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와 100억 두고 다 떠나나…바른미래당의 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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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이동섭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권한대행 등 의원들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0.2.18/뉴스1

10개월을 끌어온 바른미래당 내분 사태가 결국 비극으로 막을 내리고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3당 통합 보류 결정에 남아 있던 의원들은 ‘셀프제명’으로 당을 떠났다.

손 대표 측은 ‘윤리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제명은 무효’라는 입장이지만 19일 손 대표가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 나머지 의원들도 당을 등질 것으로 예상된다.

바른미래당 의원들은 18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셀프 제명’을 강행했다. 전체 17명 의원 중 이날 김삼화·김수민·김중로·신용현·이동섭·이상돈·이태규·임재훈·최도자 의원(가나다 순) 등 9명이 당을 떠났다. 

이들 모두 비례대표 의원들이다. 비례대표는 자진 탈당이 아닌 제명 절차를 거쳐야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 제명은 의원총회에서 2/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된다. 이날 의원총회에는 의원 13명이 참석해 2/3 이상 요건을 맞췄다.

제명된 의원 중 안철수계는 6명(김삼화·김수민·김중로·이동섭·이태규·신용현 의원)이다. 나머지 3명은 옛 당권파인 임재훈, 최도자 의원과 당적만 보유한 채 바른미래당 활동을 하지 않은 이상돈 의원이다.

이로써 바른미래당은 8석으로 줄었다. 권은희(안철수계) 의원과 호남계 김동철, 박주선, 주승용 의원 등 4명은 언제든 탈당이 가능한 지역구 의원이다. 비례대표 박주현·박선숙·장정숙·채이배 의원 등 4명은 이날 의원총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박주현, 장정숙 의원 등은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나올 손 대표의 최종 입장을 기다려본다는 입장이다. 3당 통합 추인을 보류한 손 대표는 결정을 19일로 미룬 상태다.

일체의 정당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박선숙 의원은 앞으로도 상임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업무 등에만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이 때문에 손 대표가 본인의 사퇴를 전제로 한 3당 통합에 계속 거부 입장을 밝힌다면 남아 있는 지역구 의원들과 비례대표 의원들마저 떠날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손 대표 1인 정당으로 전락할 처지다. 손 대표 측은 의원들의 '셀프제명'을 두고 "당 내 윤리위원회의 제명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무효"라는 입장이다.

황한웅 사무총장은 이날 11시께 국회의원의 제명에 관한 서면질의를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방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을 떠난 의원들은 문제가 없다고 본다. 옛 당권파 한 의원은 "당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는 의원총회라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원내대표 직인 등이 의미가 있는 것은 교섭단체(20석 이상)인데 교섭단체도 아니라서 전혀 논란거리가 안 된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을 나온 이들은 일단 교섭단체를 구성한다. 손 대표가 3당 합당 합의문 추인을 거부하자 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 의원들은 합당을 전제로 한 교섭단체(민주통합의원모임) 구성에 합의했다.

바른미래당 사태는 지난해 4월 보궐선거 참패 이후 손 대표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시작됐다. 손 대표는 퇴진을 거부했고 이 과정에서 창당 주역인 유승민 의원과 안철수 전 대표 등이 모두 탈당했다.

이어 잔류 의원들에게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던 3당 통합마저 무산될 위기에 놓이자 마침내 파국을 맞았다. 손 대표는 미래 청년세대와 통합을 통한 정치개혁을 명분으로 물러날 수 없다고 맞섰다. '호남당'으로 통합하는 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손 대표가 실현 가능성이 불확실한 세대교체를 명분으로 당권을 놓지 않는 것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손 대표와 잔류파 의원들 모두 100억원이 넘는 당의 자산을 의식해왔다. 총선을 치르는데 탄탄한 당의 재정은 무시할 수 없는 무기다. 의원들이 모두 떠나도 당권을 쥐고 있는 손 대표가 당의 자산 등을 활용해 독자적으로 총선에 후보를 내면서 선거를 치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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