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말이 앞섰다…文대통령 사과-정부 질책(종합)

[the300]국무회의 "감수성 있었나, 절실했나"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서울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03.03. since1999@newsis.com

'책상머리에 앉아있지 말라', '계획을 세웠다고 끝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고강도 마스크 수급 대책을 재차 강조했다. 장관들에겐 현장을 확인하라며 사실상 질책했다.

문 대통령은 대구, 정부세종청사, 각 시·도 등을 화상연결한 확대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이어 마무리발언에서 마스크 대란 관련 "대단히 심각하다고 인식하라"고 주문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이 문제를) 감수성있게 느꼈는지 의심스럽다. 과연 절실한 문제로 인식했는가"라며 "해법을 찾는 데 최선을 다하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선 "마스크를 신속하고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불편을 끼치는 점에 대해 국민들께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국민들의 마스크 불만이 폭발한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이다. 

최근 일주일새 '마스크 대란'을 복기하면, 정부의 '계획'과 '말'이 국민체감과 멀었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이 "국민체감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음에도 '대란'을 피하지 못했다. 

마스크대란 일주일, 돌이켜보니..= 지난달 26일 정부는 약국, 농협, 우체국 등 공적 유통망을 통해 마스크를 공급할 것이며 27일부터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같은 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보고받고 "마스크가 국민 개개인 손에 들어가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27일, 현실은 "체감"을 세 번 말한 대통령의 우려대로였다. 마스크를 구하려다 허탕치는 사례가 속출했다. 생산부터 유통, 물류 단계를 거쳐 판매처까지 도달하는 시간을 아무리 줄여도 계획발표와 구매까지 시차가 나게 마련이다. 정부 발표는 이걸 간과했다. 

28일, 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가 잇따라 유감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국회에서 여야 4당 대표들과 만나 "마스크 문제는 국민께 송구하다"며 "내일, 또는 모레까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정부를 믿어달라"며 "만약 해결되지 않으면 특단의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대구시청에서 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약속드린 시간과 물량을 지키지 못했다"며 "미리 설명드리지도 못해 매장을 찾은 국민 여러분께 불편과 실망을 드렸다. 송구하다”고 말했다.
중국 상하이시가 국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마크스 50만개를 기증한 가운데 3일 오전 인천 중구 AMB항공화물에서 대한적십자사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대구와 경북, 부산 등으로 전달될 마스크를 차량에 싣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현장 강조, 부처·장관에 질타 메시지= 문 대통령은 삼일절인 1일 홍 부총리,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으로부터 보고를 다시 받았다. 문 대통령은 "마스크 공급 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정부 담당자들이 직접현장을 방문해 문제점을 파악해 해결하라"고 말했다. 
 
그리고 3일 국무회의 사과 발언이 나왔다. 여야 대표 회동 때 발언을 대변인이 공개한 것과 달리 문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사과를 한 것이다. 대통령의 사과에 무게가 실린다.

문 대통령은 또 "특별히 각 부처에 당부한다. 모든 부처 장관들이 책상이 아닌 현장에서 직접 방역과 민생 경제에 힘써주길 바란다"며 "중대본의 콘트롤 타워 역할에 더해 정부의 모든 조직을 24시간 긴급 상황실 체제로 전환해주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웬만한 일에는 칭찬도, 비난도 쉽게 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런 어법에 비춰보면 이날 발언은 사실상 강한 질책이자 경고로 읽힌다. 물론 대통령과 정부가 분리된 것은 아니다. 행정부수반인 대통령이 책임을 피할 수 없고, 문 대통령도 이 점을 잘 알기에 대국민사과에도 나섰다.

추경 등 30조원 직간접 투입..돌봄대책 지시= 문 대통령은 마스크 생산확대 지원, 공평한 보급, 국민과 정보공유 등 세 가지를 당부했다. 특히 "공급이 부족하면 그 부족함도 공평하게 분담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며 "수요만큼 충분이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현실을 그대로 알리고, 효율적인 마스크 사용 방법 등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노력도 병행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스크 수급 불안이 사재기나 대량구입 등 일종의 '가수요'를 자극해 노인 등 취약계층이 구입하기 힘들어지는 현실도 개선하라고 말한 것이다. 김상조 정책실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 모두에게 가장 확실하게 공급할 수 있는 유통 채널은 약국"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전국 유치원, 초중고교 휴교 관련 "학부모의 걱정이 돌봄 문제"라며 "돌봄문제 대책을 실효성 있게 마련하라"고 교육부에 지시했다. 또 "내일(4일) 임시 국무회의를 거쳐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며 "추경까지 포함한 종합 지원 대책에 30조 원 이상의 직간접적 재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병상 확보를 위해 대통령 긴급명령을 발동해달라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공개요청했던 것과 관련, "법적 검토가 부족한 채로 대통령 긴급명령권을 말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추경예산 편성 당정협의에서 정부의 노력을 약속하며 울먹이고 있다./사진=홍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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