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불합치 40개…올해 지나면 23개 '법률공백'

[the300]17년 넘게 방치된 위헌 법률도


국회가 헌법에 위배되는 법률을 방치하고 있다. 국회가 헌법재판소로부터 ‘헌법불합치’ 결정 받은 법 중 손질하지 않고 있는 법만 40건에 달한다. 그 중 6건은 이미 법개정 시한을 넘겨 사실상 ‘입법공백’ 상태다. 

23일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지만 아직 법개정이 되지 않은 법은 총 40건이다. 헌재는 법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만 당장 그 효력을 정지시키면 혼란이 너무 크다고 판단될 경우 이른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다. 이 경우 헌재가 정한 개정시한까지 국회는 해당 법을 개정해야 한다. 

40건 중 23건은 올해말까지 국회에서 개정돼야 ‘법률 공백’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선거법’을 둘러싼 국회의원의 밥그릇 다툼에 개정이 시급한 법률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잠자고 있다. 

당장 내년 1월1일부터 국회 본청 앞 계단과 잔디밭이 ‘시위대’로부터 포위될지 모른다. 지난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1조 1호 조항이 개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시법 11조 1호는 국회의사당, 각급 법원, 헌법재판소 청사 또는 저택 경계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장소에서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하도록 하고 있다. 

국회는 지난 16일 이 법 조항을 근거로 지난 16일 자유한국당 주도로 이뤄진 국회 본청 계단 앞 규탄대회를 통제했지만 법개정이 되지 않으면 국회는 시위대로부터 무방비상태로 노출될 수 밖에 없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찾는데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 디엔에이(DNA)수사도 내년부터 불가능해질지도 모른다. 헌재가 지난해 8월 ‘DNA법(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다. 올해 말까지 개정해야하지만 개정안은 여전히 상임위에 묶여 있다.

항고기간 역시 내년부터 기간제한이 없어져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 헌재는 지난해 12월 ‘즉시항고의 제기기기간은 3일로 한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405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병무 행정도 ‘정지’ 위기다. 지난해 6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 방안을 규정하지 않은 현행 병역법 5조 1항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는데 오는 31일까지 입법을 완료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법안이 연내 처리되지 못할 경우 내년 1월1일부터 신규 병역 판정 검사가 전면 중단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병역 판정 검사에 따른 병역 처분의 근거인 ‘병역의 종류’ 조항이 효력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신규 입영 등 징집 절차도 중지될 수 있다.

40건 중 6건은 내년 3월 말까지 법개정을 마쳐야한다. 교원노조의 설립근거가 되는 교원노조법, 수사기관이 위치정보 자료나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확보해 수사에 활용할 법적 근거가 되는 통신비밀보호법 등이 개정 대상이다. 

임신중절을 하는 여성과 의료진을 처벌하도록 한 형법 조항 등 3건은 내년 말까지가 개정시한이다. 내년 6월부터 임기를 시작할 21대 국회에 남겨진 숙제다.

이미 헌재가 지정한 개정시한을 넘긴 법안도 6건이나 된다. 가장 오랫동안 개정되지 않은 조항은 약사·한약사가 아니면 약국을 개설할 수 없다고 규정한 약사법 제16조 1항이다. 헌재가 2002년 9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후 17년이 넘게 개정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 

헌재가 즉시 법률의 효력을 상실하도록 ‘위헌’ 결정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법령을 삭제하거나 개정하지 않은 채 그대로 남겨둔 조항도 17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1992년 4월 위헌으로 결정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구속기간 연장을 허용하는 국가보안법 제19조다. 위헌으로 결정됐는데도 27년이 넘게 죽은 법으로 법전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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