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과 표심 사이…'타다 딜레마' 빠진 여당, 속만 타다

[the300]법원 넘은 타다, 국회앞에 서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미래준비 선거대책위원회' 출범 및 1차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는 이해찬 대표와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아 ‘투톱 체제’로 총선을 지휘하고 공동선대위원장 22명이 함께 활동하게 된다. 2020.2.20/뉴스1
<미래 vs 택시 표…'말로만' 하는 與 혁신>

정부 여당은 오는 5일 열린 예정인 국회 본회의에서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처리를 노린다.

법안은 아직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5일 본회의 처리를 위해선 하룻만에 뚝딱 마무리해야 한다.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에 여야 의원들은 찬성·반대의 투표 버튼을 누른다. 그 버튼은 기록이 된다. 국회의원 인생의 훈장이 될 수 있고 주홍글씨로 남을 수 있다. 법사위원 18명은 본회의로 법안을 과감히 넘길 수 있을까.

◇‘미래선대위’ 띄워놓고 ‘택시표’ 계산기 두들기는 여당 = 더불어민주당은 4.15총선을 맞아 ‘미래’를 키워드로 한 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켰다. 선대위 명칭은 ‘대한민국미래준비선거위원회’다. 선대위에서 정책기능 조직은 ‘미래혁신기획단’이다. 세부조직으로 ‘벤처세계4강위원회’ 도 만들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벤처·스타트업계에서 ‘혁신 모빌리티’ 기업으로 꼽히는 타다에 대한 공개 발언을 꺼린다. ‘타다 금지법’은 더더욱 함구한다.

‘말 할 수 없는 미래’의 배경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있다. ‘타다 금지법’이 국토교통위원회 상정된 시점부터 지난달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타다 1심 무죄를 판결한 직후 까지 “김현미 장관의 (법안 통과) 의지가 강하다”는 한마디로 모든 게 끝이다.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논리다.
 '타다'를 이끄는 박재욱 VCNC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실 앞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이날 박 대표가 인사하면서 "타다 금지법"을 언급하자 김 장관은 "타다 금지법은 없다"고 답했다.

실제 국토부는 타다 관련 법원의 무죄 판결 다음날인 20일부터 국회를 훑으며 법안 처리를 호소했다. 12·16 부동산 대책 관련 입법, 코로나 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대책보다 급한 최우선 과제가 바로 ‘타다금지법’이었다.

‘타다 금지법’ 논의를 앞둔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선 “당론은 아니지만 이견을 낼 수 없다”는 기류가 흐른다. ‘법적 안정성’이란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론 총선을 앞두고 계산기를 두들긴다. ‘택시 표’다.

택시업계는 사실상 조직적인 표밭이다. ‘타다 금지법’을 대표 발의한 박홍근 의원은 지난해 10월 서울 개인택시 운전자 1만명이 모인 ‘타다 규탄 대회’에 직접 참석해 마이크를 잡고 타다 제한법 통과를 구두로 약속했다. 박 의원 지역구인 중랑구엔 법인택시업체만 20곳이 넘는다. 서울에서 두 번째로 많다.

◇문 대통령의 ‘혁신’… 청와대 참모진과 국무위원의 ‘보신’ = 문재인 정부는 ‘혁신 성장’을 내걸었다. 올해 신년 메시지도 ‘혁신·혁신·혁신’ 이었다. 올초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타다 문제 처럼 신구 산업 갈등 생기는 문제를 아직 풀지 못했다”면서 “사회적 타협기구들이 건별로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기존 택시 분들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타다 같은 혁신적인 영업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참모진도 ‘혁신’을 강조할 뿐 갈등이 불거질 때면 한 발 물러선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타다’ 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이 이런 것을 시도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하겠다” “수십만 택시 운전사가 입는 피해를 방치할 수 없다” 등 두 개의 메시지를 동시에 낸다. 정부는 혁신의 제도화가 성과로 자랑하지만 정작 업계는 “제도에 혁신을 담으려는 의도가 혁신과 가장 거리가 멀다”고 반박한다.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기업벤처부 등도 혁신을 외치다가도 ‘타다’만 나오면 입을 다문다.

