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시스템의 위기에 직면한 청와대

[the300]

“잘 취재해보라” 

지난달 4일 청와대 관계자가 ‘김기현 첩보’를 청와대에 제보한 인물이 혹시 송철호 울산시장과 이해관계에 있는 이가 아니었냐는 질문에 대해 내놓은 답이다. ‘단순 제보’라는 입장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하지만 그날밤 ‘김기현 첩보’ 제보자는 송 시장의 측근인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으로 확인됐다. 특히 송병기 부시장은 김기현 전 시장과 사이가 틀어진 후 ‘송철호 라인’을 탄,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인물이었다.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 에피소드는 여권 내에서 회자된다. 청와대 시스템에 적색등이 켜졌다는 신호 중 하나로 말이다.  

두 가지 모습이 드러났다. 첫째 ‘이해상충’ 문제도 자각못할 정도로 청와대 인사들이 안일한 생각을 가졌다는 것. 둘째 핵심 정보인 ‘제보자’에 대한 메시지를 어떻게 다듬을지 논의 조차 안 했다는 것.

게다가 안일함과 소통 부재에 기반한 메시지가 끊임없이 나온다. 청와대 내부에 긴장과 의지가 충만한 상태면 결코 나올 수 없는 현상이다. 

지난달 11일 청와대 전·현직 참모들의 부동산 재산이 평균 3억2000만원 늘었다는 발표 이후 청와대 관계자는 “나는 재산이 안 늘었다”고 했다. 기자들에 백브리핑(배경설명)하러 왔던 그는 당시 포털을 휩쓸고 있던 해당 이슈를 파악 조차 하지 않았었다.

이밖에도 △A 행정관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구속영장 기각사유 설명자료에 있었던 “죄질이 나쁘다”는 문구를 파악 못한 채 “소설”이라 한 것 △복권 대상이 된 이광재 전 강원지사의 과거 불법 정치자금 수수규모를 2만5000 달러라고 잘못 파악한 채 축소 발표한 것 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건영 전 국정기획상황실장이 청와대를 나가자 “문재인 대통령은 이제 누굴 믿나”라는 말까지 나온다. 청와대측은 “시스템으로 해결 가능하다”지만 그 시스템이 불안하다는 게 문제다. 

결국 시스템을 구성하는 인적 개혁이 필요한 게 아닐지. 청와대를 감싸고 있는 안일함과 소통 부재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총선 출마자를 대상으로 한 소폭 개편이 아닌 ‘확실한 물갈이’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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