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공약 뒤바뀐 민주당과 통합당

[the300][총선공약뽀개기-上]2020 총선 공약집, 4년전과 비교해보니

①'일하는국회'와 '정권심판' 놓고 한판대결..."개혁대상은 너야"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21대 총선 공약은 여러 부문에서 판이하게 다르다. 하지만 한목소리로 강조한 지점이 있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리 의혹' 이후 핫이슈가 된 '공정'분야다.

두 정당은 이번 공약집에서 '공정사회'와 관련된 공약을 크게 늘렸다. '공정'에 대한 정의도 한층 넓혔다. 20대 국회 당시 '공정'을 내건 여야 공약은 대개 경제 분야에 한정됐지만, 이번엔 교육과 사회 공약에서 모두 '공정'을 다뤘다.


◇'대기업 때리기'서 '대입제 고치기'로…與, 공정 과제 '경제'서 '교육'까지 넓혔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공약의 5대 핵심 가치 중 하나로 '공정'을 택했다.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경제·노동·교육 공약도 한데 모았다.

'공정경제' 공약은 20대와 결이 같았다. 2016년 '경제민주화' 기조로 대표됐던 공약들이 대체로 이어졌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과 소비자 집단소송제 현실화,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 등 '판박이 공약'도 담겼다.

눈에 띄게 손질된 분야는 교육이다. 대입제도 개편이 큰 골자다. 고소득층에 유리한 특기자·논술 전형을 폐지하고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평가자의 주관이 담기기 쉬운 자소서·추천서를 없애는 내용이다. 주기적으로 대입 전형 실태조사를 시행하고 각 대학의 평가기준을 공개한다는 공약도 담았다.

'방송통신대·야간 로스쿨' 공약도 포함됐다. 학비가 비싸고 젊은층에 유리한 로스쿨의 문턱을 낮춰 공정성을 더하고 계층이동의 사다리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4년 전 민주당의 '공정'은 경제 분야에 쏠렸다. 당시 '공정'은 대기업의 불공정한 갑질 행위를 바로잡거나 은행의 불공정 대출을 규제하고, 임금불평등을 해소한다는 공약에서 쓰였다. 교육 공약은 고교 수강신청제·기초학력 보장 등 입시보다 공교육 체질 개선에 방점을 뒀다.

민주당의 '넓어진 공정성'은 '불공정'에 민감해진 여론을 감안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조 전 장관 자녀의 입시 비리 의혹이 제기된 이후 공정성은 국민적 화두가 됐다. '깜깜이 수시'를 둘러싼 대입제도 문제, 부유층의 '스펙 만들기'로 인한 계층 대물림 문제도 함께 떠올랐다.


◇'조국방지법' 공약 내건 野, "공정사회 만들려면 불공정정권 개혁해야"


통합당은 4개 핵심 분야 중 하나로 '공정'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공정' 공약 이름에 조국 전 장관을 직접 명시했다. '조국방지법'은 공정교육 개혁의 일환이다. 대학 지원 서류를 영구 보관하고, '깜깜이 수시' 등 불투명한 입학 전형을 축소하는 게 골자다.

정시확대도 빼놓지 않았다. 통합당은 "'조국(자녀)사태'로 정시 확대 여론이 60%를 넘었다"며 "수능으로 선발하는 비율을 50% 이상으로 대폭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공정교육'의 한 갈래로 학교 정치화 방지도 제시했다. 통합당은 교사의 정치 편향 교육 논란이 불거진 '인헌고 사태'를 언급하며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교원을 처벌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교육의 기회뿐 아니라 내용 역시 공정성을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통합당의 전신 새누리당은 2016년 발간한 공약집에서 '공정사회' 분야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대기업 해외계열사 공시의무 부과 △고소득자 탈세 차단 등을 담았다. 사실상 경제 분야에 국한된 내용으로 야당의 '경제민주화' 기조를 견제하는 성격이 강했다.

지금은 경제를 넘어 전사회적인 '불공정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통합당은 공수처와 탈원전 정책, 연동형 선거제 등 정부가 추진해온 개혁의 폐기 공약도 '공정'을 위한 실천과제로 분류했다. 사실상 현 정권의 색채를 '불공정'으로 연결짓고 '공정'을 수호하겠다는 전략이다.

②'조국사태' 후 떠오른 빅이슈…여야, '공정' 공약 키웠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21대 총선을 눈앞에 두고 공약집을 내놨다. 선거철마다 내놓는 공약집이지만 서로 새로운 화두와 해법을 담았다고 자평한다.

