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병들었다면 수십년 고쳐야"…최기상 전 판사의 정치 출사표

[the300][2020 스카우팅리포트]서울 금천 전략공천 최기상 전 판사

민주당 영입인재 최기상 인터뷰


사과는 어렵다. 하지만 최기상은 덤덤히 사과문을 써내려간 판사다.


조직의 장(將)이 조직원의 잘못으로 드러난 문제를 대표해 사과하는 일은 또 다른 조직의 견제를 받기 십상이다. 흔한 '조직논리'다.

최기상 전 판사는 2018년 5월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의 이름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이 박근혜 청와대와 벌인 '재판 거래' 등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전국 법원에서 선출된 판사들로 구성된 협의체다.

그는 법원 내부전산망에 글을 올려 "저도 사법부의 일원으로 방관하지 않았는지, 견제와 감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 반성하고 책임을 통감하겠다"며 "국민들께도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잘못된 과거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촉구하는 그의 글은 "'국민을 위한 사법' 그 존재이유를 잊지 않겠다"며 끝을 맺었다.

18개월 뒤 그는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로 다시 국민 앞에 섰다. 집권여당의 사법개혁 의지 '마지막 완성 퍼즐'이다. 민주당은 최 전 판사를 서울 금천구에 전략공천했다. 
민주당 영입인재 최기상 인터뷰



헌법전문가가 그리는 사법개혁



최 전 판사는 재임 중 총 4년간 헌법재판소에 파견돼 헌법재판 경험을 쌓아 온 헌법분야 전문가다. 2018년에는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추천될 정도로 헌법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과거 4대강 보 침수 피해자 재판, 이명박 정부 당시 민간인 불법사찰 피해자 재판 등 사회적으로 뜨거운 이슈가 됐던 재판에서 국가에 피해 받은 소수자와 약자를 보호하는 소신 있는 판결을 내려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양승태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재판을 미루고 있었지만, 2016년 미쓰비시중공업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재판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최 전 판사는 "21대 국회의 주요 과제중 하나가 사법개혁이다. 검찰개혁, 수사기관 개혁과 맞물려있다"고 말한다. 조직 변화의 '틀'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그는 "법원이 적극적으로 국민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실 정치인으로 나서는 길은 떨림으로 시작했다. 그는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노래 듣는 걸 즐겼다. 말 하는 것보다 듣는 게 더 좋았다"고 털어놨다. 

만약 국회의원에 당선된다면 이제 말하고, 주장하고 때로 필요하다면 싸우고 조정해야 한다. 그는 두려운 마음보다 새로움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고 했다. 최 전 판사는 "국회에서 밝은 눈으로 거듭 살피고 따지는 역할을 하고싶다"고 말했다.
  


지금 필요한 건?…결론을 내릴 줄 아는 정치인



그는 자신의 강점을 '결론을 내리는 힘'이라고 꼽는다. 

최 전 판사는 "재판관은 대립하는 양쪽의 이야기를 듣고 소통하고 결론을 내려야 한다. 그런 훈련을 지난 20여년간 끊임없이 해왔다"고 말한다. 대립의 국회를 타협의 국회로 바꾸는 데 일조하고싶다는 포부다.

민주당 영입인재 최기상 인터뷰

최 전 판사는 "하는 일 없다고 비판받는 국회의 모습은 주로 대립과 반목때문"이라며 "사회 전체의 갈증을 국회로 모아내 대화와 타협을 통해 반드시 결론을 내리는 의원이 되고싶다"고 말했다.

당선된다면 1호 법안으로 '법조인 견제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그는 "지난 70여년간 사법부는 선출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견제를 받은 적이 없었다"며 "사법기관 구성과 행정 견제에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길을 열고싶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단숨에 다 이루겠다는 욕심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최 전 판사는 "좋아하는 표현 중 '수십 년 병들었으면 수십 년 고칠 생각을 해라'는 말이 있다"며 "우리 세대가 고치는 작업을 시작하고 전개하면서 다음 세대에게 맡기기 위한 준비도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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