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아마존의 '집착', 여의도의 '외면'

[the300]

#‘고객 집착(Obsessive)’.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의 핵심 철학이다. 베조스가 쓴 21통의 연례 주주 서한을 해부한 책, ‘베조스 레터’는 고객에 대한 그의 철학을 설명한다.

고객은 아마존의 존재 이유이자 출발점이다. 비즈니스나 서비스 대상이 아니다. 자산으로 본다.

‘고객 만족’ 개념은 무의미하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게 ‘고객 중심’이라면 ‘고객 집착’은 차원이 다르다. 고객 스스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기도 전에 고객의 요구를 끊임없이 탐구한다.

조직과 구성원은 고객에 맞춰진다. 고객의 신뢰를 얻고 유지하기 위해 일한다. 그렇게 ‘집착’한다. 자연스럽게 제품, 서비스에만 초점을 맞추는 다른 기업과 차별화된다.

베조스는 경쟁사를 의식하지 않는다. 경쟁업체의 콘텐츠, 기술, 문화 등을 분석하기보다 고객만 바라본다. ‘고객 집착’은 평범함을 거부한다.

고객 응대 방식이 한 예다. 일반 기업들은 매뉴얼을 촘촘히 만든다. 그 틀에서 고객들을 대한다. 매뉴얼을 따르면 실수가 준다. 고객들은 나름의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반면 아마존은 매뉴얼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는다. 고객 집착에 맞춰진 구성원은 모든 생각을 실행할 권한을 갖는다. 창의력·상상력을 발휘해야 가능하다.

#베조스의 ‘고객 집착’에 꽂힌 것은 총선을 앞둔 정당의 행태를 접하면서다. 베조스의 생각과 정반대로 움직이는 게 한국 정치판이다.

국민은 정치의 존재 이유이자 출발점이다. 시혜의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국민의 요구를 찾아내려 애쓰는 정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4년에 한번, 선거 때면 듣는 시늉이라고 했는데 이젠 그마저도 찾아보기 힘들다. 정당은 국민에게 맞춰지지 않는다. 공천 과정을 보자. 여야 모두 시스템 공천, 국민경선 등 그럴 듯한 상품을 내놓고 혁신으로 포장한다.

실상은 ‘말판의 돌 놓기’에 불과하다. 국민은 아랑곳없다. 정치인, 정치 지망생의 눈은 국민이 아닌 당 지도부를 향한다. 일단 장기판에 놓인 뒤에야 시스템을 말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 찍히면 ‘아웃’이다.

정치권은 말로만 국민을 외칠 뿐 언제, 어디서나 ‘경쟁자’만 바라본다. 국민이 아닌 경쟁자가 자신들의 존재 이유다. 상대방의 전략·전술만 분석한다. 모방하고 욕하면서 배운다.

스토리를 품은 인재의 영입, 칼을 든 흰머리 노신사의 물갈이, 약간의 저항과 진압 그리고 화합…. 쇼의 흐름은 거의 판박이다. 그 과정에서 의식은 타락한다.

비례정당도 도긴개긴이다. 비례정당은 ‘국민’이 아닌 ‘모(母)정당’을 위해 존재한다. ‘국민 집착’이 아닌 ‘세력 중심’일 뿐이다.

인물난 역시 비슷하다. 미래통합당은 사람이 없어 재활용을 택했다. 수도권 ‘험지’ 출마라는 명분을 걸었지만 중진 의원을 재투입할 정도로 기근에 시달렸다는 얘기다. 더불어민주당은 86세대가 모두 생존했다. ‘경쟁력’은 견고한 기득권의 겉치레 포장지다.

#정치는 정체하지 않는다. 발전하지 못하면 퇴보다. 국민을 외면하는 정치는 뒷걸음질 중이다. 국민과 괴리되면 지표만 찾는다. 공천 때 인지도·적합도, 이슈에 대한 찬반 여론조사…. 전형적 관료화다.

국민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창의적 발상은 없다. 국민경선이 히트를 친 게 20년전이다. 지금도 포장만 달리해서 되풀이한다.

창의·실험·혁신 등이 들어갈 틈이 없다. 국민과 호흡이 단절된 때문이다. 선거에서도 전략·전술이 우선시된다. 위로 지도부만 봤다면 아래로는 조직만 존재한다. 지도부와 조직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국민의 삶을 들을 수 없다.

그렇게 주객이 전도된다. 이번 총선이 낯설 게 다가오는 것은 코로나19 때문만이 아니다. 흔히 듣던 ‘국민을 위해’라는 립 서비스조차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정치권은 국민과 멀어졌다.

베조스는 이렇게 말한다. “기업의 입장이 무엇이든 중요한 것은 고객들의 믿음이다. 고객이 믿지 않으면 기업이 끝이다”. 정치권에 돌려준다. 정치권, 정당의 입장이 무엇이든 국민이 믿지 않으면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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