<법사위에 잠자는 민생법안 1874건…타다금지법 '새치기'?>

20대 국회’ 회기 종료를 목전에 둔 가운데 1874건의 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잠자고 있다. 가습기살균제법 등 민생 법안이 다수다. 15건의 국회 청원을 포함하면 법사위의 숙제는 더 늘어난다. 
지난 1월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자유한국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검찰인사에 대한 현안 질의를 위해 열린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 더불어민주당은 일방적 개최라는 이유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불참했다. / 사진=홍봉진 기자

이 때 찬반 논쟁이 치열한 이른바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4일 법사위 전체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민주통합의원모임 등 일부 정치권과 국토교통부가 몰아친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3일 “경제위기,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타다 금지법’에 대해 우선적으로 논의하는 게 놀랍다”고 지적했다. 

한편에선 국토부가 법사위에 법안 수정 의견을 제출한 것을 두고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사회적 갈등이 극심한 법안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자의적 수정을 시도했다는 이유에서다. 

◇‘10년의 슬픔’ 가습기살균제법 개정안 등 민생법안 ‘계류’ = 3일 국회에 따르면 법사위에 잠자는 고유법안은 1612건에 달한다. 

이 중 미상정 법안이 160건, 제 1소위원회 계류 법안이 1451건이다. 또 262건의 타위원회 법안이 법사위에 계류돼 있다. 상정조차 되지 못한 법안만 182건이다. ‘법안의 무덤’으로 알려진 제 2소위원회 계류된 법안이 51건, 전체회의에 계류된 법안이 40건이다.

‘가습기살균제법’(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피해 입증에 대한 책임 상당 부분을 소비자가 아닌 가해 기업에 부여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종합포털에 따르면 2011년 ‘가습기살균제 사망 사건’ 발생 후 현재까지 접수된 피해자는 모두 6739명으로 이 중 사망자는 1528명으로 집계됐다.

‘미세먼지법’(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은 여야 이견이 없는 민생 법안인데 법사위 상정조차 안 됐다. 정부의 강한 의지가 담긴 △IT(정보통신) 기업 등의 인터넷은행 대주주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인터넷은행법’(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 △‘DLF(파생결합펀드) 사태’ 재발 방지 등을 위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 개정안 역시 일부 의원 반대 등으로 법사위 계류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자유한국당 김도읍 간사가 지난해 11월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의원입법 타다금지법…국토부가 뛴다 = 타다금지법은 상황이 다르다. 다수의 민생 법안에 대해 장고, 숙고를 거듭한 것과 비교해 타다금지법은 엄청난 속도다. 의원 입법(박홍근 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인데 국토부가 전면에 나서 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적했던 49조의1항(여객자동차운송플랫폼사업의 종류)을 수정한 의견을 법사위 의원들에게 제출했다. 국토위원장 ‘대안’으로 의결된 법안을 법사위에서 고쳐서라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원안은 여객자동차 운송 플랫폼 사업의 종류에 운송 플랫폼과 자동차를 확보하는 경우로 특정했다. 여기에 국토부는 자동차 ‘대여사업자’의 대여사업용 자동차를 임차한 경우를 수정안에 포함시켰다. 최근 법원 판단을 의식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가 타다를 ‘렌터카 서비스’로 규정한 법원 판단을 고려해 ‘대여사업용 자동차’를 대상에 추가했다는 목소리다. 

공정거래위원회 의견에 대한 ‘땜질’ 조치라는 지적도 뒤따른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검토의견으로 “플랫폼 운송사업 요건인 ‘자동차 확보’ 의미가 자동차 소유만인지, 리스 또는 렌터카를 통한 확보도 가능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여지를 마련해 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법사위에서 법을 수정? = 국토부가 해당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을 두고 체계·자구를 수정하는 수준을 넘어서 특정 기업을 겨냥해 법안 개정을 시도하면서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국토부가 뒤늦게 법사위에서 법안 수정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불완전 입법을 자인하는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 

결국 이같이 정부 중심의 ‘속전속결’ 식 법안 처리 방식이 사회적 갈등을 부추긴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야는 물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법안 처리에 대해 대체로 신중한 입장을 보였던 기존 분위기와 대비된다는 목소리다.

