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 아니면 '까'…멘토가 없다

[the300]['대한민국4.0'열자][1회-'빠'들의 전성시대]

[편집자주]대한민국이 맹목과 궤변, 막말 등으로 가득한 '타락한 진영의식'에 갇혀있다. 타락한 진영은 시위와 농성, 폭력 등을 일으키며 생산적 정치를 가로막는다.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대한민국에 미래는 없다. 타락한 진영을 없애고 '건강한 진영의식'을 회복해 대화와 협상, 타협 등이 가능한 정치를 만들어야한다.

‘빠’들의 전성시대다. 한 때 사회적 ‘멘토’ 역할을 했던 이들이 ‘선전·선동’의 전위에 섰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다층적·다원적 현안 앞에서 시민들은 그들의 책과 목소리를 찾았다.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를 속 시원히 해준다”며 대중은 열광한다.

‘멘토’ 현상의 종말은 ‘빠’들의 성장과 무관치 않다. 각 분야 ‘빠’들이 그렇듯, 내용은 물론 표현까지 과격하다. 내 삶에 영향을 주는 길잡이가 부재한 탓에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진보와 보수의 진영 갈등은 깊어진다.



◇‘오빠 부대’ 거쳐 ‘빠돌이’ ‘빠순이’로…정치권으로 전이


‘빠’는 연예인 팬클럽에서 유래했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이 있다. ‘오빠 부대’를 거쳐 1990년~2000년대초 남성 팬은 ‘빠돌이’, 여자 팬은 ‘빠순이’로 변주했다. ‘빠’는 부정적 함의를 지닌다. 이들은 온·오프라인 공간에서 자신의 ‘우상’에 대해 맹목적 신뢰를 보낸다.

반대는 ‘적’이다. 간혹 ‘빠돌이’, ‘빠순이’ 간 큰 싸움까지 벌어졌다. 당시 인터넷 커뮤니티가 급속히 발달하던 시기와 맞물린다. ‘빠’는 정치권으로 전이됐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이같은 논란의 중심에 있다. 논란은 일찌감치 예고됐다.

유 이사장은 2017년 5월 “범진보 정부에 대해 ‘어용 지식인’ 되려 한다”고 선언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시기였다. 촛불과 탄핵으로 집권한 이 정부의 최대 과제는 진영극복과 국민통합이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진영간 갈등은 점점 더 심해졌다. 타락한 진영 의식은 건강한 진영의 목소리를 잠재웠다.
 


◇유시민, 공지영...사라지는 ‘멘토’


유 이사장은 5개월새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다른 입장을 내놓으며 대중의 입방아에 올랐다. 유 이사장은 지난해 7월 유튜브방송 ‘알릴레오’에서 윤 총장의 변호사법 위반 논란에 대해 현행법과 윤리적 측면에서 문제가 없다고 옹호했다.

반면 같은 해 12월엔 윤 총장을 “무능하다”고 적극 비판하는 데 앞장섰다.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자녀가 받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을 뇌물로 판단한 것을 지적하면서다. 소설 ‘도가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등으로 많은 이들을 정서적으로 위로했던 공지영 작가 역시 ‘빠’ 논란의 대상이다.
 
그는 이른바 ‘조국 대전’에서 선봉을 자처하며 같은 진영 열성 지지자들로부터 열렬한 호응을, 반대편에게선 날선 비난을 받았다. 공 작가는 조 전 장관 사퇴 직후 “우린 맨날 지고 맞고… 그리고 나중에 이겼다. 이번엔 나중에 말고 지금 이기고 싶었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에 대한 의혹을 진영 대결로 바라보는 관점을 드러낸 셈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른바 ‘문빠’(문재인 대통령 강성 지지자들)에 대한 합리적 반발이다. 진 전 교수는 ‘문빠’와 공 작가를 비롯해 오랜 정치적 동지였던 유 이사장과도 날선 공방을 벌인다. 타락한 진영에 실망한 국민들은 진 전 교수에 동조한다.

문제는 표현이다. 분노만 남고 메시지는 사라진다. 폭넓은 지지를 얻지 못하고 유 이사장과 설전 자체만 주목받는다. 결과적으로 시민들이 사안의 본질에 다가가는 데 장애가 된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전통의 보수 ‘빠’…‘5·18 민주화 운동’도, ‘코로나19’도


보수 진영 ‘빠’들은 전통을 자랑한다. ‘5·18 민주화 운동’은 그들의 단골 메뉴다. 보수 논객 지만원씨는 지난해 2월 김진태·이종명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동 개최한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에서 5·18 민주화 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그는 “여기 공청회 제목이 ‘북한군 개입여부를 중심으로’라고 돼 있는데, ‘부’(否)라는 것은 없다. ‘여’(與) 하나밖에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전두환은 영웅”이라고 치켜세웠다. 당시 공청회 참가자들은 이같은 주장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왜곡된 시각이 극렬 보수 지지자들을 지배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대규모 신도들이 의지하는 종교인들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코로나19(신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를 고려한 서울시의 집회 금지 방침을 뚫고 지난2월 22~23일 집회를 강행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등 집회 주최자 및 참가자 34명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대표하는 전광훈 목사도 포함됐다. 

당시 전 목사는 “하나님은 전염병에서 우리를 고쳐준다. 다음에도 예배 오시라”라는 취지로 발언해 논란이 됐다. 전 목사는 지난 2월24일 불법 선거운동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보수 진영에서도 극단에 치우친 인사들의 언행에 실망한 사람들이 전원책 변호사 등 일부 보수 인사들의 목소리에 주목한다. 역시 타락한 보수 진영이 만들어 낸 반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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