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임차인 보호할 '집합건물법'은 '막차' 탈 수 있을까

[the300][법사위 이야기]법사위 1소위에서 진통 겪는 '오피스텔 관리비 투명화법' 운명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 모습 /사진=뉴스1

국회가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를 10일로 마무리 짓지만 이후 임시회에서도 계류 법안을 처리할 전망이 제기된다. 이 경우 최근까지 법제사법위원회가 만지작거린 집합건물 소유·관리에 관한 법 개정안(집합건물법)이 막바지 임시국회문턱을 넘을지 주목된다. 청년들의 거주 문제나 소상공인 보호 문제와 직결되는 법안이라 내년 총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안으로 평가된다.

◇관리비 '사각지대' 없앨 '집합건물법'=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7월19일 집합건물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집합건물은 오피스텔이나 주상복합 건물, 아파트, 상가 등 한 동이 여러 부분으로 독립된 건물을 말한다.

법무부는 개정안에 한 동이 150세대 이상으로 구성된 아파트와 오피스텔, 빌라, 상가 등 집합 건물이 매년 의무적으로 회계 감사를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구분소유권이 50개 이상인 집합건물에도 관리인을 시·군·구청장 등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신고하고 관리비 회계 장부를 공개할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도 담겼다.

현행법에서 오피스텔과 상가 같은 집합건물의 관리비 회계 감사는 의무가 아니다. 관리비 내역도 세입자는 볼 수 없고 소유자한테만 보고할 수 있게 돼 있다.

요약하면 오피스텔의 관리비 투명화를 노리는 법안이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전국에 있는 약 56만개 동의 집합건물이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공동주택법을 적용받는 아파트와 달리 오피스텔은 관리비 분쟁의 '사각지대'로 꼽혀 왔다. 특히 생계나 학업이 바쁜 청년층 1인 가구가 많은 오피스텔 특성상 각종 분쟁에서 세입자들이 불리하다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아파트와 달리 세입자들이 현실적으로 건물주나 집주인에 맞서 공동 행동을 하기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개정안은 이밖에도 소규모 상가에서도 경계벽이 없는 점포(구분점포)를 만들 수 있도록 구분점포 성립 최소 면적 요건을 삭제했다. 그동안에는 건물 바닥 면적 합계가 1000㎡(약 300평) 이상일 때만 구분점포를 만들 수 있었다. 노후 건물 리모델링 공사가 수월해지도록 관리단집회 의결 정족수를 완화하는 내용도 담았다. 

◇여야 모두 제안한 법안=정부안이 나오기 전에도 의원입법 형태로 20대 국회 들어 제안됐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발의가 많았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의원들도 비슷한 내용들을 제안했다.

이 법의 소관 상임위 법사위의 간사인 김도읍 한국당 의원의 대표발의안도 구분소유권 수 100 이상 건물을 대상으로 관리비 회계 공개 등을 담고 있다. 여야 모두 법 개정의 방향과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셈이다.

다만 법사위는 법안이 최초 제안된 2016년 11월 이후 이 법 논의를 거의 하지 못했다. 3년이 지난 지난달 21일에야 간신히 법사위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 상정됐다.

◇'강남 의원' 이은재에 제동=하지만 1소위 심사도 순탄치는 않았다. 정부안과 이원욱·김병욱·유은혜 민주당 의원안과 최명길 전 의원안, 이채익·김도읍 의원안 등이 상정돼 한꺼번에 논의됐다.

여당은 물론 발의자인 김도읍 의원과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등 1소위원들은 대부분 법안 내용에 찬성했다. 하지만 서울 강남구 병을 지역구로 둔 이은재 한국당 의원이 회계장부 작성 의무화 등의 조항에 반대를 나타냈다.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이 의원은 "(회계서류 작성·보관·공개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심사 보류를 외쳤다. 이 의원은 또 "너무 임차인의 입장에 치우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사유재산에 대해서는 지자체나 정부가 너무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의원은 "수요·공급 이런 것은 시장에 맡겨도 회계 관리 이런 것은 투명하게 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나"라며 이 의원에게 법안 통과에 동의해 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김오수 법무부차관도 "실제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바쁜 청년층들이 많아서 연대해서 모임을 만들거나 하는 것들이 쉽지 않다"며 "이 친구들은 계속 떠나고 들어오고 하니까…"라고 설득했다.

이 의원은 다만 "좋게 생각하면 그렇지만 강남구만 해도 구청에서 아파트에다가 '뭐 해라, 뭐 해라' 갑질이 심하다. 관리소장들이 죽으려고 한다"며 추후 재논의를 요구했다.

◇임시회 열리면 1순위 논의될까=일단 1소위 심의가 진행된 만큼 집합건물법은 향후 법사위 1소위가 열리면 1순위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전날 국회에서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을 논의하기 위한 법사위 회의 일정 협의 과정에서 여당이 데이터 3법과 함께 심의할 법안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다만 전날 여야 원내대표 합의에 대해 한국당 의원들이 추인하지 않아 법사위 개의 자체가 무산되면서 집합건물법도 다시 표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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