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선거운동 시작…"대통령이 여당지지를 호소한다면?"

[the300]['대한민국4.0'을 열자][5회 - 下]

편집자주대한민국이 맹목과 궤변, 막말 등으로 가득한 '타락한 진영의식'에 갇혀있다. 타락한 진영은 시위와 농성, 폭력 등을 일으키며 생산적 정치를 가로막는다.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대한민국에 미래는 없다. 타락한 진영을 없애고 '건강한 진영의식'을 회복해 대화와 협상, 타협 등이 가능한 정치를 만들어야한다. 그래야 '대한민국4.0'을 시작할 수 있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2주 앞둔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의동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관위 관계자가 후보자들의 선거벽보를 살펴보고 있다./사진= 김휘선 기자




표현의 자유' 억압하는 선거법, 정치는 후퇴한다



우리 사회에 건전한 비판의 목소리가 사라지고 있다. 양 극단의 맹목적 비난과 옹호가 뒤덮는다.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 속 다른 비판을 짓밟는다. 반면 건강한 비판·합리적 대안 모색은 듣지 않는다.

타락한 진영의식은 ‘표현의 자유’조차 선별적으로 취한다. 공직선거법이 이를 부추긴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는 조항 때문에 궤변에 들러리를 세운다.

지난 2월 임미리 고려대학교 연구교수가 경향신문에 기고한 칼럼 ‘민주당만 빼고’를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을 비판한 칼럼을 쓴 임 교수를 여당이 고발했다.

여당 대표와 원내대표 등의 사과와 고발 취하로 일단락됐지만 언론중재위원회는 경향신문에 공직선거법 제8조 ‘언론기관의공정보도의무’를 위반했다며 ‘권고’ 처분했다.

◇'선거운동이냐, 아니냐' 해석 분분

문제가 된 부분은 임 교수의 칼럼 말미에 나온 표현이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국민의 눈치를 살피는 정당을 만들자. 그래서 제안한다.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는 구절이다.

4·15총선을 앞두고 특정정당을 찍지 말자는 주장이 공직선거법에서 금지하는 선거운동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공직선거법 제58조는 선거운동 행위와 아닌 행위를 구분하고 있다. 이법은 “누구든지 투표참여를 권유하는 행위를 할 수 있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며 네가지 경우에 투표참여 권유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중 하나가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을 포함하여 하는 경우”인데 임 교수의 칼럼은 투표 참여를 유도하면서도 민주당에 대한 반대투표를 종용해 사실상 투표참여 권유가 아닌 ‘선거운동’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당을 겨냥해 얘기했지 특정 후보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선거운동으로 볼 가능성이 낮다는 반대 논리도 있다. 칼럼을 게재한 1월28일은 각 정당의 총선 후보자 최종명단도 나오지 않은 시기다. ‘선거운동’이 아니기 때문에 사전선거운동이라는 범죄도 성립할 수 없다는 반론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노 전 대통령은 2004년 총선을 두 달 앞두고 “국민 여러분께서 열린우리당에 압도적 지지를 보내주시길 기대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총선 개입 혐의로 탄핵소추를 당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정당의 후보자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정당에 지지 발언을 한 건 선거운동으로 볼 수 없다”며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대법원이 지난 2016년 권선택 대전시장의 사전선거운동 혐의를 무죄라고 판단하면서 금지된 ‘선거운동’의 범위를 크게 좁힌 것도 반대 논리 중 하나다. 당시 대법원은 “유권자가 명백히 인식할 만한 객관적 사정이 있을 때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듣기 싫은 소리' 막는 선거법?…건전한 비판→건강한 진영

표현의 자유 침해 문제를 촉발시킨 ‘임미리 고발’ 논란은 공직선거법 개정 논의로까지 번졌다. 공직선거법에서 선거운동 규제하는 조항은 특정 정당 후보 당선을 위한 선거운동이 무분별하게 난립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하지만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규정들이 본래 취지를 넘어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 때문에 공직선거법에 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유권 해석이 사실상 유무죄를 나눈다.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진영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임미리 고발’ 논란이 불거진 이유는 진영 안팎의 건전한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민주당 지도부의 태도와 무관치 않다.