각 당 공약집에선 20대 총선 당시와 '뒤바뀐 입장'이 두드러졌다. 4년전 당시 여당이었던 통합당은 야당 옷을 입고 선거를 치뤄야하는 이번엔 '정권 심판론'을 강조했다. 집권여당으로 3년간 국정을 이끌어온 민주당은 '일하는 국회'를 위해 국회개혁 카드를 꺼냈다.


◇ "정부는 발로 뛴다, 이제는 우리 차례"…'일하는국회' 강조한 與



2016년 민주당의 '타깃'은 박근혜 정부였다. 댓글 공작으로 대선에 개입한 국가정보원의 수사권과 보안정보 수집권한을 없애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검찰개혁과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도 공약집에 포함됐다.

이번 총선 공약집에선 국회개혁에 방점을 찍었다. 20대 총선 공약집에서 볼 수 없던 공약이다.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등으로 한계가 드러난 국회선진화법을 손질해 효율적인 국회 운영을 이끌겠다는 취지다. 국회개혁을 내걸며 야당을 비판하는 전략이다.

민주당은 공약집 '더 나은 미래, 민주당이 함께합니다'에 정치개혁 분야를 따로 뒀다. 상시 국회운영 체제와 상임위 운영 의무화 등을 약속했다. 야당의 보이콧으로 연기되곤 했던 임시국회 소집일을 달력에 못박고, 임시회가 열리면 상임위도 자동으로 열자고 했다.

법안 통과의 '장애물'도 줄였다. 법제사법위원회의 권한을 좁히면서다. 법사위는 '체계·자구 심사권'을 토대로 각 상임위에서 본회의로 가는 법안의 길목을 차단할 수 있다. 민주당은 이 권한을 폐지해 법안 통과를 빠르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에 대해선 '아름다운 마무리'를 약속했다. 공수처 설치에 박차를 가하고 검경수사권 조정의 이행여부를 끊임없이 감시한다는 내용이다. 경찰개혁을 완수해 '검찰개혁의 부작용'으로 지적된 경찰의 권력 확대를 막는다는 공약도 넣었다.

민주당은 "야당의 지속적인 국정운영 발목잡기와 상습적 국회 보이콧 등으로 역대 최악의 입법실적을 기록했다"며 "20대 국회의 과오를 타산지석 삼아 강력한 국회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바꿔야 산다" 내세운 野, '일하는국회' 빼고 '정권심판론' 더한다



통합당의 공약은 민주당과 '정반대' 변화를 겪었다. 20대 총선 당시 여당이던 미래통합당의 전신 새누리당은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국회개혁 카드는 새누리당 몫이었다. 2016년 새누리당은 "국정운영의 한 축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할 수 있도록 국회 개혁이 시급하다"며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해 대의 민주주의의 다수결 원칙을 확립하고 국회운영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다양한 국회개혁 공약을 냈다. 국회의원의 막말과 가짜뉴스 유포를 막기 위해 윤리심사를 강화하자고 했다. 국회 파행·국회의원 구속으로 의정활동이 중단되면 세비 지급을 금지한다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도 세웠다.

'폭로일색'인 인사청문회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공약도 넣었다. 검증되지 않은 '무차별 의혹제기'로 후보자의 자격을 따지는 대신 정책능력과 도덕성을 검증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정권을 잃으며 이 공약들은 수포로 돌아갔다는 지적이다.

통합당의 이번 공약집 '내 삶을 디자인하다'는 정권심판론에 집중했다. 인사청문회 개선 등 국회개혁에 대한 이전의 구상은 포함되지 않았다.

첫번째 과제는 '공수처 폐지'다. 검찰의 인사·예산권을 '청와대 권력'으로부터 떼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물갈이 인사' 논란 후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해 정권을 견제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공약집에는 △탈원전 정책 폐기 △문재인 정권 태양광게이트 비리규명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제도 폐지 등이 함께 실렸다. 정권을 상징하는 공수처와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범여권이 주도한 새로운 선거제를 되돌려놓겠다는 의지다.

또 통합당은 '조국방지법'을 마련해 입시제도를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작년 조국일가 비리 의혹으로 불거진 고위층의 '깜깜이 수시' 관행을 없애겠다는 취지다. 조국 사태로 타격을 입었던 여당의 실책을 강조하는 동시에 공정성의 기준을 새로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