오롯이 민주당만의 힘으로 달성했다. 심지어 180석 프레임이 아니었으면 더 많은 의석을 가져왔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그만큼 이번 선거는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민주당은 121개 지역구가 걸린 수도권에서 103석을 가져왔다. 서울만 하더라도 49석 중 41석이 민주당의 몫이었다. 호남은 28석 중 1석을 제외하고 싹쓸이했다. 대전과 세종의 지역구도 민주당이 모두 가져왔다. 영남의 공고한 벽은 뚫지 못했다.

통합당은 이제 개헌 저지선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통합당은 지역구 84석 확보에 그쳤다. 비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19석까지 합하면 103석이다.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표심(票心)으로 드러난 민심(民心)은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로 향한다. 국민들은 코로나19 국난 극복 과정에서 보여준 문재인 정부의 정책방향을 신뢰했다. 정권 후반기로 갈수록 상승세인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그 결과물이다.

지지율만 두고 보면 정권 후반기 레임덕과 거리가 멀다. 여기에 선거로 여권 전반에 힘을 실어줬다. 이제는 민주당이 응답해야 할 차례다. 국민들이 신뢰로 만들어준 거대여당인 만큼, 실력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역풍이 불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오른쪽),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



이해찬 "어항속에 살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번 총선에서 단독 과반 의석으로 '압승'한 것과 관련 "열린우리당의 아픔을 우리는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경계했다. 

이 대표는 17일 오전 여의도 민주중앙당사에서 열린 '민주당-더불어시민당'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이같이 밝히고 "국민이 준 의석에는 그만큼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항상 겸허한 자세로 국민의 뜻을 살펴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선되자마자 누구나 지나가는 손님이 보도록 하는 투명한 어항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공직자의 도리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총선은 대통령 중반 평가 성격인데 높은 대통령의 지지율이 선거 결과로 이어졌다”며 “여당이 이 기조를 유지한다면 국민들도 도와주겠지만, 그 신뢰를 깨버리면 바로 심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당, 처참한 패배 부른 결정적 '네 장면'

미래통합당이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헌정사상 옛 집권당 계통의 보수정당이 이처럼 완벽히 패한 적은 없었다.

선거 막판 통합당 선대위가 "개헌저지선이 위태롭다"고 했던 게 엄살이 아니었다. 그나마 영남권을 중심으로 보수층이 표를 몰아줘 개헌저지선 101석을 간신히 넘겼다.

근본적인 원인은 4년째 벗어나지 못한 '탄핵의 굴레'다. 혁신을 못했고 인재수혈에 실패했고 리더십을 세우지 못했다. 속으로 곪은 병은 총선을 앞두고 민낯을 드러냈다.

공천 과정에서 터져 나온 내부갈등, 통제되지 않는 막말 논란은 위기관리에 한계를 보여줬다. 유권자들은 미래통합당에서 '미래'는커녕 과거를 읽었고 '통합'은 고사하고 분열을 봤다. 제21대 총선 참패의 직접적 도화선이 된 결정적 장면들을 복기한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17일 오후 대구 수성못 상화동산에서 4.15 총선 대구 수성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사진=뉴스1



'홍준표 컷오프'…중진 빈자리에?


3월5일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은 경남 양산을에 공천을 신청한 홍준표 전 대표를 컷오프(공천배제)했다.

당내 공천갈등이 이때부터 정점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당초 고향인 경남 밀양·창녕 출마를 원했던 홍 전 대표는 양산에서도 밀려나자 결국 대구 수성을에서 무소속 출마했다.

곳곳에서 이른바 '사(私)천' 논란이 불거졌다. 공천 반발은 낙천자를 중심으로 으레 있기는 하지만 일부 지역들은 당 안팎에서도 "이상하다"는 반응이 적잖았다.

인재가 부족한 상황에서 전직 의원들이나 인연에 인연을 거치며 추천 받은 인사들을 공천하다 보니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 공관위는 사천 논란에 "한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했지만 황교안 전 대표는 최고위를 열어 거듭 공관위의 결정을 무효화하면서 시끄러워졌다.

대표적 친황(친황교안) 인사였던 민경욱 의원은 컷오프와 재심의, 경선 승리, 무효 위기, 재공천 등 후보 등록 마감 직전까지 롤러코스터를 탄 끝에 공천됐다.

그때마다 '무리한 공천' '민경욱 살리기' 등 당내 잡음을 다룬 부정적 기사들이 쏟아졌다. 난리법석이 무색하게 민 의원은 낙선했다.

반면 공천에 반발해 탈당했던 홍준표, 권성동, 윤상현, 김태호 등 중량급 인사들은 모두 당선됐다. 처참하게 무너진 통합당에서 살아 돌아온 이들의 역할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한선교의 반란, 하필 '코로나 골든타임'에


21대 총선은 '코로나 총선'이었다. 코로나 사태가 다른 모든 이슈를 압도했다. '문재인 정부가 대응을 잘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민주당으로서는 악재가 호재로 반전됐다.

