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법꼭]국공립어린이집 '하늘의 별따기' 여전…2년묵은 '해결책'

[the300]'공공형어린이집 활성화법'

해당 기사는 2020-01-15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국공립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기는 여전히 어렵다. 부모들은 ‘믿고 맡길 만한’ 국공립 어린이집을 선호하지만 문이 너무 좁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재정을 늘려 투입한다. 하지만 해가 바뀌어도 어린이집 대기순번은 줄지 않는다. 


◇줄지않는 대기순번, 국공립 어린이집 ‘로또’만 기다려야하나 


국공립 어린이집 20곳 중 19곳에 ‘대기자’가 있다. 보건복지부의 2018 전국 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국공립 어린이집 중 입소대기 영유아가 있는 어린이집은 94.7%. 대부분의 국공립 어린이집에 대기자가 존재하는 셈이다. 평균 대기 영유아 수는 107명에 이른다. 평균 대기 일수는 176일, 반년에 가까운 시간을 기다려야 입소를 할 수 있다. 


수요는 많고 공급은 적다. 국공립 어린이집의 ‘몸값’이 높아지는 이유다. 지난해 기준 전국 어린이집 3만9200곳 중 국공립 어린이집은 3600곳(9.2%). 어린이집 이용아동 수가 145만명 정도인데 10명 중 1명에게만 국공립 어린이집에 입소할 기회가 주어진다. 그마저 서울에 집중됐다. 서울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은 23.7%. 다른 지역의 비율은 더 낮다는 얘기다.


국공립 어린이집 설치 예산 차이에서 나온 격차다. 국공립 어린이집 1곳을 설치할 때 20억원 가량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선 부담스러운 액수다.


◇꿩 대신 닭, 공공형도 ‘나쁘지만’ 않다면


공공형 어린이집이 국공립 어린이집은 아니다. 부족한 국공립 어린이집을 보완하기 위한 ‘차선책’이다. 공공형 어린이집은 개인이 운영하는 민간·가정 어린이집 중 우수한 곳을 정부가 선정해 운영비를 지원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7년 12월 대표발의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은 ‘공공형 어린이집 활성화법’이다.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는 개인 운영 어린이집을 공공형 어린이집으로 지정, 지원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게 골자다. 민간보육시설을 양질의 보육을 제공하는 공공 보육 시설로 만들어보자는 취지다. 


부모들은 국공립을 요구한다. 민간보육시설 운영자들은 재정지원을 원한다. 정부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대폭 확충하는 대신 ‘국·공립 수준’ 공공형 어린이집을 보완책으로 제시한다. 보육 서비스의 ‘질’은 정부가 보육의 공공성을 강조할 때 나오는 얘기다.


공공형 어린이집은 국공립 어린이집을 신축하는 것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든다. 준비기간도 짧다는 게 장점이다. 공공형 어린이집은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국공립의 일부 보완책이지 절대 대체물은 될 수 없다. ‘꿩 대신 닭’이라도 꼭 필요하다는 건 사실이다. 


공공형 어린이집 확대 논란은 기본적으로 국공립 어린이집에 대한 선호에서 출발한다. 국공립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하지만 턱없이 숫자가 적은 국공립 어린이집의 대체재로 공공형 어린이집이 자리를 확보했다. 이전 정부와 현 정부가 모두 공공형 어린이집 확대를 대안으로 삼아 왔다. 


◇정부는 ‘추진’, 非공공형 어린이집은 ‘난색’


정부는 일정 자격을 갖춘 개인 어린이집을 공공형 어린이집으로 전환하고 추가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반 개인 어린이집 중 공공형 전환이 가시적인 영역의 어린이집 원장들은 전환 확대에 찬성한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늘어날 것을 기대한다. 원아 모집에서도 상대적으로 유리해질 수 있다. 


반면 국공립 어린이집을 운영중인 원장들은 불편해한다.  공적 영역을 지속적으로 공공형 어린이집에 내주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공공형 전환이 여의치 않은 소규모 개인 어린이집들도 공공형 확대가 반갑지 않다. 


공공형으로 신규전환된 어린이집들이 원아 모집 측면에서 경쟁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영유아들의 수가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원아모집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 좋은 법안이 왜…2년째 ‘상임위 감옥’ 갇힌 이유


공공형 어린이집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고 규제는 강하다. 부모들이 공공형 어린이집을 선호하는지도 뚜렷하지 않다. 최우선은 당연히 ‘국공립’이기 때문이다. 공공형 어린이집을 지지하는 ‘세력’이 분명치 않다. 법안을 밀고 나갈 ‘힘’이 부족한 이유다.


국회의원들은 ‘표’에 관심이 많다.선거 때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한다. 선거가 또한번 다가온다. 그 선거 때문에 ‘아이 키우기 좋게 하는 법’이 외면받고 있다.


공공형 어린이집 확대에 대한 여론에는 ‘지역색’이 없다. 지역구 안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혼재한다. 섣불리 입장을 밝혔다가 반대 의견을 가진 유권자들의 ‘표’를 잃을 우려가 있다. 인재근 의원이 ‘공공형 어린이집 활성화법’을 발의한지 2년이 흘렀지만 담당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에선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여야 찬반이 나뉘는 쟁점법안도 아닌데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어린이집 단체는 각 지역별로 조직화돼있다. 선거 때면 막강한 표심을 발휘한다. 국회의원 후원금에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후문이다. 내년 총선을 앞둔 의원들이 이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기 쉽지 않다. 


국공립 어린이집, 공공형 어린이집, 민간 어린이집으로 각각 나뉜 이해관계자들이 얽히면서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있다. 또 어린이집 유형과 보육 정책에 관해 국회의원들 간 견해차도 상당해 법안 처리에 진통이 불가피하다. 


법안을 논의할만한 절대적 시간도 부족했다. 올 상반기 국회가 장기적인 파행을 겪었다. 복지위 등 상임위가 열리지 않았다. 이 법 뿐만 아니라 꼭 필요한 다른 여러 법안들에도 먼지만 쌓여갔다.


복지위 관계자는 “밀려있는 법안들이 많다보니 여야 간사들이 협의과정에서 우선순위 법안을 정한다”며 “공공형 어린이집 관련 특별한 이슈가 있던 것도 아니라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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