정당에 대한 정치적 평가는 누구나 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 영역임에도 ‘듣기 싫은 소리’에 법의 잣대를 들이밀었다는 게 국민 정서를 건드렸다. 이에 대응하는 다른 진영의 행태도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을 향해 정치적 공세만 취했을 뿐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고민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와관련 비판 등 열린 공간이 오히려 검증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선거운동 관련 규제가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이나 프랑스 등 해외에서는 선거운동 관련 규제가 약한 편이다.

대통령이 특정 후보자의 선거 유세에서 지지 발언을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에서도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유세장을 찾아가 힐러리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결국 대한민국만 애매한 선거법 규정에 따라 쓸데없는 논란만 커지고 있는 셈이다.



'타락한 진영' 낙하산 탄 전문가



# 4년전 비례대표로 국회에 온 조훈현 미래한국당 의원. 그는 바둑의 최고수란 의미의 ‘국수(國手)’로 불린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다. 최고의 바둑 기사이자 세계 최다승(1938승), 세계 최다 우승(160회) 기록을 보유한 이 시대 최고의 승부사였다.

하지만 요즘 조 의원은 ‘꼼수’ 정치의 최일선에 섰다는 비판을 받는다. 지난 2월6일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사무총장으로 내정된 조 의원을 제명하면서다.

법을 어기거나 잘못을 하지 않았지만 의원직을 유지한 채 당적을 옮기기 위해 법의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조 의원은 현재 미래한국당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바둑계 대표 조훈현 모습이 처량해 보인다. 원로 바둑인으로 정치 입문해 번뜩이는 묘수 보여주지 못하고 꼼수 정치에 휘둘려 미래한국당의 볼모가 된 모습이 안타깝다"고 했다.

대한민국 국회엔 조 의원처럼 각 분야에서 유명한 전문가들이 영입된다. 치열한 선거 대신 비례대표란 안전한 장치로 배지를 다는 경우가 많다. 각 당이 팔을 걷고 인재를 모으는 영입문화에 익숙하다.

참신한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다보니 제대로 검증도 안하고 영입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곤경에 빠뜨린 ‘원종건씨 미투 의혹’이 대표적이다. 감동 스토리에만 집중하다보니 정작 그 인물에 대한 자세한 검증이 부족하다.

이런 문제는 ‘공직선거법 47조’와 정확히 배치된다. 이 법을 보면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의 후보자를 추천하는 경우, 정당은 민주적 심사절차를 거쳐 대의원·당원 등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의 민주적 투표절차에 따라 추천할 후보자를 결정한다’고 나온다.

또 ‘누구든지 정당이 특정인을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하여 공사의 직을 제공하거나 그 제공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그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를 하거나, 그 제공을 받거나 그 제공의 의사표시를 승낙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이미 좋은 자리를 제안받고 영입되는 인재들에겐 이 법이 무용지물이다. 현재 인재영입 방식이나 비례대표 선발 방식은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얘기다. 각 정당이 당헌 당규를 바꿔 개방형 비례대표제로 가고 있지만 여전히 투명하지 못한 공천 절차가 많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의 화려한 ‘변신’이다. 이들은 정치에 입문하면서 한결같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외친다. 하지만 여의도 문법에 익숙해지면서 어느새 초심을 잃는다. 소신도 없어진다. 공천권을 쥔 당대표 등의 입맛에 맞는 정치를 한다.

선거에 임박한 시점에 외부 영입은 그만큼 위험하다. 한국 정치의 가장 나쁜 관행이자 행태다. 국민 대표성 없이 갑자기 위로부터 낙점돼 진입한 이들 영입 정치인들의 행태는 진영 대결의 첨병들이다. 벼락 횡재로 국회의원이 되었기 때문에 차기 공천을 위해 더더욱 자기 진영의 인정을 받기 위해 진영 이익과 진영 대결의 선두에 서게 된다.

정치를 그만둔 뒤에는 다시 돌변해 진영 대결을 비판하면서 국회와 정치 전반을 조롱하고 폄하한다. 외부 영입의 반복이야말로 민주화 이후 한국사회 각 영역들의 자율성을 해친다. 특정 진영의 도구를 자임해 영입 제안을 덥석 받아들이는 인사들의 무도덕성도 비판을 받는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정치를 하려면 정당과 공공 정치영역에 가입해 현장 주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튼튼한 풀뿌리 기반을 가져야한다”며 “그래야 정당 지도부나 청와대, 진영 논리에 끌려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영입문화와 영입인사들이야말로 타락한 진영의식의 한 현실이자 도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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