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목소리 사라진 '막말국회', 병들어가는 대한민국

[the300]['대한민국4.0'을 열자]2회①건강한 진영의식을 해치는 국회의원의 행태

편집자주대한민국이 맹목과 궤변, 막말 등으로 가득한 '타락한 진영의식'에 갇혀있다. 타락한 진영은 시위와 농성, 폭력 등을 일으키며 생산적 정치를 가로막는다.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대한민국에 미래는 없다. 타락한 진영을 없애고 '건강한 진영의식'을 회복해 대화와 협상, 타협 등이 가능한 정치를 만들어야한다. 그래야 '대한민국4.0'을 시작할 수 있다.
“종북 좌파들이 판을 치며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을 만들어 우리 세금을 축내고 있다”(김순례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

지난해 2월 국회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에서 나온 발언이다. 여론의 비판이 거셌지만 같은달 27일 김 의원은 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강성 보수 지지층의 표를 확보하면서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019년 12월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4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막말의 탄생…‘이분법’의 정치



막말은 강성 지지층의 호응을 이끈다. 보수와 진보의 이분법, 극단의 대결로 만들기 가장 좋은 무기다. ‘타락한 진영의식’의 내용이 왜곡이라면 형식은 막말이다.

김순례 의원의 문제적 발언이 나왔던 공청회는 김진태·이종명 한국당 의원 주최로 열렸다. ’5·18 민주화 운동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지만원씨에게 판을 깔아줬다. 5·18 민주화 운동을 향한 거침없는 폭력이 이뤄졌다.

정치인, 특히 국회의원들의 막말은 강성 지지층에게 카타르시스를 준다. 정치인들은 막말로 기본 지지 기반을 확보한다. 극단으로 가서 외치는 게 먼저다. 진영을 대표하는 합리적 목소리는 급하지 않다. 막말의 파급력은 사안의 전체를 조망하는 걸 잊게 한다. ’맞다, 아니다‘라는 이분법을 요구하는 동시에 강요한다. 

막말이 진영내 건강한 목소리를 해치는 것은 여권도 다르지 않다. 정봉주 전 의원은 점퍼 색을 운운하며 진영 내 ‘색깔론’을 꺼내들었다. 공격 대상은 같은 진영의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정 전 의원은 ‘빨간 점퍼 민주당’이라는 제목으로 금 의원을 겨냥해 “내부의 적이 가장 위험한 법”, “민주당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은 최소한 파란 점퍼를 입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 의원이 ‘조국 사태’에서 당에 비판적 목소리를 냈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표결 당시 당론과 달리 기권표를 던진 것을 향한 저격이었다. 강성 지지자들은 연일 금 의원을 향해 문자폭탄 등을 보냈다. 결국 금 의원은 공천을 받지 못했다.

진중권 전 교수는 “(민주당이) 조국을 끊어내지 못한다”며 “팬덤 정치를 하다가 팬덤의 늪에 빠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여야 모두 ‘타락한 진영의식’ 대결의 수혜자



최근 1년간 국회는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검경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 법안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르면서 정쟁의 연속이었다. ‘식물 국회’ ‘동물 국회’만 존재했다. 매일 대치하고 서로를 향해 “대화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비판하며 평행선을 달렸다.

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원내대표는 결국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했지만 곧 휴지조각이 됐다.

여당을 중심으로 4+1(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구성됐다. 한국당은 ‘투쟁’ 일변도로 나섰다. 황교안 대표가 청와대 앞 규탄 집회를 주재하고 지난해 9월 삭발, 같은해 11월엔 단식을 감행했다. 지지층을 총력 동원한 광화문 집회도 진행했다.

공수처 등 내용에 대한 합리적 논쟁은 없었다. ‘타락한 진영 의식’은 대치·농성만 강요했다. 여야 모두 대결·대립의 절대적 수혜자였기에 이를 즐겼다. ‘타락한 진영의식’을 키운 셈이다.


◇‘타락한 진영의식’, 선거법도 죽였다



‘게임 룰’인 선거법조차 대화없이 만들어졌다. 전례없는 상황이었다. 여야는 강행과 결사 반대로 나뉘어 한치의 양보도 없이 맞섰다. 대화에 참여해서 어떻게든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는 사라졌다.

사표(死票)를 없애고 표의 등가성을 높이기 위한 생산적 토론은 없었다.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다당제 시스템에 대한 고민도 부재했다. 그저 진영 내 이해득실만 따졌다. 그 결과 ‘타락한 진영의식’이 만든 ‘꼼수’와 ‘반칙’만 넘쳐났다.

위성정당이 대표적인 예다. 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은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들었다. 민주당도 비례정당연합에 참여하는 편법을 택했다. 결국 선거법의 취지는 하나도 남지 않았다. 선거법조차 ‘타락한 진영의식’으로 왜곡된 셈이다.

피해는 온전히 유권자의 몫이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진보와 보수가 타협점 없이 극단으로 대립하다보니 양쪽 모두에서 타락한 진영의식이 만들어졌다”며 “결국 각 진영에 기대어 혜택을 보는 건 정치인들이고 피해자는 국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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