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코-로-나' 선거…심판은 '나'만 할 수 있다

[the300]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2주 앞둔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의동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관계자가 후보자들의 선거벽보를 살펴보고 있다.

빼앗긴 봄에도 총선은 왔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국민의 일상이 파괴됐지만 2일부터 13일간 제21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한때 총선 연기설까지 거론됐지만 예정대로 치른다. 대신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올 만큼 '깜깜이 선거'다.

정치권은 후보등록 막판까지 위성정당 논란에 휩싸였다. 선거 공학만 난무하면서 정작 정책 논쟁은 코로나 이슈에 빨려 들어갔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상징되는 방역 수칙 탓에 후보자와 유권자가 직접 만나는 전통적 선거운동도 어렵다.



역대 최초 '코'(co) 선거…비례당과 한몸, 거대양당 의석 싹쓸이 유력



먼저 이번 총선의 구도는 '코'(co, 공동·함께)다. 서로 다른 정당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기형적 구조다. 헌정 사상 최초의 비례용 정당이 출현한 선거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더불어시민당(스스로 한 가족임을 주장하는 열린민주당도 있다), 제1야당 미래통합당은 미래한국당을 각각 만들었다.

1일 민주당과 통합당은 서로의 비례용 정당과 연석회의, 정책 협약식을 열고 '원팀'임을 과시했다. "민주당은 총선 승리를 이끄는 말이고 시민당은 승리를 싣는 수레", "통합당과 한국당은 선거 후 다시 만나 한 가정을 이룰 것" 등 거침없는 표현이 나왔다.

함께 유세를 다니되 자기 정당만 언급하면 된다는 가이드라인도 세웠다. 독립정당을 표방하는 최소한의 체면 따위는 없다. 선거법 등에 걸리지 않기 위해 눈 가리고 아웅 식에 최소한의 기교만 남았다.

그런데도 부끄러움은 없다. 통합당은 애초 여당이 군소정당과 야합해 선거법을 날치기 처리할 때부터 비례용 정당을 예고해왔기 때문에 당당하다는 입장이다.

뒤늦게 통합당을 따라 한 민주당은 새 선거법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맞선다.

선거가 양당 구조로 치러지면서 제1당도 140석 이상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여론조사 등을 고려하면 민생당과 정의당, 국민의당은 고전이 예상된다.

121석이 걸린 수도권에서 통합당이 40~50석 이상 선전하거나 민주당이 압승한다면 과반(150석 이상) 의석도 가능하다.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와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 등 참석자들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 계단앞에서 열린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나라살리기’, ‘경제살리기’ 공동선언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2020.4.1/뉴스1




세대교체 실패 '로'(老) 선거…돋보이는 건 '올드보이'뿐 지적도



총선 무대에 오른 선수들은 '로'(老), 즉 세대교체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는 이번 선거에서도 어김없이 청년 정치를 전면에 내걸었으나 성적표는 초라하다.

253개 지역구 중 민주당은 20~30대 후보가 7명밖에 없다. 통합당도 12명에 그친다. 45세로 확대해도 민주당 16명, 통합당 27명이 전부다.

반면 '올드보이'의 귀환은 두드러졌다. 통합당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을 승부수로 띄웠다. 1940년생인 김 위원장은 여야를 오가며 승리를 이끈 당대 최고의 책사다. 하지만 '아직도 김종인'이란 현실은 정체된 한국 정치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손학규 전 대표(1947년생)와 서청원 의원(1943년생)도 민생당과 우리공화당 비례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에서는 옛 동교동계 좌장 권노갑·정대철 전 의원이 조만간 복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현역이 컷오프(공천배제)된 곳곳에 '전직 의원'들이 공천장을 따냈다. 국민들에게 신선함을 준 정치 신인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국민이 어느 때보다 고령화된 것도 이번 선거의 변수다. 저출산 고령화로 50대 이상 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선거다. 50대 이상은 4년 전 총선에서는 35%대 정도였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40%에 육박한다. 일반적으로 고령일수록 보수화되는 경향을 보이지만 가장 많은 인구가 몰려 있는 50대에서는 이념 성향을 섣불리 단정지을 수 없다. 

(수원=뉴스1) 박세연 기자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선거대책위원회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4.1/뉴스1



유권자 '나'는 안보이는 선거…4월15일 반드시 심판할 '나' 절실



정작 유권자인 '나'(我)는 보이지 않는 선거다. '코로나 블랙홀'로 비전과 정책이 실종된 탓에 유권자는 가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권자를 향한 치열한 공약 대결도 보이지 않고 유권자가 정책으로 판단할 근거도 부족하다는 얘기다.

그나마 이슈가 되고 있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규모와 방식에서도 여야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우선시하는 모습이다. 여권은 누구한테 줄지 기준조차 정하지 않은 채 총선을 앞두고 '지급 방침'만을 일단 발표했다. 통합당은 총선용 현금 살포는 안 된다고 비난하면서 240조원 지원 카드로 맞받았다.

정상적 선거운동이 불가능한 까닭에 앞으로 2주간도 유권자에게 판단의 기회가 제대로 올지 미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판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는 '나'다. 국가적 위기상황일수록 유권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나서야 한다. 여든 야든 그들이 그동안 보여준 행태, 그들이 나의 삶에 끼친 영향을 하나하나 곱씹고 따져 엄중히 심판해야 한다.

'차선은 고사하고 최악이라도 막자'는 자세가 필요하다. 4월15일 그날까지 운명의 카운트 다운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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