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3권분립 고민 끝에 정세균 총리지명…경제·협치에 숙제

[the300](종합)"고마운 결단" 예우, 경제성과 있어야 발탁 정당화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신임 국무총리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2019.12.17. since1999@newsis.com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 총리' 카드를 꺼냈다.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국회의장 출신'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그만큼 국정의 중심을 경제에 맞추겠다는 의지다. 

정 후보자는 '정치인'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사실 경제인 출신이다. 정 후보자는 고려대를 졸업한 후 1978년 쌍용그룹 공채로 입사했다.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주재원으로 근무했고, 1995년에는 상무이사까지 역임했다. 기업의 최전선에서 풍부한 실물경제 경험을 쌓았다.

정치에 입문한 뒤에도 이같은 '경제통'으로 능력을 발휘해왔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활동했다. 문 대통령은 정 후보자 지명 브리핑에서 이같은 이력을 언급하며 "참여정부 산업부장관으로 수출 3000억 달러 시대를 열었다. 경제를 잘 아는 분"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총리 위해 3권분립 접었나..'성과'에 달렸다

청와대는 그동안 '경제 내각'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총리 후보자를 물색해왔다. 정권 후반기를 맞아 반드시 경제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작용했다. 그만큼 경제 상황이 엄중하다는 인식이다. 

청년고용, 빈부격차 확대, 혁신성장, 부동산 문제 등 경제문제가 문재인 정부 후반기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한국갤럽의 12월2주차 여론조사에서도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 부정평가 이유 중 가장 높은 비율이 '경제 문제 해결 부족'(31%)이었다. 

문 대통령은 "경제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말을 반복하면서도 최근에는 "우리 경제의 주력인 40대의 고용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매우 아프다"고 지적했다. 꾸준히 참모진과 내각에 경제 분야 분발을 촉구해왔다. 

집권 초기 '일자리 대통령'을 내세웠던 비전을 실현해야 하는 것도 과제다. 경제 관료 출신인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총리 후보자로 우선 검토해왔던 이유다. 하지만 김 의원은 자신의 보수성향에 대해 진보 시민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스스로 사양의 뜻을 밝혔다.

당초 정 후보자는 국회의장 이력으로 인해 총리 후보자 리스트와 거리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김진표 카드'를 접은 이후 급부상했다. 경제에 밝으면서 지지층에게 환영받을 수 있고 야당에게도 거부감이 없는 인물이 그만큼 부족했다. 

청와대는 '온화한 정치성향의 경제통'이라는 정 후보자의 장점이, '국회의장 출신'이라는 약점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많은 취재진이 몰린 가운데 총리로 지명된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19.12.17. photothink@newsis.com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가 3권분립을 해쳤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된 것은 사실이다.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 출신이 행정부의 2인자인 국무총리가 된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문 대통령도 이 문제에 대해 고심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부터 일본이 강제징용 판결을 문제삼는 것에 대해 '3권분립'을 앞세워 방어할 정도였다. 이번에는 명백히 이 소신과 원칙을 깬 인사가 됐다.

청와대 측은 "비상한 상황"임을 강조하며 정 후보자 지명의 정당성을 설명하고 있지만, 이는 '비상한 상황'이라는 명분만 앞세우면 앞으로 입법부·행정부·사법부를 구분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정 후보자는 총리에 지명된 후에도 '경제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정 후보자의 또 다른 과제라고 할 수 있는 '정치·사회적 국민 통합'의 본질도 '경제'에 있다.

경제적 성과를 낸 총리가 된다면 문 대통령의 어려웠던 이번 결단에 대해 이해를 해주는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 국회의장에 이어 국무총리까지 역임하는 자신의 정치적 행보에도 설득력이 생길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명분과 실리 모두 잃어버린 인사로 전락하게 된다.

당사자들이 이를 더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께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민생과 경제에서 성과를 이뤄내야 한다. 적임자가 정세균 후보자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경제 살리기와 국민통합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세균 총리지명 더 늦출 수 없었다…최대고민은

문재인 대통령이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건 삼고초려에 가까운 설득의 결과였다. 또 여야 갈등이 다소 정리된 이후 발표 모양새를 원했지만 "더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 17일 발표를 결정한 걸로 확인됐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서울 구로구의 에이스하이엔드타워 구내식당을 찾아 직장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며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2019.12.17. since1999@newsis.com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30분, 청와대 춘추관에서 직접 총리 후보자를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퇴장하면서 노영민 비서실장·김상조 정책실장·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3실장에게 "정 후보자가 고마운 결단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장으로 여야를 운영해 온 경험, 협치의 능력 그런 것을 높게 평가했다"며 "비상한 각오로 모셨다"고 말했다고 한다.

청와대를 종합하면 정 후보자가 국회의장 출신이란 점은 총리를 정하려는 문 대통령의 최대 고민이었다. 바로 이 때문에 정 후보자도 깊이 고심한 점, '격'에 맞지 않는다는 논란, 야당의 비판 가능성도 고려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앞서 총리 지명 발표에서도 "입법부 수장을 지내신 분을 국무총리로 모시는데 주저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럼에도 관례보다 현실적인 필요성, 적임자라는 데 무게를 두고 정 전 의장을 설득한 걸로 전해졌다. 사실상 삼고초려에 가까운 설득 작업이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관계자들은 문 대통령이 여러 국정 현안에 '실사구시'로 접근해 온 것을 강조했다.

"비상한 각오"는 문 대통령이 직접 총리 지명을 발표한 배경도 된다. 대통령이 직접 소개하는 것으로 어려운 결정을 해 준 정 후보자를 예우했다는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10일 이낙연 국무총리 지명도 직접 발표했다.

17일 발표 타이밍은 이낙연 총리 거취와 직결된다. 공직선거법상 이 총리가 출마하려면 늦어도 1월16일(선거일 90일 전)에는 공식사퇴해야 한다. 17일 기준으로 꼭 한 달 남았다. 후임자 인사청문회와 국회본회의 인준에 걸릴 시간을 고려하면 후임자 지명발표를 더 늦출 수 없었다.

여당 중진 의원도 "17일로 현안 정리 일정을 맞췄다. 오늘 원래 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했어야 한다"며 "국회 쪽이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왕이면 (국회가) 차분해진 때 발표하면 좋았겠지만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달 16일 이전 정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인준절차가 끝나겠느냐는 전망에 "국회가 하는 일"이라고 말을 아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주례오찬 등을 통해 내각을 떠나는 이 총리에게도 아쉬움과 격려의 표현을 해온 걸로 전해졌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가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열린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1톤 전기화물차 전달식에 참석해 차량 시승을 하고 있다. 2019.12.17. bjk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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