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머리' 외국인도 주민번호 도용…'건보먹튀' 천태만상

[the300]


외국인(재외국민 포함) 건강보험 가입요건을 체류기간 3개월에서 6개월 이상으로 강화했지만 부정수급은 여전하다. 건강보험증을 도용하거나 건강보험수급 자격을 상실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나 외국인등록번호를 도용하는 식이다.

현재 의료기관에는 신분증 확인 의무가 없다. 과거에는 확인의무가 있었지만 규제 철폐차원에서 사라졌다. 현재는 주민등록번호와 이름만 대면 건강보험 자격이 확인된다는 얘기다.

이를 악용한 국내 체류 외국인의 건강보험 부정 사용이 크게 늘었다. 특히 중국 동포의 경우 외모에서 내국인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비슷한 연령대의 내국인 주민등록번호와 이름을 외워오거나 건강보험증을 빌려와 도용할 수 있다.

건강보험가입자인 외국인 A씨의 경우도 외국인등록번호를 도용한 사례다. A씨는 친척이 골절을 당하자 자신의 외국인등록번호를 빌려줬다. A씨의 친척은 2017년1월부터 3월까지 12회(공단부담금, 644만원)에 걸쳐 한국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외국인 B씨도 만성비염 등을 앓고 있는 아들이 진료가 필요할 때마다 친척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했다. B씨가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로 진료를 받은 횟수만 2007년 4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553회에 달한다. 건보공단은 이로 인해 546만원의 손해를 입었다. 

같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다른 근로자의 명의를 몰래 도용한 경우도 있었다. 외국인 C씨는 자신의 이름으로 고혈압약을 처방받은 게 확인돼 이상하게 여겨 조사를 요청했다. 그 결과 다른 동료 D씨가 C씨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인해 발생한 공단 손실금은 약 571만원이었다.

이른바 '검은머리 외국인'들도 건강보험제도를 악용했다. 한국인 E씨는 만성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중국국적의 친동생 F씨에게 주민등록번호를 양도해 2016년 5월부터 2018년 4월까지 159회 진료를 받도록 했다. 이로인해 공단이 병원에 지불한 금액만 약 2619만원이다. 공단은 적발즉시 이를 환수조치 했다. 

타인의 건강보험증을 도용하거나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나 외국인등록번호를 도용해 부정수급하는 경우보다 수급자격이 상실된 외국인이 건강보험료를 부정수급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지난해 '건강보험증'이나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나 '외국인등록번호'을 대여해 부정수급해 적발된 경우는 125건(1억5300만원), 건강보험 자격을 상실한 사람이 자격상실 사실을 몰랐거나 숨긴 상태로 부정수급한 경우는 7만1745명(72억8200만원)이다. 

지난 3년 동안을 살펴봐도 추이는 비슷하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를 살펴봐도 이 기간(3년) 건강보험증 등을 도용하다 적발된 경우는 565명(6억3200만원)이다. 반면 자격이 상실된 외국인이 건강보험을 부정수급한 인원은 23만5528명(226억4300만원)이다.

건보공단은 부정수급을 막기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분증을 확인하는 등 본인확인절차를 강화했다. 공단은 지난해 3월 병원협회에 건강보험 부정수급을 막기위해 내원자의 신분증을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여전히 의무규정은 아니라 외국인 부정수급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공단은 앞으로 행정안전부와 경찰청 시스템과 연동해 실시간으로 신분증 진위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신분증 발급일자 확인을 통해 '분실' 신분증을 사용할 수 없도록 막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7월부터는 6개월 이상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민·재외국민이 직장가입자나 피부양자가 아닌 경우 지역가입자로 당연 적용되도록 했다. 이 전까지는 선택 가입이 가능했다. 이 때문에 의료 이용 수요가 높은 외국인만 지역가입 자격을 취득하는 경우가 많았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지난해 7월부터 외국인 건강보험 당연적용 제도가 실시되면서 건강보험증 대여는 줄어드는 추세"라며 "앞으로 외국인 건강보험 부정수급 방지대책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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