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봄동, 김정은 친서…文대통령이 본 것은

[the300]김정은 남매의 '밀당'과 '꽃샘추위' 그리고

'코로나19 한파'에 유난히 추운 겨울이지만 시간은 흐른다. 어느덧 3월, 봄의 따스함을 내심 기대할 만한 시기다. 남북관계도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5일 친서를 주고받았다. 코로나19 피해를 위로하고 서로를 격려하는 글을 담았다. 친서는 얼어붙은 듯 했던 남북관계의 봄동(봄배추)이다. 

1일 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북한과 보건 분야 공동 협력을 바란다"며 손을 내밀었다. 코로나19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는 건 '기본'이다. 그렇다고 남북관계에 소홀할 순 없기 때문이다. 

봄동은 이내 제법 시린 '꽃샘추위'를 마주했다. 기념사 직후 '이 와중에' 대북 제안을 했어야 하느냐는 비판이 곳곳에서 나왔다. 전국민이 코로나19에 마음 졸이고 있는 시기라서다. 

2일, 추위는 더 세졌다. 북한이 원산 인근 동해상으로 단거리미사일을 2발 발사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보통 '도발'로 여겨진다. 청와대가 반응하지 않을 수 없는 사건. 청와대는 곧바로 안보 관계장관 대책회의를 열고 "우려"를 표명했다.
[서울=뉴시스]박미소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전화 통화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2020.03.06. photo@newsis.com

3일, 바람은 시린 춘설(春雪)이 됐다.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3일 담화문을 발표했다. 청와대의 그 "우려"를 원색 비판했다. 남북관계가 나빠도 남북 정상간 최소한의 신뢰를 상징하는 인물이 김여정 부부장이었다. 그런데 제목부터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였다. 

다음날(4일) 아침 청와대엔 문의가 쏟아졌다. 청와대는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노코멘트도 메시지"라고 했다. 

바로 그날, 김 위원장의 친서가 문 대통령의 손에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남쪽'의 코로나19 확진자, 사망자 발생을 위로하고 '마음뿐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안타깝다'는 내용을 담았다. 

같은 날 저녁 문 대통령은 SNS에 '땅은 봄동을 키우고, 국민은 희망을 키워주셨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물론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마음'을 모으자는, 국민에게 보내는 희망과 격려의 메시지였다.

앞서 코로나19로 자가격리 중인 대구 남구의 320여 가구는 전남 진도의 푸릇한 봄동을 받았다. 수해 복구를 도왔던 대구남구 주민에게 진도군 군내면 주민자치위원회가 보내는 보은의 마음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 사연을 인용,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에게 '봄동'의 의미를 말하고자 했다. SNS라는 특성상 이런 감성의 글은 사전에 기획되지 않은 걸로 보인다. 그 순간, 대통령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나오는 글이다.

문 대통령은 '희망'을 강조했다. 꽃샘추위를 견뎌낸 봄동을 보며 코로나19라는 '추위'가 물러가고 더 따뜻한 날이 올 거란 희망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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