변곡점은 3월16일 주간이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미국과 유럽의 공장이 문을 닫고 글로벌 증시가 요동쳤다. 국내 코스피 지수가 속절없이 1500선 아래로 무너진 것도 이때였다.

문재인 정권의 경제실정 비판에 집중하던 통합당에는 '골든 타임'이었다. 해결책을 내놓으며 '경제는 역시 보수'라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줄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지난달 16일 '한선교의 반란'이 터진다. 비례용 정당으로 만든 미래한국당에서 한선교 전 대표가 통합당 의사와 무관하게 공천 명단을 짜버렸다. 보수권이 발칵 뒤집혔다.

19일 한 전 대표가 물러난다. 20일 원유철 신임 대표가 당을 장악하면서 반란은 정리됐다. 하지만 통합당은 이토록 중요한 시기에 내부 갈등 탓에 이슈에 대응하지 못했다. 국민들은 '내분 격화' '공천 갈등 폭발'로 점철된 뉴스를 접할 뿐 대안세력으로서 통합당의 면모를 보지 못했다.
13일 막말 논란으로 차명진 미래통합당 후보가 당에서 제명된 가운데 한 시민이 경기도 부천시 괴안동 후보 선거사무소에 주차된 선거 유세차량을 바라보고 있다/사진=뉴스1



"인천 촌구석", "호기심"


선거운동 기간은 막말로 시작해 막말로 끝나버렸다. 당사자들로서는 일부 억울한 부분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참패의 가장 직접적 원인이 '막말 논란'이라는 것에는 정치권의 분석이 대체로 일치한다.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하기 직전인 지난달 31일 소위 '인천 촌구석' 발언이 나왔다.

정승연 인천 연수갑 후보가 자신을 지원하기 위해 찾아준 유승민 의원에게 인사치레로 "촌구석까지 와줘서 고맙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이게 문제가 됐다.

과거 자유한국당 시절 망언으로 꼽혔던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에 가고 망하면 인천에 간다는 뜻)의 기억까지 소환하며 인천 민심을 뒤흔들었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통합당은 인천 13곳 중에 배준영 당선인(중구강화군옹진군) 1명을 제외하고 모조리 잃었다.

1일에는 황 전 대표의 이른바 'n번방 호기심' 발언이 나왔다. 단순 참여자와 주도적 범죄 행위를 한 사람 간에 처벌 수위 차이를 일반론으로 말했을 뿐 무관용 원칙에 따른 철저한 처벌 입장은 분명하다고 서둘러 해명했지만 여파는 남았다.



차명진


진짜 문제는 7일부터 터졌다. 선거운동 중반을 넘어가면서 중도층들이 본격적으로 표심을 정하는 시기다.

전날인 6일 김대호 서울 관악갑 후보가 3040 세대를 향한 막말 논란에 휩싸였다. 당 선대위는 '엄중 경고'로 넘어갔다.

김 후보는 바로 다음날인 7일 지역 토론회에서 "나이 들면 장애인이 된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였지만 발언 자체가 너무 강했다. 당 지도부는 즉각 제명조치를 내렸다.

태풍급 논란은 8일 벌어진다. 이미 지난해 물의를 빚은 차명진 후보가 세월호 막말 논란을 또 일으켰다. 일반인들에게 거부감이 강하고 성적 수치심을 줄 수 있는 'OOO'이란 표현을 쓴 게 결정적이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곧바로 제명하겠다고 밝혔지만 당 윤리위가 10일 '탈당 권유' 조치를 내리면서 꼬였다.

같은 날 밤 황 대표가 "더 이상 우리당 후보가 아니다"고 정치적 제명을 선언하는 고육지책을 썼다. 당헌·당규상 윤리위 결정을 뒤집기가 애매했기 때문이다.

연일 '차명진 막말' 관련 기사가 언론에 오르내렸다. 이 와중에 10~11일 실시 된 사전투표는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통합당 후보로서 선거를 완주하게 된 차 후보는 계속 논란을 터트렸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상대 민주당 후보의 플래카드 2장이 자신의 플래카드 아래위로 동시에 걸린 사진을 올리며 'OOO'이란 표현을 또 썼다. 비난이 쏟아졌다.

13일 당 지도부는 윤리위 없이 최고위를 바로 열어 차 후보를 제명했다. 최고위의 권한을 폭 넓게 해석해 적용할 정도로 다급했다.

선거를 단 하루 앞둔 14일 법원이 차 후보가 낸 제명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정당한 제명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이유다. 마침내 선거 막판까지 차 후보가 화제가 되고 말았다.
심재철 미래통합당 대표권한대행(가운데)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선대위 해단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국민들에게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미래통합당 선대위는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했다'며 사과와 함께 고개숙여 인사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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