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보고 놀란 가슴 '임미리' 보고 놀랐다

[the300][300소정이 : 소소한 정치 이야기]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임미리 교수는 안철수의 씽크탱크 ‘내일’의 실행위원 출신”(14일 오전 10시13분 민주당 공보국)
“(정정) … 임미리 교수는 특정 정치인의 씽크탱크 출신”(14일 오전 10시27분 민주당 공보국)


# 더불어민주당이 임미리 고려대 교수 고발 논란에 휩싸였던 13일 저녁. 국회 인근 식사 자리에서 주인공은 단연 이해찬 민주당 대표였다.

관심사는 ‘왜’였다. 국회 관계자와 기자들은 이 대표가 임 교수를 고발한 이유에 대해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칼럼을 두고 형사 소송을 벌이는 것이 민주당에게 어떤 이익을 가져다주는지 누구도 근거를 대지 못했기 때문이다. 견고한 핵심 지지층을 가진 민주당이 중도층 유입에 신경써야 한다는 점은 이같은 혼란을 더욱 가중시켰다.

“이 대표가 순간 판단력을 잃었다”, “이 대표는 몰랐을 것”, “몰랐다면 더 문제” 등 내용 없는 분석이 나오는 수준이었다. 임 교수가 과거 안철수 씽크탱크 소속이었다는 사실이 언급되기도 했으나 “에이 설마”라는 목소리에 묻혔다.

# 다음날인 14일. 의문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 민주당은 출입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임미리 교수는 안철수의 씽크탱크 ‘내일’의 실행위원 출신”이라고 밝혔다. “우리의 고발조치가 과도했음을 인정하고, 이에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과거 임 교수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간 관계를 강조했다. 불과 10여분 후 ‘안철수’를 지운 정정 문자를 보내긴 했지만.

민주당 내 잔존하는 ‘안철수 트라우마’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는 평이다. 민주당의 열성 당직자들 사이에서 안 전 대표는 때때로 ‘금기어’로 여겨진다. 이들은 안 전 대표가 “내용이 없다”는 대중적 수준의 비판하다가도 술이 한 두잔 오가면 대체로 안 전 대표의 탈당 이력을 문제 삼는다.

당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015년 7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열린 '최고위원-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 연석회의에 참석하는 안철수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 위원장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 뉴스1

안 전 대표는 2014년 3월 새정치연합 창당을 준비하던 중 민주당과 합당해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들었다. 이후 안 전 대표는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계와 사사건건 충돌했고 2015년 12월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했다.

안 전 대표는 탈당 때는 물론 19대 대선에서도 민주당 대표를 역임했던 문재인 대통령을 맹렬히 비판하면서 탈당 명분을 구축하는 데 힘썼다.

이해찬 대표와 악연도 있다. 안 전 대표는 2012년 11월 대선 단일화 협상에서 당시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의 퇴진을 사실상 협상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른바 ‘친노(때론 친문) 9인방’에도 불통이 튀었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전해철 의원,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정태호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윤후덕 원내수석부대표, 박남춘 인천시장,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소문상 전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 등 현 여권 핵심 실세 다수가 당시 ‘친노 9인방’으로 꼽혔다.

#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우려가 적잖다.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할 집권 여당이 근시안적 사고로 과거에 매몰됐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점에서다. 임 교수 고발 건을 두고 진보·보수 진영을 가리지 않고 “뒷끝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 대표의 인사 방식을 두고 “끝까지 믿는다”와 “쓰는 사람만 쓴다” 식의 평가가 나온다. 다른 듯 하지만 본질은 같다. 이 대표가 최측근이나 당내 열성 지지자에서 벗어나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쪽으로 갈 수 있을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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