기업의 입증 책임을 높이는 취지의 가습기살균제법이 좋은 예다. 이 법은 우여곡절 끝에 해당 상임위를 통과한 후 지난 1월 법사위에 도달했으나 제동이 걸렸다. 유관기관의 반대 의견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타다금지법 역시 사회적 갈등을 고려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합의 처리를 중시했던 법사위 관행에 따라 제 2소위원회로 보내 제대로 논의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타다' 와 고소중인 김경진…법사위 등판하나?>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김경진(왼쪽) 무소속 의원과 국철희 서울개인택시조합 이사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 앞에서 타다 운행 즉각 중단 관련 기자들의 질문에 ‘타다는 즉시 사업장을 폐쇄하고 재판에 임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2019.10.29. jc4321@newsis.com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처리를 앞둔 정치권 기류는 복잡하다. 정당별로 뚜렷이 의견이 갈리지 않는다. 강경파가 주도하는 가운데 대부분 의원들은 눈치를 보는 분위기다.

표면적으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찬성 흐름이다. 법안 대표 발의자가 박홍근 의원이고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김현미 장관도 소속의원이다. 그렇다고 당론이 있는 것은 아니다. 변수로 등장한 게 제3의 교섭단체 민주통합의원모임(민통모)이다. 민통모의 법제사법위원회 간사가 채이배 의원인데 채 의원은 타다금지법에 반대한다.

반면 민통모 법사위원인 박지원 의원은 의견이 다르다. 무소속으로 있던 김경진 의원까지 불렀다. 김 의원은 지난 2일 타다금지법 처리에 힘을 보태기 위해 민주통합의원모임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목적을 밝히면서 ‘타다금지법’이라고 분명히 한 게 눈에 띈다. 

3일 국회에서 박재욱 VCNC 대표가 김현미 국토부장관을 만나 “장관님. ‘타다 금지법’에 대해…”라고 말문을 뗐을 때 김 장관이 “타다 금지법은 없다”며 잘라 말한 것과 비교된다. 그만큼 김경진 의원은 초강경파다. “타다는 여객운수법 어긴 콜택시 영업” “불법이 용인된 데에는 현 정권과 관련 있기 때문” 등 강경 발언도 쏟아냈다. 이에 지난해 12월 타다 측은 명예훼손과 공무상비밀누설, 업무방해, 직권남용 등 혐의로 수사해달라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국회의원이 방송 출연이나 보도자료 등을 통해 기업가와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사기꾼, 범법자, 조직적 범죄자 집단’ 같은 막말을 하고 ‘대통령과 유착’ 등 허위사실을 이야기해서 대통령은 물론 국민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며 고소 취지를 밝혔다.
 '타다'를 이끄는 박재욱 VCNC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실 앞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이날 박 대표가 인사하면서 "타다 금지법"을 언급하자 김 장관은 "타다 금지법은 없다"고 답했다.

김경진 의원도 반격에 나섰다. 검찰이 이재웅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를 여객자동차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한 상황에서 김 의원은 ‘타다 실형 선고 촉구 탄원서’를 재판부에 재출했다. 최종선고를 이틀 남긴 지난달 17일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1심에서 ‘타다 무죄’를 선고했다. 

김경진 의원은 4일 법사위 전체회의를 앞두고 민통모 원내 지도부에 자신의 사보임을 강력히 요구한 상태다. 하지만 이해충돌, 개인적 복수전 등의 비판도 나온다. 

한편 법사위 소속 여당 의원들은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찬반이 팽팽한 법안 처리에 선뜻 총대를 메기가 부담스럽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같은당 박홍근 의원이나 국토부가 적극적인 만큼 모른 척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법사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타다금지법으로 인해 곤란하다”며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 모두에서 수시로 연락이 온다”고 말했다. 법사위 소속 다른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4일 상정은 할 것”이라면서도 “당론은 없고 법사위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른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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